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투자·스마트빌리지로 에너지 자립 실현
환경 훼손 논란 속에 지속가능 해법 모색도
지난 2018년 12월 19일 철원군 문혜5리 마을회관에서는 주민참여 투자 체결식과 스마트 마을회관 개소식이 열렸다. 주민들이 직접 발전사업에 참여해 수익을 얻고, 마을 발전과 생활복지로 이어지는 주민참여형 발전 모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주민이 체감하는 변화
문혜5리 주민들은 이날 체결식을 통해 발전소 수익 일부를 배당받는 투자 구조에 참여했다. 단순히 토지를 제공하거나 보상만 받는 방식이 아니라 주민 스스로 주체가 되어 발전소 사업에 동참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철원군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모형 펀드도 함께 마련돼 특정 마을만이 아닌 철원군 전체가 혜택을 공유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문혜5리는 마을 전체에 태양광 설비를 갖춘 스마트그린빌리지 시범지로 조성됐다. 주민들은 전기요금 부담이 눈에 띄게 줄어 월 5천 원 이하로 생활비를 크게 절약하고 있다. 전기사용량이 가장 많은 한 겨울에도 대부분 가정은 5만원이 넘지 않는다.
발전기금 약 8천만 원도 매년 조성돼 마을회관 운영, 시설 보수, 복지 향상에 사용되며 공동체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문혜5리 최병일 이장은 “마을 주민 대부분이 고령으로 경제활동이 많지 않지만, 태양광 설치로 생활비가 줄고 마을회관이 새롭게 단장돼 어르신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며 “매년 8천만 원의 발전기금은 회관 운영과 주민 복지에 쓰이며 마을공동체를 유지하는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을 제외한 농촌 대부분이 인력난으로 고민하는데, 나 또한 하우스 농사를 지으며 같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 해결책으로 태양광 사업을 생각하게 됐고, 지금은 태양광으로 해마다 2~3억 원의 수익을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갈등과 환경 훼손의 그늘
그러나 긍정적 성과와 달리 부정적 목소리도 있다. 일부 주민은 발전소 설치 이후 집중호우 때 흙탕물이 도로로 흘러내리고 집 앞 경관이 크게 훼손돼 생활 불편이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은 “비만 오면 가게 앞까지 진흙물이 내려와 손님들이 불편을 호소하거나 아예 발길을 돌려버린다”며 경제적 피해까지 호소했다.
환경영향평가에서도 우려가 제기됐다. 발전소 부지의 90%가 생태자연도 2등급, 식생보전 3등급 지역에 해당했으며 삵, 수달, 맹금류 등 법정 보호종과 희귀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부지의 40% 이상이 경사도 20도를 넘어 산사태 위험이 크다는 경고도 있었다. 환경 당국은 훼손지 복원과 보완 대책을 조건으로 사업을 승인했지만, 이후 집중호우로 수해 피해가 발생하며 사업자 교체와 복구공사가 이어졌다. 결국, 200MW급으로 추진된 대형 프로젝트는 50MW급으로 축소됐다.
지속가능한 해법 모색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를 계기로 재생에너지 확대와 환경 보전의 공존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의 전략환경영향평가(PEIS)처럼 전국 단위의 입지 평가를 통해 재생에너지를 확산할 수 있는 지역과 반드시 보호해야 할 지역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생태적 가치가 높은 지역은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기보다 대체지를 찾아 선택지를 넓히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단기적 수익보다는 주민·환경·산업이 함께 지속 가능한 방향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지역과 함께하는 에너지 전환
철원군은 군민의 재산과 생명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집중호우로 인한 토사 유출 등의 문제는 태양광발전소 인허가권자인 강원도와 사업자들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고 있다. 아울러 산사태 예방 시설 정비와 피해 주민 지원체계 마련 등 구체적인 대응책도 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철원 두루미태양광은 사업 규모 축소와 환경 논란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지만, 주민 주도의 참여형 발전 모델이라는 성과를 남겼다. 이러한 모델은 발전을 거듭해 지금의 ‘햇빛·바람 연금’으로 이어지며 주민들이 직접 혜택을 체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더 나아가 이는 정부가 추진하는 RE100 정책 및 분산에너지 활성화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향후 이 경험이 더욱 발전해 환경 보호와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주민 복지로 확장된다면, 지역과 주민이 함께하는 에너지 전환의 길에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끝>
문배근·신준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