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 벚꽃 백 리 길[133]
■ 구림마을(42)
다음은 임호가 그의 문집에 남긴 몇 편의 시(詩)다. 그가 시에서 묘사한 문수사, 요월당, 쌍취정, 서호정은 현재 소실되고 남아 있지 않다. 구림마을의 원형은 바로 이렇게 근거가 확실한 것들을 복원했을 때 되살아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문수사 아래 시냇가에서 이척장의 시에 차운하여
시냇가 반석은 스스로 편편한데
북쪽으로 보이는 산들 눈 아래 들어오네
해 저물녘 봄빛 가득 읊조리며 돌아오니
기우제 지낸 천년 자취가 바로 나의 스승일세
요월당에서 감회를 적음
- 삼가 중부 석천(임억령) 선생의 운에 따라 지음
서호 바닷가에서 돌아와 누웠더니
문밖에서 부르는 소리도 그만 싫더라
일이라는 게 책 보는 것이요
산다는 게 물 한 그릇에도 즐거움일세
임금의 은혜 내게는 멀어도
태평성세 혼자서 노래하네
요월당 앞 둥근 달은 밝기만 하여
백발만 소소히 반짝이도다
쌍취정(雙醉亭)
노랗게 익은 벌판은 십 리에 펼쳐져 있고
허공의 기러기 떼 울음은 가을을 알리는구나
옛사람 지난 일을 찾으니 자취 없고
둘이 취한 그때의 우정은 어디 있는고
서호정
비길 데 없는 빼어남으로 명승을 이루어
악양루 빼어난 누각과 다를 바 없네
넓고 평평하게 차오르는 거울 같은 물결
포구에 밀려드니
흔들리는 둥근 달이 호수에 비치네
해오라기 어지러이 나니
온통 눈이 내리는 것 같고
병풍처럼 에워싼 푸른 숲은 그림인 듯 하네
붓을 갈겨 시 짓기 좋은 곳 바로 이곳이니
어찌 겁 많은 늙은 이 몸
날마다 술병 끼고 살지 않으리
도갑사를 읊음
백척의 홍진이 인생 세간에 가라앉으니
까닭 없이 답답한 마음에 청산을 찾았네
소나무 문 천축에서 스님을 만나 이야기하니
문득 깨달음을 얻어 한나절이 한가롭도다
죽도에서 노닐다(遊竹島)
호수 가운데 이슬 내려 풍경은 또렷하니
마치 신선이 이곳에 내려왔나 싶구나
물결 높아져 하늘 높이 치솟아 눈발 내리는 듯하고
이름은 죽백에 드날려 푸르름을 머금었도다
고금의 나그네 수심은 어느 정도였던고
풍월을 읊는 시인은 취했다 깨었다 하네
에애 에애 노젖는 소리에 어둠이 찾아오고
이미 돛대 올려 서쪽 정자에 배를 대는 줄 알겠도다
<출처: 남호처사 구암공 유고 제1권>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