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 벚꽃 백 리 길[140]
■ 구림마을(49)

태호공 조행립의 회사정 원운(原韻)을 새긴 편액. 회사정 내부 상단에 걸려 있다. 후대에 회사정을 찾은 시인 묵객들은 이 운을 토대로 차운시(次韻詩)를 짓는 경우가 많았다.

 회사정 편액 설명자료 필요
영암에는 곳곳에 가볼 만한 정자가 꽤 여럿 있다. 그런데 나름대로 역사가 있는 정자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사항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문미(門楣)에는 정자 이름을 새긴 편액이 걸려 있어야 하고, 각 기둥에는 주변 풍광을 읊은 시구를 적은 주련(柱聯)이 걸려 있어야 한다. 또 정자 내부 상단에는 정자의 내력을 기록한 기문과 여러 시인 묵객들이 남긴 시문을 새긴 편액들이 걸려 있어야 한다. 답사한 정자의 참멋을 느끼려면 사실 이러한 편액들의 내용을 해독할 수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이 한자로 기록되어 있어서 현대인들은 읽고 해석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요즘에는 한글로 해석한 글을 따로 비치해두는 정자들도 생겨났다. 구림 회사정에는 주련에 대한 한글 설명 외에 아직 다른 해설판은 없다. 
회사정 상단에는 구암공 임호가 쓴 회사정기와 분서공 박미가 쓴 회사정기 두 개의 기문이 함께 걸려 있다. 또 현유후가 지은 회사정 상량문, 백헌 이경석의 서호십경, 간재 최규서의 서호십경, 태호공 조행립이 지은 회사정운, 그 외에 시인 묵객들이 남긴 차운시 등을 새긴 편액들이 가득 걸려 있다.
영암의 이름난 정자 중에 가장 많은 편액이 걸려 있는 정자인데 회사정을 찾는 탐방객들을 위해 한자를 한글로 해석한 소책자를 만들어 비치해 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회사정은 호남의 8대 정자로 이름난 정자인데다 구림을 대표하는 상징물인데, 영암군에서 구림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그 정도의 친절은 베풀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임호의 회사정기와 박미의 회사정기, 최재서의 서호십경은 지난 호에서 자세히 설명했으므로 이번 호에는 태호공 조행립이 1640년 회사정을 중창하면서 지은 회사정 원운을 소개하기로 한다. 

조행립의 회사정 원운(原韻)
복사꽃과 배꽃으로 단장하고 물을 끼고 도는 마을에
우뚝 솟은 누각 웅장도 하네
남으로는 가학산 가로질러 신선 발자취 가깝고
북으로는 주룡강을 접하여 고깃배 돌아드네
구정봉 창공 위에 벽같이 진압하여
두 바위 외롭게 구름 밖에 떠 있네
해마다 춘추 사일(社日)이면 여러 현인들 모여
뜻을 다해 환호하고 백 잔을 기울이네

남전 유약을 이 고을에서도 시행하니
많은 어진 사람들 두 줄로 서있구나
읍하고 겸양하는 의례있어 풍속을 이루었고
초상장사 여한 없이 규범으로 잘 지키네
그르고 옳은 것 다 공정을 기하고
어른과 어버이를 공경하여 패륜과 광기를 경계하며
후생에게 훈계하여 근면을 권려하고
한마음으로 준수하여 몇백 년 강해졌네

회사정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 건축물로 10개의 기둥과 4개의 활주가 웅장한 골기와 지붕을 떠받치고 있다. 10개의 기둥에는 각기 주련이 걸려 있는데 회사정의 면모를 알려주고 있다. 회사정 주련에 새겨진 시구는 다음과 같다. 

회사정 주련
천만가지 현상이 하늘 속에 그려져 있어
칠십 계원들이 선경 속을 바라보네.
겨울산의 푸르름이 병풍처럼 서 있고
눈썹같은 하얀 물결 거울 같은 호수로 이어졌네.
집집의 뽕나무와 감나무가 큰 동네를 이루었고
언덕 위의 소나무와 대나무 사이로 시내가 흐르고 있네.
머리가 센 많은 노인들이 난간에 둘러앉아 있고
여러 어른들이 물 위에 술잔을 띄우고 있네.
인후한 미풍이 있는 마을은 예부터 바르게 사귀며
지금도 향음주례로 술자리에서 잔을 올리네.

萬千氣像畵中天(만천기상화중천)
七十衣冠望裏仙(칠십의관망이선)
皆骨撐靑屛帳立(개골탱청병장립)
一眉拖白鏡湖連(일미타백경호연)
家家桑柿封千戶(가가상시봉천호)
岸岸松筠間一川(안안송균간일천)
鶴髮僥欄唐九老(학발요란당구로)
羽觴泛水晋群賢(우상범수진군현)
里仁自古交隣誼(이인자고교린의)
鄕禮至今獻爵筵(향례지금헌작연)

회사정의 다양한 볼거리
회사정에는 아름다운 소나무 숲과 문자 향 가득한 편액 외에도 여러 가지 흥미로운 볼거리를 지니고 있다. 문곡 김수항 영암적거유적지비, 독립운동가 박규상 선생의 업적을 기리는 기적비, 마을 사람들이 모여 제사를 지내던 회사(會社)제단, 마을의 법규를 어긴 사람을 혼내주던 데 사용된 훈육석(訓育石) 등 다양한 볼거리가 회사정 주변에 산재해 있다. 자세한 설명은 다음 호에서 다루고자 한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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