지난 겨울은 우리 고장에도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혹한이 오기도 했다. 그렇게도 추웠던 시련을 봄의 화신은 결국 이겨냈다. 섬진강 매화축제, 영취산 진달래축제, 구례 산수유축제, 진해 군항제는 오는 봄을 재촉했는지 이젠 완연한 봄이다.구림으로 꽃구경 가자! 흐드러지게 핀 벚꽃은 보기드믄 장관이다. 고목에서 핀 연분홍 벚꽃은 자연의 신비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금년 스물여덟 번 째 맞는 「영암왕인문화축제」는 한층 더 성대하다. 꽃 축제 중의 으뜸은 벚꽃 축제이리라. 그것은 어떤 꽃보다 화려하기 때문이다. 벚꽃의 꽃말은 순결, 절세미인, 연인의 매혹을 상징한다. 이 꽃은 일제히 피었다가 눈처럼 흩날리면서 미련 없이 나무 잎에게 자리를 양보하면서 뒤끝 없이 아름답게 낙화함 또한 일품
우리 헌법 제27조 제4항은‘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라고 하여 무죄추정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범죄사실을 명백히 하여 죄 있는 사람을 빠짐없이 벌하고자 하는 입장에서만 보면 범죄의 혐의가 있어 수사대상이 된 피의자나 기소되어 형사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을 범죄인으로 간주하지 말라는 요청은 일견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열 사람의 범인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한 사람의 죄 없는 사람을 벌하여서는 안된다.’는 말처럼 죄 없는 사람을 유죄로 오판하는 것은 형사재판에서 배제하여야 할 가장 중대한 해악임은 자명하다고 할 것이다.그러나 필자는 헌법과 형사소송법 교과서에서 강조되는 이와 같은 ‘의심스러운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in dubio pro reo
마침내 봄이다. 꽃을 시샘하는 추위도 있고 춘설이 내리기도 하겠지만 엊그제 춘분이 지났으니 봄을 노래해도 좋겠다. 사방에서 화신이 전해지고 바야흐로 꽃철이 머지않았다.나들이 하기에 좋은 때이다. 이런 때에 어디를 갈 것인가. 광주 나들이에는 광주 양림동을 찾아보자. 거기 영암이 낳은 서양화가 이강하(李康河)가 기다리고 있다. 남구 3.1만세 운동길, 옛 양림동사무소를 리모델링하여 ‘이강하 미술관’으로 문을 열었다. 미술관은 2층 규모로 1층은 전시실, 2층에는 자료실과 수장고 등을 갖추고 있다. 광주 남구청에서 11억여 원을 들여 꾸몄다. 1년여의 공사 끝에 지난 2월에 문을 열었다.이 미술관에는 10년 전에 세상을 떠난 이강하 작가가 남긴 400여점의 작품과 유품 134점 등 530여점을 유
석 달 뒤면 6·13지방선거다. 선거는 민주·자유의 상징물로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 보통·평등· 직접·비밀·자유선거를 이끌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의 피와 땀이 있었는지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감사해야 한다.선거란, 어떤 공동체에서 특정 지위에 해당하는 사람을 그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뜻을 모아 선출하는 행위라고 설명한다. 우리 대한민국의 헌법 제1조에도 우리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 선언적 의미가 바로 선거를 뜻하는 것이다.지금 이 글에서 선거를 강론하자는 것은 아니다. 물론 필자가 서울 모 대학원에서 ‘선거전략 실무론’으로 두 학기를 강의한 적은 있다. 그 때 새삼 선거의 중요성을 또 한 번 깨달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6ㆍ25사변이 터진 그해 시월 열이렛날 아버님을 경찰이 연행해 갔다. 언제 하늘나라로 가신지를 정확히 몰라 이날을 아버님 제삿날로 정해 제사를 모신다. 다른 집들의 제사상 가운데에 주로 영정을 모시는데 내 아버님 제사상에는 영정 사진이 없어 모시지를 못하니 주인공 빠진 잔칫상이다. 제삿날이면 아버님 살아생전 모습 담은 영정 앞에 부자간 정 담은 술 한 잔 대접하련만 그러지를 못해 늘 마음이 서글펐다. 내가 스무 살 되던 해 제삿날, 어머님 앞에 군소리를 했다. “어린 핏덩이와 같은 자식과 갓 스물을 넘긴 색시를 두고 빨리 가시러거든 흔적이라도 남기시지 않고 훌쩍 하늘나라로 가셨단 말인가?” 그 소리를 들으신 어머님은 장롱 속에서 빛바랜 아버님 초등학교 졸업사진 한 장을 꺼내셨다. 마지막 남은 유품속의
1980년 5·18민주화운동이 발생한지 38년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진상규명의 문제는 여전히 우리사회의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는 더 규명할 진실이 남아 있느냐면서 5·18민주화운동의 진상규명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1980년 5월 광주에서의 최초 발포와 집단 발포 명령자를 아직까지도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숱한 의혹에도 불구하고 행방불명자 규모와 암매장의 진실 또한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최근에는 헬기사격과 전투기 광주폭격 대기설, 80위원회 및 511연구위원회의 5·18 군 기록 조작 의혹 등이 진실규명의 새로운 과제들로 제기되면서 지금까지 규명된 진실의 부분적인 내용조차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전두환
