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의 송        학산면 광암마을生​​​​​  ​​​​​​전 농협중앙회 신용대표이사​  ​​전 농민신문사 사장​  연주현씨 전국 대종회장
현 의 송        학산면 광암마을生​​​​​  ​​​​​​전 농협중앙회 신용대표이사​  ​​전 농민신문사 사장​  연주현씨 전국 대종회장

“자연은 치유의 힘, 추억은 가장 좋은 병원이다.”

이 말은 단순한 비유가 아닙니다. 살아오며 몸과 마음으로 확인한 진실입니다.

어린 시절, 나는 냇가에서 멱을 감고 들꽃을 꺾으며 뛰놀던 기억을 지금도 생생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던 미꾸라지를 쫓아 하루해가 다 가는 줄도 몰랐고, 들판에 눕다 깜박 잠든 적도 많았습니다. 그때의 경험이 오늘날 나를 지탱하는 힘이자, 삶을 버텨내는 마음의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도시화 된 오늘의 사회에서 아이들은 더 이상 흙을 밟을 기회조차 얻기 어렵습니다. 새벽이면 부모는 일터로, 아이는 학교로 흩어지고, 온 가족이 저녁에야 겨우 다시 모입니다. 하루 세끼 중 한 끼라도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둘러앉는 일이 드물어졌습니다. 하지만 그 밥상이야말로 예절과 감사, 사랑과 인내를 배우는 가장 소중한 교실이었습니다.

나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수저를 드시기 전까지 기다리며 예절을 배웠고, 밥상머리에서 나눴던 대화 속에서 가족애와 공동체의 의미를 익혔습니다. 오늘날 아이들의 공중도덕 의식이 약해진 것은 어쩌면 이 ‘밥상머리 교육’이 사라진 탓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스라엘 유대인들은 안식일마다 온 가족이 모여 포도주를 나누고 화해의 의식을 이어갑니다. 어린아이에게조차 유아용 포도주를 주며 전통을 지켜나갑니다. 가족 간의 평화를 선언하고 나누는 이 식탁의 문화가 그들 공동체를 지탱해 온 힘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추억을 자녀에게 물려주고 있습니까? 추억은 강장제입니다. 흙을 밟고, 숲을 걷고, 산새 소리를 들으며 살아가는 경험은 그 자체로 치유이자 배움입니다. 숲에서 만난 작은 야생화를 하나도 아이들에게는 살아있는 교과서요, 삶의 근력이 됩니다. 일본이 ‘산림환경세’를 도입해 미래 세대에게 녹색 기억을 정책적으로 준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겁니다.

연애 시절을 돌아보면, 사랑하는 이를 위해 함께 어디로 갈지, 어떤 시간을 보낼지 고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자녀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디서 어떤 시간을 함께 보내야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까, 그 고민이 곧 사랑입니다. 부모가 남겨주는 가장 따뜻한 선물은 돈도 아니고 물건도 아닌 바로 이 추억입니다.

결혼생활이 힘겨울 때 연애의 기억을 꺼내어 위안을 얻듯, 인생이 고단할 때 어릴 적 자연 속에서의 추억은 아이들에게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됩니다.

“어디라 없이 문득 길 떠나고픈 마음이 있고, 누구라 없이 울컥 만나고픈 얼굴이 있다.”

나태주 시인의 이 구절처럼, 아름다운 추억은 가슴속에 피어난 붉은 꽃과 같습니다. 언제든 다시 꺼내어 보고 싶은 풍경이 되어 평생을 함께합니다.그러니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자연에서의 추억을 만들어줍시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남겨줄 수 있는 가장 따뜻하고 강한 유산이며, 아이들의 마음에 심어주는 진짜 ‘미래’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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