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 급변하는 농업환경… 돌파구 찾아야
후쿠오카 타워 전망대에서 한국농업의 미래 그려

영암농업의 불씨 역할 

오후 2시15분, 구마모토항에 도착하여 버스를 탄 채 승선하여 시마바라로 향했다. 버스에서 내려 객실에 올라와 일본에 온지 처음으로 군데군데 모여 이런저런 세상사는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운다. 마음이 한가해지자 병상에 계신 시어머님도 가족들도 축사도 누렁이들도 걱정되어 잠시 마음이 숙연해진다. 매일 병원 간호사실에 전화로 시어머니 안부를 살펴보지만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주부들은 교육을 가거나 여행을 떠나면 집안일 할 필요 없고, 반찬 걱정할 일 없고, 누렁이들 밥 줄 일도 없어 편하고 좋은데, 이번 연수는 여러 가지로 부담이다. 개인적인 사정은 차치하고 우리 주머니를 털어서 가볍게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지역에 돌아와서 주어진 혜택(?)만큼 뭔가 값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을 대상으로 생산하는 농축산물이 아니라 글로벌 시대에 맞게 각종 국제협약에 맞추어 고민하면서 농축산물을 생산해야 하고, 급변하는 농업환경 속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면 이제까지의 관행농법에서 벗어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정부와 농협이 제시한 방법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영암군 여성자치대학 심화과정에서 영암농업의 불씨 역할을 기대하며 가장 먼저 혜택을 받은 우리는 먼저 깨달은 정보를 이웃과 나누고 공익을 위해 뭔가 작은 희생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부담 때문일까?

7월 4일 아침, 호텔을 출발하여 1990년 화산 폭발 현장인 보현악에 도착했다. 지붕만 남아있는 당시의 처참한 상황을 후손들에게 교훈으로 남기기 위해 그대로 보존해 놓았단다. 그때의 참상이 전해지는 듯했다. 나가사키 원폭 자료관으로 가기 위해 1시간여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큐슈 ‘지역단체상표제도’로 보호받고 있는 카스테라가 유명한 치지와 전망대에 도착하였다. 우리는 카스테라 1천420엔짜리 4개를 구입하여 일행들과 맛을 보고 가족들을 위해 더 구입하는 이들도 있었다. 매우 달고 부드러웠다. 고속도로 주변 산기슭에 감나무들이 많이 심어져 있다. 바람 때문인지 계단계단 측백나무로 방풍림을 두른 것이 이채로웠다.
▲ ‘후쿠오카의 오늘을 보고 미래를 그리면서~’ 라고 쓰인 후쿠오카 타워 앞에서 일행들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주변 논들은 시멘트로 논둑을 만들었고, 군데군데 촌락을 이루고 있는 집들은 모두가 회색빛의 지붕을 하였으며 습기 때문인지 대부분 2층집이었다. 한참을 가는데 제법 커 보이는 저택 마당에 독일 폭스바겐에서 생산한 빨강색 뉴비틀이 있었다. 회색지붕의 2층집과 파란색 잔디정원과 빨강색 뉴비틀, 동양의 농촌에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참 예뻤다.

긴 여정을 끝내고
가기 전에 일본인들이 역사교육의 현장으로 쓰는 원폭 자료관을 가야하는지 논란이 있었지만, 나가사키 원폭 자료관에 도착하였다. 1945년 8월 9일 11시 02분 한발의 원자폭탄이 투하되어 나가사키 거리는 대부분이 파괴되었고 겨우 살아남은 피폭자들은 아직도 고통 속에 있다고 한다. 이 자료관은 1996년 4월에 피폭 5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개관하였으며 전시실과 서점·도서실·영상실·휴게실·평화학습실 등을 운영하고 있었다.

전시실을 돌아보던 중 사진 한 장이 눈길을 끈다. 일본군이 활동하고 있는 내용을 연도별로 전시하고 있었는데, 1938년 사진에 부녀자들이 사격훈련을 하고 있는 사진이 소개되어 있었다. 대한민국의 딸들은 강제로 정신대에 끌려가 갖은 고초를 당하고 있을 때인데, 그들은 전쟁을 위해 부녀자까지 사격연습을 하고 있다니...36년간 일제의 압제를 당한 우리는 원폭투하가 아니었으면 일본이 항복하지 않았을 것이고, 우리나라가 어찌 되었을지 끔찍하지만 그들은 정반대의 생각이리라.

그들이 원폭피해 현장을 역사교과서로 삼아 후세들에게 어떻게 교육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날도 많은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자료관을 찾았다. 당시의 참상을 VTR 상영은 물론 평화학습실에서 피폭자들이 직접 피폭체험담을 들려주면서 어린 학생들에게 역사의식을 깨우치고 있는 그들을 보면서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인 희생자들을 기념하는 작은 위령비 앞에 조용히 묵념하면서 일본 보다 경제력을 키우는 길이 초라함을 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7월 5일. 오전 8시30분 호텔을 출발하여 모모찌 해변으로 향했다. 진도 7급에 견딜 수 있고, 풍속 63m의 바람에도 견딜 수 있는 123m 높이의 후쿠오카 타워(전체 높이 234m)에 올라 전망대에서 후쿠오카 시내와 모모찌 해변을 내려다보니 하카다 타워에서 보았던 것보다 더 아름다웠다. 안내 팸플릿에 설명되어 있는 글귀가 눈에 띄었다.

“후쿠오카의 오늘을 보고 미래를 그리면서...” 이번 일본농업 연수 중 보고 느낀 모든 것들을 모아 우리가 실천해야 할 과제를 요약해 준 한마디였다.

11시50분, 후쿠오카 공항을 출발하여 오후 1시10분 인천공항에 도착하였다.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밖은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데, 우리는 흥겹게 집에 도착하니 오후 9시 10분이었다. 축산 관련 부문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남긴채...<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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