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 벚꽃 백 리 길[155]
■ 구림마을(64)

구림마을 죽림정 입구 왼쪽에 이순신 장군과 연주현씨 집안과의 인연을 기념하여 세운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죽림정 내부에 장군의 친필 글씨를 복사하여 전시해 놓았다. 현건은 김억추 등과 함께 판옥선을 한 척 건조하도록 도움을 주었다 한다. 죽림정은 참으로 역사가 깊고 사연이 많은 곳이다.
구림마을 죽림정 입구 왼쪽에 이순신 장군과 연주현씨 집안과의 인연을 기념하여 세운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죽림정 내부에 장군의 친필 글씨를 복사하여 전시해 놓았다. 현건은 김억추 등과 함께 판옥선을 한 척 건조하도록 도움을 주었다 한다. 죽림정은 참으로 역사가 깊고 사연이 많은 곳이다.

현주현씨 사직공파 영암문중의 중시조인 현윤명의 14세손 현덕승(1555~1627)은 조선시대 병예조정랑, 사헌부 지평(正5品), 정읍 현감 등을 지낸 인물이다. 충무공이 현덕승에게 보낸 서찰은 1589년( 선조 22년), 1591년(선조 24년), 1593년(선조 26년) 등 모두 3통이 남겨 있다. 특히, 1593년 7월 16일 보낸 서신 내용 중에 ‘若無湖南是無國家(약무호남시무국가)’라는 글이 있고, 웅포해전에서 승리한 후 한산도로 옮겨가는 전투상황을 상세하게 전해주고 있다.

또 영암에서 태어나 구림대동계 초대 동장을 지내고 회사정 건립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현건(1572~1656)은 연주현씨 15세손으로, 현덕승이 당숙이다. 조선시대 감역공(監役公, 從9品)과 군자주부(軍資主簿, 從5品)를 지냈으며, 영암에 처음 터를 잡은 영암사직공파 현윤명(12세손)의 증손자다. 감역공과 군자주부는 배 건조 및 군수물자 조달과 관련된 벼슬로 추정되며, 무과에 급제하여 군관으로 활약했던 이충무공과는 업무적으로 뿐만 아니라 사적으로도 각별한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충무공이 현건에게 보낸 서찰은 1585년(선조 18년), 1587년(선조 20년), 1597년(선조 30년), 1598년(선조 31년) 등 모두 4통이다. 

명랑해전 당시 판옥선 한 척 건조
판옥선은 당시 명량해전을 앞두고 있던 충무공에게 군자주부로 있던 현건이 김억추 등과 함께 자금을 마련해 건조토록 도왔으며, 충무공은 이때 만들어진 판옥선 1대를 추가해 13척의 판옥선으로 명량해전에 참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약무호남시무국가’의 첫 기록
1593년 7월 16일 현덕승에게 보낸 서신에서 ‘약무호남시무국가’라는 글귀가 등장한다.

다음은 충무공이 현덕승에게 보낸 편지 원문을 번역한 내용 일부다. 
“찬바람이 나는 계절에 정중 기체후 평안하시다니 마음속으로 말할 수 없이 위로가 됩니다. 척하는 병대에서 적고를 해서 국은이 망극하시어 정헌대부로 승진하여 주시니 감송함이 그지없습니다. 가만히 생각건대, 호남은 우리나라의 보장이니 ‘만약에 호남이 없다면 이는 국가가 없어진 것’(若無湖南是無國家)임으로 어제 한산도로 진을 옮겨서 바닷길을 차단하려고 계획하였습니다”

이어서 충무공은 편지 말미에 이렇게 적고 있다.

“난리 가운데서도 구정을 잊지 않고 멀리 위문을 해주시고 겸하여 각종의 물품을 받고 보니 모두가 진중에 귀물이어서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어느 날에나 이 비린내 나는 먼지를 털어버리고 옛날 종유하던 회포를 풀어볼지 알 수가 없고 답답할 뿐입니다.”

위 내용으로 보아 두 사람 간의 두터운 친분과 전쟁터에서 이충무공 심정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서호강·월출산에 대한 충무공의 추억
또 현건과 주고받았던 충무공의 편지 중에는 이순신이 마지막 싸움터인 노량해전에 적의 총탄을 맞고 숨지기 전 진도로 부임하면서 영암의 서호강(西湖江)과 월출산의 명승이 언급되기도 했다.
즉, 1598년 11월 19일 54세 때 전사한 충무공은 그가 죽기 전 9개월 전인 2월19일 감역공이던 현건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어제 고금도(완도)로 진을 옮겼는데 순천에 있는 왜적과 백 리 사이나 되게 진을 옮겼으니 그에 대한 근심 걱정이 되는 것은 어떻게 말로 다 하겠습니까. 지난 신묘(1591)년에 진도로 부임할 때에 귀댁이 있는 마을 앞을 지나면서 서호강과 월악(월출산)의 명승을 상상하고, 지금도 이 병란 중에서도 늘 생각이 나곤 합니다”(중간생략…何可盡旣去辛卯出宰沃州時路過仙庄每想西湖月岳煙雲樹竹之勝未嘗不馳神兵亂之中不忘世好…이하생략)라고 적고 있다.<계속>      
 글/사진 김창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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