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과 소득 동시에…재생에너지 새로운 가능성
소음·보상·유령 전입 논란, 공동체 갈등은 ‘여전’

해안도로가 열어주는 풍차의 장관
영광군 백수읍 해안도로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명소다. 바다와 갯벌, 농경지를 따라 이어지는 길 위로 78기의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늘어서 있는 풍경은 이국적인 감흥을 자아낸다.

발전기 한 기당 최대 2MW급 전력을 생산하는 이 단지는 총 설비용량만으로도 영광을 대표하는 재생에너지 거점으로 자리잡았다. 단순한 전력 생산지에 머무르지 않고 관광·문화·경제를 아우르며 지역의 얼굴로 성장하고 있다.

실제로 영화 ‘독전’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봄에는 유채꽃, 여름에는 칠면초와 푸른 논, 가을에는 황금빛 벼가 거대한 날개와 어우러지며 사계절 내내 관광객을 불러모은다.

주민참여형 발전, 소득 환원 실험
풍력발전의 경제적 효과는 주민참여형 모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영광풍력발전(주)는 발전기금을 기반으로 백수읍 상·하사리 주민발전 주식회사를 설립해 2M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운영 중이다. 주민들이 출자해 수익을 공유하는 구조로, 재생에너지를 통해 마을 공동체가 새로운 소득원을 마련하는 실험적 사례다. 이는 재생에너지가 단순히 ‘전기를 만드는 사업’이 아니라 지역 주민과 함께 성장하는 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화려한 풍경 뒤에는 갈등의 그림자도 있다. 풍력발전기의 소음, 그림자 떨림, 불균형 보상 문제는 주민들 사이에서 꾸준히 지적된다.

한 주민은 “밤이면 날개 소리가 무섭게 들린다. 발전기금이 들어오긴 하지만 기대만큼 크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갈등이 생기거나 계약 조건을 잘 몰라 불리하게 체결된 사례도 있다”며 “영광군이 주민들에게 더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대로 일부 주민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한 어르신은 “작은 논을 팔아 약 8천700만 원을 보상받았는데, 그 돈으로 노후 생활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고령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는 현금 보상이 실제 생활 안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풍력발전기 추가 설치와 송전선로 건립을 둘러싸고 마을 곳곳에 반대 현수막이 내걸리며 찬반이 갈리기도 했다. 수익 배분 문제를 두고 세대 간·가구 간 갈등이 불거지며 공동체 내부의 균열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불거지는 ‘유령 전입’ 문제
주민들은 발전기금 배분을 노린 ‘유령 전입’ 문제도 지적한다. 전입신고만 해놓고 실제 거주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한 주민은 “빈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있었지만 정작 마을에 들어와 농사짓거나 살지는 않는다”며 “지원금을 노린 전입이 있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고 말했다. 이는 발전기금이 공동체 통합보다는 오히려 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영광군은 전국 최초로 ‘햇빛·바람 기본소득’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이 정책은 ▲주민이 직접 발전사업에 투자해 배당을 받는 구조 ▲발전소 수익 일부를 기금으로 조성해 군민 전체에게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구조 등 두 가지 방식으로 설계됐다.

현재 영광군에는 930여 개의 태양광 발전소와 8개의 풍력발전소가 운영 중이며, 내년부터 2032년까지 해상풍력만으로 4,100MW 전력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규모가 국가 전력 수급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라고 평가한다.

영광군 관계자는 “군민 배당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기본소득 모델은 지역경제를 살리고 주민 복지를 높일 수 있는 획기적 실험”이라고 말했다.

장세일 영광군수는 “천혜의 자원을 활용한 ‘햇빛·바람 연금’은 우리 군의 밝은 미래를 위한 도전이자 기회이다. 이상 기후와 지방소멸이라는 위기 극복과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아우르는 복지뿐만 아니라 산업, 고용, 교육 분야에 이르는 영광의 미래를 여는 기회이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에서 우리 영광군이 자립하여 에너지 선도 도시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영광군은 올해 하반기부터 소규모 시범 지급을 통해 제도의 실행 가능성을 점검할 계획이다. 단순한 전력 생산을 넘어, 에너지 자원을 주민 모두의 자산으로 환원하는 ‘지방형 기본소득’의 첫발을 떼는 셈이다.

영광의 풍차가 남긴 과제
백수 풍력단지는 관광 명소이자 재생에너지의 상징이지만, 동시에 소음·보상·유령전입 등 다양한 갈등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햇빛·바람 기본소득’은 이러한 문제를 넘어서 지역경제와 주민 복지, 공동체 회복을 아우르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앞으로 수익 안정성과 기금 투명성, 주민 간 형평성이 확보된다면 영광은 ‘재생에너지와 지역이 공존하는 모범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영광군의 경험은 영암군에도 분명한 교훈을 준다. 영암군 역시 태양광·풍력 발전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단순히 시설 유치에 머무르지 않고, 주민 이익 공유와 갈등 관리 체계를 선행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특히 농업 비중이 큰 영암군은 난개발로 인한 농지 훼손을 막고, 농업 기반을 지키면서 에너지 전환을 추진할 수 있는 균형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영암군이 추구해야 할 방향은 주민과 함께 성장하는 에너지 자립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에너지 자립마을’과 ‘에너지 지산지소(地産地消) 그린시티 100’이라는 목표에도 한 걸음 더 현명하게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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