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산면 매월리 生 전 한국일보 기자 5·18광주민중항쟁 관련 강제해직(민주유공자 포상) 전 무등일보 주필 발행인 겸 사장

나는 최근에 ‘북한학교’에 열심히 다니고 있다. 북한학교는 사회적협동조합 ‘손에 손잡고’ 호남지부가 주관하는 학교다. “탈북자들을 크리스천의 입장에서 어떻게 이해하고 그들을 껴안을 것인가”에 대하여 함께 고민을 하고 토론하는 곳이다.

강사는 오래 전 탈북을 해서 기독교에 귀의, 소정의 교육과정을 거친 전도사나 탈북 여성들과 가정을 이룬 분들, 오랫동안 북한 선교에 관심을 가진 대학교수 등이다.

여기서는 짧은 교육시간에 탈북민에 대한 전체를 강의하기가 어려우므로 피교육생이 읽어야 할 필독서 곧, ‘탈북자’란 책이 있는데 교육기간에 반드시 독파를 해야 한다. 북한 이탈자들을 대상으로 오랫동안 그들을 붙잡고 선교를 해오신 목사님이 지은 책이다.

나는 그동안 북한학교에서 받은 교육과 필독서 ‘탈북자’를 읽고 학교에 다니기 전보다 더 많은 걱정거리가 생겼다. “이러한 북한 사람들과 우리가 언젠가는 통일이 되었을 때 하나의 민족으로 같이 살아갈 수가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반세기가 넘게 우리와 다른 체제와 문화에서 살아온 그들은 “가난하게 살다가 왔으니까 물질적으로 좀 도와주면 되겠지.”하는 막연한 생각만으로 해결되는 그런 대상은 아닌 것 같다.

북한을 떠나 한국에 살고 있는 북한인은 현재 3만8천여 명-. ‘하나원’ 에서 남한 정착에 따르는 소정의 교육을 받고 나온 사람들이 4만 명을 육박하고 있고 광주에는 6백여 명, 전남에는 5백20여 명이 정부(LH공사)가 마련해 준 집에서 살고 있다. 

1990년도 중반이후 식량난 등으로 늘기 시작한 탈북민들은 종전까지 귀순자 또는 귀순용사 등으로 표현하던 것을 1997년 ‘북한 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자유 이주민, 또는 자유인으로 부르다가 정부가 2005년부터는 이들을 ‘새터민’으로 부르도록 권장했으나 오래 전 북한을 이탈해 온 사람들이 “남한에서 산지 오래된 우리들도 새터민이란 말이냐?”면서 이의를 제기하자 지금은 ‘탈북자’라는 편한 말로 쓰고 있다. 

호칭만큼이나 다양한 탈북자들은 우리와는 다른 점이 많다. 몇 가지를 들라하면 이런 것들이다. 성격이 공격적이고 비판적이다. 욕구가 채워지지 않고 욕구불만의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게 일반적이라지만 탈북자들은 별일이 아닌 것에 서로 언성을 높이고 싸우는 경우가 많다고들 한다. 그들은 자기네들끼리 싸우면서 “쪼들리고 핍박받으니 남은 것이 악 밖에 없다”고들 한단다. 이는 어느 정도 예상됐었던 모습이다.

다음으론 집단주의 의식이 너무 강하다.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슬로건 아래 받은 집단주의 교육의 탓이겠지만 개개인의 이익을 위한 운동이나 그런 의사들이 표출된 노조의 활동, 반정부 시위 등을 아주 못마땅해 한다. 또 사람들끼리 지내는 인간관계를 매우 싫어한단다. 어릴 때부터 조직생활을 통해 집단주의가 몸에 밴 그들은 때가 되면 먹을 걸 주는 배급체제에서 살았기 때문에 자기가 땀 흘리면서 상대방의 눈치를 봐가며 인간관계를 잘 맺어야 살아가는 자본주의하에서의 인간관계를 무척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또 감사와 책임의식이 없다. 배급체제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받아먹는 습관엔 익숙하고 남이 뭘 줘도 감사하는 마음이 없이 오히려 불평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회주의 체제하에서 국가나 당에서 시키는 일만 해온 이들은 남한에 취업해서 일을 하면 일을 잘해 보려는 책임의식이 없이 일을 대충 대충한다는 것이다. 제품을 창의적으로 예쁘고 아름답게 만들어 고객들로부터 사랑을 받아 매출을 올리려는 자본주의 체제하의 직원들 자세와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창의적으로 일을 하지 않는 그런 자세를 지적하면 고칠 생각은 않고 “탈북자라서 나를 무시한다.”고 생각해서 곧잘 사표를 내고 나간다는 것이다.

이렇게 다른 북한사람들을 대상으로 선교를 하려면 사고방식이 다른 남한사람들이 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탈북자들을 교육시켜 이들로 하여금 통일 후 북한지역에 가서 선교를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세기를 넘게 다른 체제와 문화 속에서 살아온 북한지역 사람들을 복음으로 통일하기 위해서는 탈북자들이 아니면 안된다는 게 탈북자들을 상대로 선교를 해온 분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지금 우리는 통일에 대비,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강퍅하고 거칠어진 저들의 성품이라도  이해하고 탈북자들에게는 낮은 자세로 그들을 푸근하게 감싸 안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부터 갖춰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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