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 희(영암읍 망호리 출생한국철도기술연구원 연구관)


내가 태어난 곳, 월출산 자락의 망호정. 항상 포근한 마음의 고향이다. 머지않아 민족의 대명절인 추석이 닥아와 더욱 생각나는 고향이다. 이곳 동네 형님과 상옥 아제한테서 전화를 받았다. 영암 유지들의 참석하에 ``반남아짐``의 생일상을 차려준다고 그 내용을 영암의 소식을 전해주는 영암신문에 내달라는 내용이었다.

내가 가끔 영암신문에 기고한 죄(?)로 전화를 걸어 ``동정란``에 표출해달라고 할까? 생각하다가 기왕이면 간단한 토막글을 써 보내야 좋을 것 같아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고향의 지자체에서 노인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한다는 그 자체에 기분이 좋아서 글이 쓰고 싶어졌다.

흔히 시골 마을에서 부르는 댁호가 있는데 정순임(1919년생)씨는 반남댁이다. 나주시 반남면에서 망호리로 시집오셨고, 생일 날자는 음력으로 7월10일이다. 남편 이상갑씨는 돌아가신지 50여년이 되어 혼자서 반평생을 살고 계신다. 슬하에 딸 한분 계신데 결혼하여 인천에 살고 있다. 유명한 탤런트 정보석씨가 반남아짐의 조카라고 들었다. 아짐은 나로서는 재당숙모뻘 된다. 나는 이분의 호칭을 보통 ``반남아짐``이라고 부른다.

명절이나 제사를 지내러 고향에 내려갈 때마다 반드시 반남아짐댁에 들린다. 이 댁을 방문하면 항상 동네 어느 누구집 보다 깨끗하게 정리정돈 되어 있고, 집안 곳곳이 청결하여 연세드신 이 분의 인품을 다시 생각케 해준다.

어렸을 적 기억을 더듬어 보면 아짐은 읍네교회를 다니셨는데, 지금도 교회를 다니신다고 한다. 젊었을 때 남편을 잃고, 딸 시집 보낸 후 홀로 긴긴 세월을 보내신 것도 신앙과 믿음으로 이겨냈거니 하고 생각해 본다. 금년 봄 고향에 내려갔을 때 아짐댁에 들렸는데 노트에 한글이 빡빡하게 쓰여 있다. 치매예방 겸 성경공부를 위해서 성경책을 수시로 쓰고 계신것이다. 아짐, 오래오래 사십시오. 85회 생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망호정은 400년 전부터 이루어진 협동이 잘 되어 남들이 부러워하는 집성촌으로, 친척애가 두텁다고 볼 수 있다. 가족사랑이 친척애로 확대되고, 친척애가 애향심으로 확대되고, 애향심이 애국심으로 확대되도록 하는 것이 우리문화의 기본이다. 윤리도덕이 땅에 떨어졌다고 하는 요즈음에, 영암고을 각급 기관과 단체는 ``노인들의 잔치`` 같은 다양한 효도행사를 자주 펼쳐서 윤리도덕이 회복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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