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기 만들었던 점등마을 지금은 폐촌되어‘1사1촌’ 자매결연 성공적 모델로 떠올라

 

마을앞 넓은 들판

‘장수마을’로 시범운영되고 있는 망호리는 마을주변에 연방죽, 꽃길, 팔각정 등이 속속 들어서 더욱 아름다운 마을로 가꿔지고 있다.
망호리의 자연·지리적 환경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마을들이 그러하듯 전형적인 배산임수형 배 형국을 입지조건으로 기반을 두면서도, 내용적으로 보면 경지의 분포나 집촌의 위치가 다른 마을 사례들과는 조금 다른 면을 지니고 있다. 즉 이 마을은 대체로 산곡 간에 터를 잡은 전통적인 반촌의 입지와 달리 덕진천 연안의 넓은 간척지를 기반으로 하는 강변마을이라는 점이다. 이는 마을들이 북서쪽으로 뻗어 있는 영산호(강)의 한 지류인 덕진천의 줄기에 연결되어 마을이 형성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러한 지리적 환경과 양호한 생활조건은 마을을 풍요롭고 윤택하게 만들었다. 서남북쪽으로 펼쳐진 평개들, 새가들, 구래들, 원우들, 정갱이들, 함정동골, 뒷들, 수산리들, 구해창들, 수랑골, 안골, 계상재골 등은 영암의 주요 곡창지로서 망호리 주변마을 일대와 송평리 등에 걸쳐 있다.


이처럼 넓은 들을 바로 앞에 두고 있는 망호리 마을은 관개용수 또한 편리하여 저수지는 마을의 동쪽 계상재골에 위치한 조그마한 방죽 하나가 유일하다. 나머지 농경지의 용수는 마을 북서쪽에 위치한 덕진천(영암천)과 그 지류인 망호천, 회문천으로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막아 농업용수로 이용하였다. 이중 망호천은 망호정 마을 앞 넓은 평야를 남북으로 가로 지르는 하천으로서, 이곳에는 들치깃보, 승만보, 삼대보 등을 축조하여 농업용수로 사용하였으나 현재는 승만보와 삼대보만 남아있을 뿐이다.


그리고 망호리와 송평리를 구획짓는 회문천에는 개정보(정갱이보)가 있었으나 1985년 경지정리가 되면서 없어졌고, 7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배나태(湖陰亭;배마태)에는 배가 들어올 수 있었다. 그러나 80년대 초반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영산강하구에 4.3km의 둑을 쌓으면서 뱃길이 끊겼다. 최근 영산호 일부 상류가 물고기도 못 사는 5~6급수로 전락하였다. 친환경농업을 비롯한 생태계가 초비상이 걸려있는 셈이다. 썩은 물을 되살려야 하는 치수(治水)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참빗 주산지 맥 끊겨

망호리의 토지이용 상황은 총면적이 155㏊로서 그 중 논이 128㏊, 밭이 49㏊ 그리고 임야는 47㏊로서 논이 차지하는 비율이 82.5%에 이른다. 따라서 쌀농사가 중심을 이루고 그 외에 약간의 밭작물이 재배되고 있다. 이와 같이 밭이 귀한 곳이었고 또한 산지가 마을 가까이에 있지 않아 땔감이 귀했다. 경제활동과 관련하여 특이할 만한 것은 망호리는 일찍부터 참빗의 생산지로 널리 알려져 왔다는 사실이다. 근래에 이르러 참빗의 수요가 격감하여 현재는 맥이 끊겼으나 1930~40년대에는 일본, 만주 등지까지 수출이 될 정도로 호황을 누리기도 하였다. 몇 년 전까지 이식우씨가 참빗 도지정 무형문화재로 기능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세상을 떠나 아쉽기만 하다.


망호리 동북쪽 등성이에 있는 점등마을에서는 고려 때부터 옹기를 만들었으나 지금은 폐촌이 되었다. 바로 옆 쓰레기소각장 아래 있던 단오(端午) 마당에서는 모래사장이 있어서 바닷물과 민물이 교차하여 모래찜을 하면 통증이 없어진다 하여 해마다 단오와 백중날 팔월 열이렛날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모래찜을 하였다. 덕진강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면 연적봉  부춘정에 이르니 그 옛날 강변에는 하동(夏童)들의 추억이 서린 곳이다. 덕진천, 망호천, 회문천이 각기 흐르다가 합수되어 영암천에 이르니 주변에는 천혜의 갯벌이 광활하게 펼쳐져 물고기와 조개, 해초류 등이 풍부한 지상낙원이었다. 지금은 간척사업으로 논으로 혹은 갈대밭으로 변하고 강변에는 풍수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대대적인 제방공사가 지금도 진행 중이다.


1사1촌’ 도·농교류 활발

망호리 동쪽으로 광주-강진간 국도가 있고, 일제 강점기에 군량미를 해상으로 수송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암-배나태간 도로가 있었으나 최근 마을을 관통하는 영암초등학교-덕진간 우회도로가 개통되어 대표적인 반촌마을에도 변화의 물결이 넘실거리고 있다. 이 마을의 노령 인구비율도 전국 평균보다 훨씬 높아 고령화에 따른 농업 후계인력 확보가 당면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젊은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시장개방에 대응해 농업경쟁력을 강화하고 고령농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로 농산물을 생산하고, 농업연구기관과 영암농협의 지원을 받아 친환경농사를 짓고 있다.


‘장수마을’로 지정받기도 한 이 마을은 고령농민과 젊은 농민들이 서로 그룹별 조를 만들어 협농을 하고 농지의 규모화 등 농업구조 개선에도 나서고 있다. 특히 국내 증권업계의 선두주자인 현대증권과 ‘1사1촌’ 자매결연을 맺어 도·농교류의 전국적인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이로 인해 한때 쓸쓸했던 마을이 요즘은 생동감이 넘쳐나고 있다.


최근 수년사이 게이트볼장, 팔각정, 솔밭 쉼터, 연방죽, 꽃길, 한옥개량사업 등이 영암군과 농협의 지원에 힘입어 활발히 전개되어 더욱 아름다운 마을로 탈바꿈하고 있으며 주민들의 유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마을과 기업이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이를 주선한 농협의 역할도 커졌다. 가교 역할은 물론 마을 편의시설을 확충하는 공사도 착수하고 있다. 바로 스스로 자조하는 농촌마을과 농촌사랑운동이 주는 변화의 힘이다. 참 기분 좋은 변화가 아닐 수 없다.<계속>

/영암신문 명예기자단 자문위원=서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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