설이 지났다. 많은 선물이 오고 갔다. 봉사와 온정의 손길도 널리 뻗어 갔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이나 복지시설을 찾아 베푼 따뜻한 정이 혹독한 추위를 덥게 하였다.대저(大抵) 남을 돕는 것, 봉사와 자선은 왜 하는가! 기독교 성경에서는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고, 불문(佛門)에서는 적선을 해놓고 ‘내가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면 그 공덕은 그냥 소멸된다고 한다. 자선은 남모르게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해야 한다고 한다. 흔히 남을 돕는 데에는 재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불교의 무재(無財)의 칠시(七施)를 생각하면 보시(布施)는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부드럽고 정다운 얼굴, 격려 칭찬 사랑의 말, 마음의 문을 열고 대하는 따
평창 동계올림픽 게임이 2018년 2월 9일 개막하여 2월 25일 폐막 일정으로 대한민국 평창에서 열리고 있다. 필자도 전직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자격으로 개막식에 초청받았다.올림픽게임은 국가 선전의 장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인류평화와 화합의 상징으로 평가되고 있다. 더 나아가 국가 이미지 제고와 국가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하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국가들이 대회유치를 위해 경쟁적으로 나서는 것이리라. 이 부분 우리 대한민국은 참으로 대단한 수준이다. 세계4대 국제 체육행사라 불리고 있는 하계올림픽과 월드컵대회, 세계 육상선수권 대회 그리고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모두를 개최하는 세계7대 스포츠 강국이 된 것이다.올림픽 게임은 말 그대로 스포츠 행사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많은
나는 초등학교 6학년 학생입니다. 몇 달 지나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생이 됩니다. 졸업 기념으로 꿈에 그리던 대도시 광주로 수학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수학여행을 가기 위해서 서툴지만 반 친구들끼리 무더운 여름날에 구슬땀을 흘리며 허리가 휘도록 보리도 베어 돈을 모았습니다. 수학여행 경비를 어렵게 마련했습니다. 우리가 번 돈 말고도 내야할 돈이 없어 같이 가지 못한 친구도 있었습니다. 설빔 같은 새 옷도 엄마가 사주셨습니다. 생전 처음으로 용돈도 받았습니다. 몇날 며칠 잠을 설치기도 했습니다. 읍내로 나가는 길은 황톳길에 자갈을 깔아놓아 버스가 몹시도 덜거덩거렸습니다.그러나 모처럼 친구들과 함께 탄 버스는 너무도 신나고 즐거웠습니다. 거의 하루를 달린 버스는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목적지 광주에 도착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을 국가적인 불행이고 안타까운 일이라는 일부의 시각이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은 한비자에서의 ‘법불아귀’(法不阿貴)나 헌법교과서의 ‘법앞에 평등’이 공허한 명목상의 내용이 아니라 우리사회 현실에서 실질적으로 확인된 것이고, 더 성숙한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사회로 가기 위한 진통의 과정이라고 평가하고 싶다.한비자에서 귀한 사람은 고귀한 사람이라는 의미가 아니고, 춘추전국시대 당시의 특권층인 귀족 등을 말하는데, 이를 현대적 의미로 해석한다면, 법은 특권층, 전직 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아첨하지 않고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는 의미로 새겨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유가’는 서민을 올려 귀족과 마찬가지로 ‘예’로써 다스리자는 것이고, ‘법가’는 귀족을 내려 서민과 마
남의 청탁 가운데 거절하지 못하는 것이 혼인예식 주례 부탁이다. 신랑 신부가 혼인하기로 하고 예식장을 정한 다음 첫 일이 주례를 정하는 것 아닌가. 시작의 중요한 자리에서 거절이 있다면 그 시작이 어떻겠는가. 하여간 나는 “나보다 더 덕망 높으신 분이 많을 텐데…”하면서 신혼부부의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응락(應諾)을 한다.요즘 예식장을 가면 “주례사님이십니까?”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사회자 혹은 예식장 종사원의 말이다. 주례사(主禮辭)를 하는 사람에게 웬 주례사? 가만 생각해보니 주례사(主禮士)를 말하는 것은 아닌지. 건축사·변호사 하듯 주례를 맡아 보기에 사(士) 자를 넣어하는 말이 아닐까. 어원이 묘연한 말임에는 틀림이 없다.나는 주례를 맡을 때 ‘결혼’(結婚)이란 말을 하지 않는다.
