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자립 기반 다졌지만, 주민 갈등 불씨 남아
농촌형 에너지 모델, 기술 넘어 신뢰와 합의가 과제
충남 홍성군 결성면 원천마을은 불과 30여 가구가 사는 작은 농촌 마을이다. 그러나 이곳은 태양광·지열·가축분뇨 자원화를 기반으로 ‘에너지 자립마을’로 불리며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주민과 축산인이 손을 맞잡고 에너지를 직접 생산해내며 농촌의 새로운 미래상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성과의 이면에는 주민 불만과 갈등도 공존한다. 원천마을의 실험은 한국 농촌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비추는 거울이 되고 있다.
에너지 자립 기반 다진 10년
원천마을은 2010년대 초반 마을발전 추진위원회를 꾸리고 ‘에너지 자립’을 비전으로 삼았다. 2016년 가정용 태양광 보급을 시작으로 현재는 빈집을 제외한 모든 세대가 전기를 자급한다. 단열 보강, 지열 보일러 설치, 마을회관을 패시브하우스형으로 리모델링하는 사업까지 이어졌다. 이를 통해 주민들은 냉난방 비용 절감과 쾌적한 생활환경 개선 효과를 동시에 누리고 있으며, 탄소 감축에도 기여하고 있다.
2020년 준공된 ‘원천에너지전환센터’는 자립의 상징이다. 하루 110톤의 가축분뇨를 처리해 시간당 최대 430kW 전기를 생산하며, 악취 저감과 함께 1천여 세대에 공급할 전력량을 확보한다. 잔재물은 액비·퇴비로 재활용해 경축순환농법을 실현했다. “애물단지가 보물단지로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민·관 협력과 확장 성과
원천마을은 최근 축산환경관리원·홍성군·기아자동차가 함께하는 ‘농촌자원순환 재생에너지 마을’ 조성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앞으로 분뇨처리 시설 증설, 발전 폐열을 활용한 농산물 건조장 설치 등이 추진된다.
주도적 역할을 맡은 이도헌 성우농장 대표는 자회사 ‘원스프링’을 설립해 IoT 기반 축산환경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농가별 탄소 배출량을 계량·관리하며, 홍성군은 ‘저탄소 축산물 인증제’를 도입했다. 지난해에는 ‘홍성내일한돈’ 브랜드가 출시되며 지역 차원의 성과로 이어졌다.
소통 부재에 의한 주민 갈등
하지만, 성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주민들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충분한 소통이 없었다고 지적한다.
한 주민은 “지열 난방을 쓰지만 집이 오래돼 단열이 약해 겨울철 전기요금이 30만~40만 원까지 나온다”며 실질적 한계를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은 “센터가 생기고 분뇨 처리비용과 악취는 줄었지만, 처음 약속했던 유리온실은 자금난을 이유로 무산됐다. 이후 대기업이 투자하자 액비사업을 접고 정화시설을 통한 폐수 방류 방식으로 바꾼 사실을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처음에는 주민 모두가 찬성했지만 지금은 적극 반대하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기금과 시설 혜택의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된 것에 불신을 갖고 있다. 이는 원천마을이 ‘주민 주도형 모델’로 자리 잡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를 보여준다.
농촌형 모델의 현재와 과제
이광준 전 이장은 “에너지 자립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숙제다. 특히 홍성은 축산업이 발달한 만큼 저탄소 농축산업과 분뇨 처리 문제에 현명하게 대응해 후손에게 깨끗한 영토를 물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천마을은 지난 10여 년간 작물 농사와 에너지 농사를 함께 일군 대표 사례다. 2020년에는 ‘친생태 에너지전환 주민 선언서’를 채택하며 농촌형 자립 모델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주민들이 체감하는 성과와 불편,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현실은 농촌에너지 전환이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닌 ‘신뢰와 합의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기후위기 대응과 저탄소 전환이라는 시대적 요구 속에서 원천마을은 여전히 빛나지만, 동시에 ‘주민과 함께 가는 길’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