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 벚꽃 백 리 길[193]
■ 구림마을(103)

상대포 전경. 상대정 뒤로 우뚝 솟은 주지봉이 보인다.
상대포 전경. 상대정 뒤로 우뚝 솟은 주지봉이 보인다.
상대포 연못가에 있는 층암절벽. 태호 조행립과 구계 박이화의 시문에 등장한다. 서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구림마을 주민들이 상대와 하대를 설치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상대포 연못가에 있는 층암절벽. 태호 조행립과 구계 박이화의 시문에 등장한다. 서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구림마을 주민들이 상대와 하대를 설치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박이화의 낭호신사에 기록된 상하대(上下臺)
상대(上臺)에 대한 문헌 기록은 태호 조행립의 문집인 <태호집>의 시문에 나온다. 조행립은 “취하여 서호 상대에 앉아 운을 부르다[醉坐西湖上坮呼韻]”라는 제목의 시에서 ‘여항의 누와 대는 모두 대합조개 같고  강산의 연기와 달은 절반이 그림인가 의심되네’
(閭巷樓臺全似蜃 江山烟月半疑圖)라고 읊었는데, 여기에서 사용된 한자 坮(대)는 臺(대)의 옛 글자(古字)이다. 대(臺)는 높이 쌓아 사방을 볼 수 있게 만든 곳을 말하는데 무대(舞臺), 전망대(展望臺)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대(臺)를 풀어서 해석해보면 ‘선비(士)가 높은(高) 곳에 이르려고(至) 쌓은 것’을 뜻한다. 하지만 태호의 시에서는 상대만 나온다. 
 
 상대와 하대(下臺)가 함께 기록된 것은 구계 박이화의 ‘낭호신사’ 본문이다. 박이화는 낭호신사에서 상대포의 풍경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수변(水邊)의 층암절벽(層巖絶壁) 상하대(上下臺)를 무어스니
관동육칠(冠童六七) 모든 벗님 욕수풍류(欲水風流) 하난대라”
 
 이 구절을 현대어로 풀이하면 다음과 같다.

“물가에 층층이 쌓인 바위 절벽 위에 위아래로 대(臺)를 지어 놓으니,
갓 쓴 앳된 젊은이들과 모든 벗들이 물에서 노는 풍류를 즐기는구나.”
‘수변(水邊)의 층암절벽(層巖絶壁) 상하대(上下臺)를 무어스니’는 '물가에 겹겹이 쌓인 바위 절벽 위로 위, 아래 층으로 대를 만들었다'는 의미이다. 이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 지어진 인공적인 건축물의 조화를 보여준다.

 ‘관동육칠(冠童六七)’은 '갓을 쓴 여섯 일곱 명의 어린아이'라는 뜻인데, 여기서 '관동(冠童)'은 갓을 쓴 젊은이, 즉 벼슬을 한 젊은 선비들을 의미한다. '육칠'은 정확히 여섯, 일곱 명을 지칭하기보다는 '여러 명'을 뜻한다.

 ‘욕수풍류(浴水風流)’는 '물에 몸을 담그는 풍류'다. 물놀이나 뱃놀이를 즐기며 자연 속에서 시를 짓고 술을 마시는 풍류 생활을 의미한다. 자연 속에서 젊은 벗들과 함께 풍류를 즐기며 노는 정겨운 모습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구계 박이화
 박이화(朴履和)[1739~1783]는 함양(咸陽)인으로 시문에 뛰어나고 향토 교화에도 힘썼던 인물이다. 명촌(明村) 박순우(朴淳愚)의 재종손(再從孫)이다.  『함양 박씨 오한공파 세보(咸陽朴氏五恨公派世譜)』에 따르면 박이화는 정5품의 벼슬인 통덕랑(通德郞)을 지냈다고 기록되어 있다. 문집으로 『구계집(龜溪集)』이 있는데, 이 문집에 수록된 글들은 각종 상량문과 열녀 포상을 위한 상서문이 대부분이다. 작품으로는 「낭호신사(朗湖新詞)」와 「만고가(萬古歌)」가 있다.

분서 박미가 쓴 ‘회사정기’에 기록된 상대포 주변 풍경
“조수가 올라오면 한결같이 만경창파를 이루다가 조수가 물러가면 갯벌이 드러나므로 고기를 잡는 사람들이 도보로 다닐 수 있어 그물을 치지 않고도 수십 종의 해물을 얻을 수 있다.

서호정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시장이 열리는데 생선의 비린내가 사람의 머리를 지근지근 아프게 하였다. 남쪽에는 가학령(駕鶴嶺)에 조도(鳥道)가 구불구불 나 있고 서쪽에는 은적산(隱積山)이 수구(水口)에 가로놓여 방어의 문이 되었는데, 백금색의 암석이 석양빛을 받으면 아름답게 보여 가까이 접근하면 만질 수 있을 것 같았고, 그 너머에는 주룡 나루[駐龍渡]가 막고 있다. 장사꾼들이 구름처럼 모여들고 뱃머리가 서로 맞닿아 있는가 하면 백사장 가에 어물전들이 수목 속에서 아른거리고 물새들은 연기가 서린 물가에서 지저귀며 날아다닌다. 그리고 호수 가운데에 들어 있는 대죽도(大竹島)와 소죽도(小竹島) 두 섬이 중앙에 원교(員嶠) 원교(員嶠) : 전설 속의 신선(神仙)이 산다는 산(山) 처럼 우뚝 솟아 있다. 그리고 도선의 유적지로 황장생(皇長生), 국장생(國長生), 몰자비(沒字碑), 매향포(埋香浦) 등이 모두 몇 리 밖에 안 되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

옛 선인들이 묘사한 시문을 통해 상대포가 상선들이 오가는 매우 번창한 포구였을 뿐만 아니라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아름다운 곳이어서 선비들이 물놀이와 뱃놀이를 즐기던 풍류의 장소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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