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이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영암형 주민자치’가 첫 시험대에 오른다. 도포면을 시작으로 5개 읍·면에서 개최되는 주민총회는 마을 현안과 발전 방향을 주민 스스로 발굴하고 결정하는 장으로서, 그 의미가 크다.
이번 주민총회에서는 단순히 제안 수준을 넘어 주민투표를 통해 내년도 마을사업을 확정한다는 점에서 기존 행정 주도의 방식과는 차별화된다. 농산물 통합 브랜드 개발, 도포제 줄다리기 계승, 은적산 주말장터 운영, 다문화 교류 프로그램 등 각 읍·면별 특색 있는 의제가 준비된 것도 눈길을 끈다. 이는 지역 정체성과 주민 삶의 질을 동시에 고려한 결과라 할 수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는 말로만 외쳐서는 실현되지 않는다. 주민 스스로 참여하고 토론하며 책임지는 과정이 반복되어야 한다. 이번 ‘영암형 주민자치’는 그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다만, 주민총회가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주민 의견이 실제 행정 정책과 예산 집행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점은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한, 참여가 어려운 주민을 배려해 사전투표소를 운영하는 시도는 바람직하지만, 더 많은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한 지속적인 홍보와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지방자치는 제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주민이 직접 참여하고 토론하는 문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주민총회, 마을 의제 발굴, 주민투표 등 직접 참여 모델을 제도화하고, 이를 생활 속에서 뿌리내리게 해야 한다. 우승희 군수가 강조한 대로 주민 스스로 마을을 가꾸어가는 자치분권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행정의 진정성 있는 지원과 주민들의 꾸준한 관심이 병행되어야 한다.
결국, 지방자치는 ‘제도의 완성’이 아니라 ‘문화의 정착’에 달려 있다. 영암군이 시도하는 주민총회 같은 실험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때, 비로소 지방자치가 ‘절름발이’라는 오명을 벗고 주민이 주인 되는 정치가 가능해질 것이다. 영암군의 이번 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해 향후 전국적 모델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