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북농협 1억 수표 인출…주민들 불안에 떨어
군청·공사 직원 사칭 노쇼 피해도 속출 ‘분통’
최근 영암에서 보이스피싱 피해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지역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신북 소재지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달 신북농협에서 1억 원짜리 수표를 인출해 보이스피싱 조직에 그대로 건네는 피해를 당했다. 당시 농협 직원들은 반복적으로 출금 사유를 확인하며 범죄 가능성을 의심했지만, 피해자는 “노후 대비 투자금”이라며 강하게 주장해 결국 피해를 막지 못했다.
농협 측은 업무 종료 후에도 피해자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며칠 뒤 보이스피싱 피해가 확인되면서 지역사회에서는 “결국 피해 예방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농협 관계자는 “보통 보이스피싱은 현금 인출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번 사례처럼 수표 인출로 이어진 경우는 대응하기가 훨씬 더 어려웠다”며 “농협 본사 확인 결과, 수표 인출을 통한 보이스피싱은 전국 최초 사례”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얼마 전 영암성실새마을금고 직원이 보이스피싱을 조기에 인지해 112에 신고, 피해금 3천900만 원 인출을 막은 사례와 비교되며 금융기관 간 대응 격차 논란으로 이어졌다.
보이스피싱은 단순 금융사기를 넘어 농촌 일상 곳곳으로 침투하고 있다. 최근에는 요식업, 숙박업, 건설업 등 가리지 않고 영세상인을 상대로 예약 후 나타나지 않거나 추가 물품을 대신 구입하도록 속이는 ‘노쇼 사기’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범인들은 농어촌공사 직원이나 군청, 한전 등 공무원을 사칭해 위조 신분증이나 명함을 제시한 뒤 기관 물품 구매를 빌미로 대리 구매를 요구하고, 특정 유통업체를 통해서만 물품을 받을 수 있다고 속여 사업주가 대금을 입금하면 그대로 잠적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
실제, 최근 영암읍 내 소상공인 B씨는 농어촌공사 영암지사 직원을 사칭한 범인으로부터 “수의계약을 하겠다”는 제안과 함께 자신의 명함과 계약서까지 보냈다. A씨는 곧바로 계약을 체결한 뒤 사전에 요구한 물품대금을 송금했지만, 조작된 사실을 뒤늦게 알고 충격에 빠졌다. 범인은 온라인 송금을 받은 후 전화와 문자를 통해 “고맙다. 추가로 일을 주겠다”는 등 기만적인 행태를 보여 더욱 분노를 사고 있다.
B씨는 “범인들이 실제 근무 중인 직원의 명함까지 이용해 가뜩이나 어려운 처지에서 한 푼이라도 벌기 위해 애쓰는 소상공인들에게 엄청난 타격을 주고 있다”면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신준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