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학 박사 미암 출생 전 전라남도 행정부지사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세한대학교 석좌교수

“見義不爲無勇也(견의불위무용야)”
“의로운 일을 보고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용기 없음이다.”

논어 ‘위정편’에 나오는 공자님의 말씀이라 한다.

그렇다. 공감하는 내용이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보통 사람이라면 의로운 일을 보고 모르는 척 하겠는가... 그런데도 의롭다 여겨지는 일을 모르는 척 그냥 지나치는 이들이 많기에 당연히 참여한 자들에게 오히려 각별한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젊잖게 표현하여 용기 없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비겁하다고 함이 더 솔직한 표현이요 더 자극적이다.

그런 표현을 통해서라도 비겁자의 부류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필자의 솔직한 속내를 밝히려는 것이다. 작고하신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도 의를 보고 무관심 한 이들을 향하여 ‘행동하는 양심’을 그렇게 강조하셨던 것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필자는 해방직후 세대로써 또래의 대부분이 그러하듯 참으로 어려웠던 그 시절에서부터 경제 강국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시대까지 살고 있다. 영암군 미암면 어느 농촌, 시골 초·중학교를 마치고 광주에서 고교졸업, 일반대학 진학 형편이 되지 않아 재정부담이 전혀 없었던 사관학교를 택했고 장교로 임관, 전방에서 소대장과 중대장을 마친 후 소령 때 정부 방침에 의거 국가 공무원으로 특채되었다. 그 뒤 중앙청, 청와대, 해외유학 등 중앙부처에서 근무했으며, 공직 후반부는 전남부지사와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그리고 한양대 대학원과 세한대학교에서 강의하는 것으로 공직을 마무리 했다.

필자의 개인 이력을 이처럼 장황하게 소개하는 것은 필자가 그야말로 선택받은 양지의 길을 걸어 왔다는 것과 그래서 우리세대 대부분의 계층에서 겪어봤던 민주화를 위한 데모 한 번도 제대로 해보지 않고 살아 왔다는 것을 고백하기 위함이다.

그러던 어느 날 ‘군함도’와 ‘택시운전사’라는 두 편의 영화를 감상할 기회가 있었다. 나 자신을 돌아보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민주주의를 위해 피땀 흘린 저들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가... 자유로운 대한민국의 품안에 살고 있으면서 이 나라 민주주의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 누구나 해 봤다는 데모에 얼마나 참여했으며 그로 인해 붙잡혀 조사를 받고 고문을 받아 봤는가... 민주화를 위해 투쟁했다는 어떤 일도 기억해 낼 수 없는 내 자신이 몹시도 부끄러웠다. 물론 데모만이 민주화를 위한 행위였다고 전적인 평가를 내리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필자의 모습이 너무 초라했음을 깨달은 것이다.

필자가 학생들에게 강의하던 중 “민주화를 위해 투쟁적인 기여 한 번 해보지 못해 대단히 부끄럽다”고 고백했던 기억이 새롭다. 민주주의라고 하는 진정 의로운 가치임에도 필자는 현직에만 매달려 있었던 것이다.

요즈음 우리 주변을 돌아본다. 지방화 시대가 자리잡혀 가고 지역민들의 복지향상을 위한 갖가지 정책들이 난무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이 행여 목적의 순수성을 벗어나 특정인들의 사적욕구 충족을 위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도록 필자도 용기를 내어보려 한다.

영암신문 경영진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도 의(義)를 보고 용기를 내 보라는 나름의 뜻으로 이해한 것이다. 영암을 지키고 계시는 분들! 그리고 고향을 떠나 계신 향우님들! 우리 함께 소식을 주고받으며 고향 발전을 위해 의(義)의 길을 찾아가는 용기를 발휘해 주실 것을 제안 드린다.
의로운 행위에는 의외로 방해꾼들이 따르기 마련이다. 방해가 심할수록 진정 의인은 더욱 강해진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 자랑스러운 영암신문 애독자 여러분!!! ‘행동하는 양심’을 그리도 간절하게 외치셨던 고 김대중 대통령님의 높은 뜻이 이 시대 우리에게 큰 교훈이 되고 있음을 강조 드리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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