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암군 ‘에너지 기본소득’ 추진을 둘러싼 쟁점과 과제
영암군, 미암·삼호 간척지에 대규모 태양광발전 건설추진
농민회 측, 임차농 생존권 위협…일방적 결정 강력 ‘반발’
정책 갈등, 주민 참여 및 의견 수렴 통해 협치로 풀어가야
영암군은 ‘햇빛연금’이라 불리는 에너지 기본소득 정책을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 수익을 군민 전체에 분배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사업지 인근 농민과 농민단체들의 반대가 이어지면서 정책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갈등의 구조적 원인과 지역 상생 해법을 짚어본다.
에너지 기본소득이란?
에너지 기본소득은 모든 주민에게 일정한 양의 에너지를 기본 권리로 무상 제공하는 제도를 말한다. 즉,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에너지(전기, 가스, 난방, 연료 등)를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만큼 보장하는 정책 개념이다. 다시 말해, 생존과 삶의 질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를 모든 사람에게 보장하는 새로운 복지 모델이다.
이는 기후 위기와 에너지 전환, 에너지 불평등 해소, 사회적 안정과 복지 강화라는 측면에서 도입됐다.
운영 방식은 매달 일정량의 전기·가스·난방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현물 지급형과 에너지 사용에만 쓸 수 있는 쿠폰이나 포인트를 지급하는 현금형(바우처형), 그리고 태양광, 풍력 등 지역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주민에게 배분하는 지역 재생에너지 연계형이 있다.
국내에서는 2019년 경기도가 최초로 연 2회, 총 13만 원 상당의 지역화폐(에너지 전용)를 지급한 이래 일부 지자체로 확산 중에 있다.
영암군의 에너지 기본소득 방안은?
2024년 12월, ‘RE100 영암 비전 선포식’을 개최했으며, 2035년까지 지역 사용 전력의 4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2050년까지 100% 전환을 통해 ‘군민 이익 공유’ 및 ‘에너지 기본소득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에너지 지산지소 그린시티 100 정책’을 발표하고 ‘지산지소(지역 생산, 지역 소비)’ 방식, 에너지 자립형 그린시티 조성, 신재생에너지 허브 조성, 해상풍력 기자재 특화단지 등을 포함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대불산단 일대를 산업단지(RE100 산단)로 지정을 추진 중에 있다.
영암군은 이에 앞서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 공모사업’에 참여, 지역 단위 수요반응(Self-DR), 가상발전소(VPP) 실증 등을 통한 분산에너지 자원의 효율적 활용 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특히 2023년 제정된 조례(신재생에너지 군민참여 및 개발이익 공유에 관한 조례)를 기반으로 ‘햇빛연금’ ‘바람연금’ 등의 개념을 개발 중이다.
즉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으로 나오는 수익금을 전체 군민에게 나누는 방식으로 에너지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안을 구상 중이다.
이번 주민공청회도 정책 방향, 이익 공유 방안, 주민참여 제도, 농민 상생 방안 등을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해 연구 용역 중인 에너지 기본소득 로드맵에 반영할 방침이다.
떠오르는 쟁점은?
영암군농민회는 지난 8일 오전 9시 군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농민의 생존권을 짓밟는 태양광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영암군이 추진 중인 대규모 간척지 태양광 발전소 건립 계획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선 것.
영암군이 RE100 산업단지 유치를 위해 미암면과 삼호읍 일대 1천700㏊ 간척지에 1.5GW 이상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대규모 태양광발전소 추진과 관련, 첫 집단행동이다. 농민회 측은 “5년 넘게 농지와 생존권을 지켜온 농민들과 단 한 차례 협의도 없었던 일방적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농민회에 따르면 미암·삼호 간척지에서만 농민들이 올리는 농업 매출은 연간 200억 원을 넘어선다. 농민회는 “태양광 패널로 간척지가 덮이게 되면 벼농사뿐만 아니라 축산 농가도 큰 피해를 입게 된다”며 “결국 영암군 전체 농업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임차농들의 경우 농지 축소와 임차료 상승으로 인해 생존권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농민회의 주장처럼 간척지 태양광 개발 시 농업인, 임차농 등의 상생방안 마련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주민 참여 및 의견 수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이다.
또 재생에너지 사업이 가져오는 수익의 안정성과 규모가 중요한 과제다. 에너지 기본소득을 충분히 지속적으로 지급하려면 사업이 원활히 운영되고 수익성이 확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인프라 구축, 기술 및 제도 준비, 전력망 안정성 확보와 함께 조례, 기금, 주민 이익 공유 제도 등이 실제로 작동 가능한 구조인지 검토가 필요하다.
앞으로 과제는?
영암군의 에너지 기본소득 정책은 한국형 지역 에너지 전환 모델로 발전할 잠재력이 크다. 그러나 갈등 관리 실패 시, 재생에너지 사업 자체가 ‘지역 갈등의 불씨’로 남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단기적 목표는 주민 설득과 피해 보상안 확정이 필수적이다. 중장기 과제로는 농업·어업과 에너지 산업이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모델 구축이 필요하다. 전략적 접근 방법으로는 단순한 ‘분배’가 아니라, 지역 정체성과 생계 기반을 지켜내는 방식으로 전환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영암군이 직면한 문제는 단순한 정책 시행 여부가 아니라 “누가 피해를 감수하고, 누가 혜택을 누리는가”의 문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주민과 행정,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공정한 협치 구조다. 이를 통해 영암은 갈등을 넘어 한국형 에너지 전환의 모범사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