“見義不爲無勇也(견의불위무용야)”“의로운 일을 보고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용기 없음이다.”논어 ‘위정편’에 나오는 공자님의 말씀이라 한다.그렇다. 공감하는 내용이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보통 사람이라면 의로운 일을 보고 모르는 척 하겠는가... 그런데도 의롭다 여겨지는 일을 모르는 척 그냥 지나치는 이들이 많기에 당연히 참여한 자들에게 오히려 각별한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젊잖게 표현하여 용기 없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비겁하다고 함이 더 솔직한 표현이요 더 자극적이다.그런 표현을 통해서라도 비겁자의 부류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필자의 솔직한 속내를 밝히려는 것이다. 작고하신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도 의를 보고 무관심 한 이들을 향하여 ‘행동하는 양심’을 그렇게 강조
제천 화재사고 뉴스가 연일 보도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사드, 북한의 핵무기, 지진, 낚싯배 사고, 중국과의 외교마찰 등으로 가뜩이나 나라 안팎이 어려운 처지인데, 29명의 생명을 순식간에 앗아간 대형화재 사고까지 터져 온 국민을 슬픔에 잠기게 했다. 수능시험이 끝나 홀가분한 기분으로 외갓집에 들렀던, 피어보지도 못한 꽃다운 나이의 고등학생과 효녀 딸, 외할머니, 3대를 앗아 간 무지막지한 화마가 너무나 야속하고 우리들 가슴을 아리게 한다. 그리고 높지도 않는 2층 목욕실에서 탈출구를 찾지 못해 연기에 질식해 발버둥 치면서 죽어갔을 피해자들을 생각해 보면 안타깝고 아쉬움이 남는다. 불난 소식만 들으면 우리 식구가 겪었던 아찔했던 화재사고가 생각나 현기증이 나고 속까지 울렁거린다. 사고 전날 밤, 딸과
요즘같이 영하의 추위가 기승을 부리면 나는 동토의 땅 ‘사할린’이 떠오르곤 한다.1905년 러ㆍ일 전쟁의 승리로 사할린의 절반을 차지한 일제(日帝)는 우리 땅을 통치하던 강점기 시절, 사할린의 석탄을 캐기 위해 일본 기업들을 내세워 강제징용에 나섰다. 사할린은 일본 홋가이도(北海島)에서 가까워 캐낸 석탄을 일본으로 가져갈 수 있는 지리적 여건 때문에 일본 기업들이 농토를 빼앗긴 우리 농민들을 상대로 “떼돈을 벌 수 있다”며 반 강제적으로 인력을 끌어갔다. 이렇게 해서 시작된 것이 사할린 강제징용이었다. 나라 잃고, 삶의 터전마저 빼앗겨 방황하던 민족의 한이 서린 흔적을 찾아 사할린을 갔다.2002년 9월 3일 오후 2시 -.러시아의 극동지역 사할린(SAKHALINSK)으로 향하는
누구나 좋아하는 꽃이 있다. 나는 동백꽃을 좋아한다. 우리 마을 종가집 뒤란에 동백숲이 있다. 초봄이면 동백꽃이 만발해 몰래 나무에 올라가, 꽃을 따서 꿀을 빨아 먹기도 했다. 동백 씨로는 아랫마을 기름 짜는 집에서 동백기름을 짜서 어머니들이 머리에 바르고 가르마를 타 참빗으로 윤나게 단장을 했다. 그 시절의 모습이 아련하다. 동백은 늘푸른 나무로 잎사귀가 유난히 깨끗하고 반짝인다. 빨간 꽃은 우아하며, 피었다가 질 때는 꽃 이파리들이 하나하나 흩어져 떨어지지 않고, 꽃송이 그대로 미련 없이 툭 떨어진다. 그래서 절개 있는 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땅바닥에 떨어진 꽃은 마치 땅에 피어 있는 꽃처럼 얼마동안 싱싱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하기에 시인 이혜인 수녀는 동백처럼 한결같은 삶을 꿈꾸면서 ‘필
