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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무라비왕의 카리스마
영암읍 역리 生
전 동강대학교 교수 (경영학박사)
늘빛 문화교육연구소 이사장
영암군 노인대학장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고대 바빌로니아 제1왕조의 6대 왕인 함무라비왕(재위 BC1792∼1750)이 제정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성문법인 함무라비 법전에서 유래된 말로 흔히 '탈리오 법칙' 또는 동해보복법(同害報復法)이라고도 불리어지고 있다.

 동해보복법이란 '내가 당한 만큼 그대로 상대방에게 보복한다'는 것으로 개인의 복수를 정당화하고 응징하는 강제규정의 색깔이 있는 듯하지만, 법의 정신으로 보면 오히려 과도한 보복을 금하려는데 목적이 있다고 한다.
 
동해보복법의 근본적인 법 제정 취지는 고대국가가 형성되면서 그때까지 무차별, 무제약적으로 행사되었던 집단적인 복수로부터 가해자 개인에 대한 복수로 옮겨지게 하고, 복수에 대한 제재도 피해자가 입은 피해와 동일한 수준의 보복으로 감당케 하는 법률을 정하여 사투(死鬪)를 종결시키려는데 있다.
 
함무라비 왕은 기원전 1750년경, 지금부터 3,700여 년 전에 높이 2.25m 되는 돌기둥에 282조의 규정이 새겨진 소위 함무라비 법전을 세상에 내 놓았다. 이는 1901년말 프랑스 탐험대가 페르시아의 고도(古都)에서 발견됐으며, 현재 프랑스 루브르 미술관에 원형으로 소장되어 있다.

함무라비 법전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처럼 가혹한 신체형과 동태 복수주의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또 신분에 따라 법률이 다르게 적용되거나, 범죄가 우발적이건 고의적이건 간에 동일한 처벌내용을 규정하였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법 감정과 정서에 큰 차이를 엿 볼 수 있다.

 ▶남의 눈을 멀게 한 경우에는 그의 눈을 멀게 한다.

 ▶귀족이 평민의 눈을 멀게 하거나 뼈를 부러뜨리면 은 1마나(약80그램)를 지불한다.

 ▶돈을 빌린 자가 갚기로 약속한 날에 갚지 않으면, 그 아들은 돈을 빌려 준 자의 집에  서 3년 동안 일을 해야 한다.

 ▶남의 결혼상대인 처녀를 범했을 경우, 현장에서 잡히면 남자는 사형이고 여자는 방면된다.

 ▶불을 끄러 온 사람이 그 집 재물을 탐내어 절취했을 경우, 그 사람을 불 속에 던진다.
 
이와 같이 함무라비 법전 상에는 죄 값에 대하여 태형이나 사지절단, 사형 등 엄중한 체벌이 정해져 있고, 특히 여자, 어린아이, 노예들의 기본복리를 위한 문제들을 법제화 한 것을 비롯해, 상거래의 공평성 유지와 재산보호, 분쟁조정을 위한 표준절차와 자연재해로 인한 가뭄과 홍수 피해자들에게 채무를 탕감하는 현대식 재해보상제도까지 마련되어 있어 실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함무라비 법전 전문에 있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바빌론의 보호신 마르두크가 인민을 다스리고 나라에 도움을 주도록 당부했으므로 나는 이 땅의 언어로 법과 정의를 세우고 인민의 복지를 세웠다.(중략) 사악한 자를 없애고 강자가 약자를 억압하지 않도록 신이 법전을 주었다.」
 
이는 당시 함무라비 왕이 신으로부터 법의 정신을 전수 받았다는 법신수사상(法神授思想)을 알 수 있게 하는데, 함무라비 법전은 단순히 제한적 응징의 법칙만이 아니고 당시 법이 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바빌로니아인이 인류에게 남긴 가장 큰 유산인 함무라비 법전이 세상에 나온 지 3,700 여년이 됐다. 이 법전은 당시의 사회가 3계층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지배계층은 사제 및 세속 귀족들, 일반시민 계층은 상인 및 농민들, 최하위 계층은 그 숫자가 급증하고 있던 노예들이었다. 따라서 3가지 형태의 법조문이 각 계층에 다르게 적용되었으며, 동일한 계층 내의 모든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법 앞에 평등하였다.
 
고대사회의 형법은 일반적으로 신분의 차이에 따라서 형벌의 정도가 다른 것이 보통이었다. 함무라비 법전의 특색은 이러한 계층의 차이를 법조문으로 명확하게 표현하였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이 법은 죄에 대한 처벌에 있어서 원시적인 성격을 띠고 있었다. 법조문을 통해 볼 때, 특히 귀족계급 내에서는 그 처벌이 몹시 가혹하였다. 만일 어떤 귀족이 다른 귀족의 눈을 멀게 했다면, 그 가해자의 눈도 멀게 하였다. 그러나 귀족이 다른 계층에게 해를 입힌 경우에는 그 처벌은 다소 가벼웠다.
 
엄청난 죄를 짓고도 ‘잘못함’을 모르고 오히려 뻔뻔스런 짓들을 하고 있는 세상이다. 대한민국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피고인들의 재판이 고대 바빌로니아 제1왕조 6대왕인 함무라비 재위 때라면 어떻겠는가? 부질없는 생각이지만, 함무라비 법전과 함무라비왕의 카리스마를 떠올려 본다.

김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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