내가 누구이고, 어떻게 사는 게 올바른 삶인지 고민해볼 틈도 없이, 이웃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우리의 일상에서, 탈출을 꿈꾸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주역을 제대로 읽으면 과감히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세상을 내다볼 수 있어 ‘내 방식대로’ 사는 행복을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정말 그럴 수 있는지? 최영진ㆍ이기동이 말하는 ‘주역을 읽어야 할 이유’를 따라 가보자.우리가 사는 세상은 갈등, 대립, 대결, 투쟁 등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사건들의 연속이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구조적 모순 때문이다. 이 같은 모순은 동양의 가족 공동체적 윤리와 서양의 개인 중심의 윤리라는 이질적 규범이 공존하면서 가치관 혼란이 증폭된데 그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고대 바빌로니아 제1왕조의 6대 왕인 함무라비왕(재위 BC1792∼1750)이 제정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성문법인 함무라비 법전에서 유래된 말로 흔히 '탈리오 법칙' 또는 동해보복법(同害報復法)이라고도 불리어지고 있다. 동해보복법이란 '내가 당한 만큼 그대로 상대방에게 보복한다'는 것으로 개인의 복수를 정당화하고 응징하는 강제규정의 색깔이 있는 듯하지만, 법의 정신으로 보면 오히려 과도한 보복을 금하려는데 목적이 있다고 한다. 동해보복법의 근본적인 법 제정 취지는 고대국가가 형성되면서 그때까지 무차별, 무제약적으로 행사되었던 집단적인 복수로부터 가해자 개인에 대한 복수로 옮겨지게 하고, 복수에 대한 제재도 피해자가 입은 피해와 동일한 수준의 보
나는 최근에 ‘북한학교’에 열심히 다니고 있다. 북한학교는 사회적협동조합 ‘손에 손잡고’ 호남지부가 주관하는 학교다. “탈북자들을 크리스천의 입장에서 어떻게 이해하고 그들을 껴안을 것인가”에 대하여 함께 고민을 하고 토론하는 곳이다.강사는 오래 전 탈북을 해서 기독교에 귀의, 소정의 교육과정을 거친 전도사나 탈북 여성들과 가정을 이룬 분들, 오랫동안 북한 선교에 관심을 가진 대학교수 등이다.여기서는 짧은 교육시간에 탈북민에 대한 전체를 강의하기가 어려우므로 피교육생이 읽어야 할 필독서 곧, ‘탈북자’란 책이 있는데 교육기간에 반드시 독파를 해야 한다. 북한 이탈자들을 대상으로 오랫동안 그들을 붙잡고 선교를 해오신 목사님이 지은 책이다.나는 그동안 북한학교에서 받은 교육과 필독서 ‘탈북자
역사적 인물은 출신지인 고장을 빛나게 한다. 왕인박사가 그러하고 도선국사가 또한 그러하다. 그러므로 출신지역에서는 이분들을 기리고 현창하면서, 고장의 긍지로 승화시키는 일을 한다.왕인박사께서는 교통이 불편한 1,600여 년 전 응신천황의 초청을 받아, 천자문과 논어 등을 가지고 낯선 일본 땅에 건너가, 황태자의 스승이 되어 글을 가르쳐 깨우치고, 문자를 전달하여 문학의 시조로 추앙받고 있다.당시 일본에는 말은 있으되 표기하는 글자가 없어 어려움이 있었다, 왕인은 한자의 음을 빌려 일본 말을 표기할 수 있는 이두문자 같은 만요가나(萬葉假名)를 창출해 냈다. 얼마나 고마워 할 일인가. 또한 난파진가(難破津歌)를 지어 일본의 정형시인 와카(和歌)의 효시로 알려져 있으며, 왕인박사를 가부(歌父)라 부른다
그 동네도 여느 동네처럼 머슴들이 모여 사는 사랑방이 있었다. 그러니까 대여섯 명의 떠꺼머리총각들이 하루내 일하고 나서 잠자리로 찾아드는 곳이다. 마치 날이 어두워지면 새들이 숲 속 둥지로 찾아 들 듯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단순히 잠만 자는 것은 아니다. 초저녁에는 새끼도 꼬고 가마니도 짠다. 그러면서 그 날 있었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늘어놓는가 하면 다음날 품앗이까지 맞히곤 한다. 뭐니 뭐니 해도 그 중에서 그들의 입맛에 가장 맞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동네 처녀들에 관한 얘기다. 이장 집 딸 순이가 어떻고, 호랑이 털보 영감 댁 딸 영이가 어떻고, 하지만 그들은 그만한 이야기로는 이제는 낮 동안의 피로를 풀기에 역부족이다. 그래서 그들은 엽기적인 얘기를 곧 잘하곤 했다.“오늘 나 점심 먹고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