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호시종중학교 행정실장
생일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보면, 새벽녘부터 부산스레 마련한 상차림 앞에 앉아 자식의 건강과 성공을 기원하는 어머니의 정성으로 아침은 시작되었고, 가족들의 축하의 말 한마디에도 기쁘기 그지없었던 날로 기억된다.
요즈음은 어떤가?
기성세대가 기억하는 것과는 너무 다른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 생일 케익과 꽃다발, 값비싼 선물, 걸싸한 술자리 등 우려하는 것은, 경제능력이 없는 학생들 또한 이런 소비문화에 길들여져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들은 우리 사회의 중심적 구성원인 기성세대(旣成世代)가 생활문화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지 않으므로 해서 자연스럽게 소비위주로 변해가며 토착화되고 있다는 데 문제의 본질을 두고자 한다.
요즈음, 생일에 흔히 사용하는 케익과 꽃다발, 집에서 끓여먹는 미역국의 상징적 의미를 들여다보면, 꽃다발은 주인공의 마음을 기쁘게 해 준다는 것도 있지만 꽃은 침묵의 언어를 가지고 사랑을, 평화를, 인정을, 그리고 꿈을 가르쳐 준다 한다. 그런 삶을 요구하는 것이며 케익은 어머니가 만들어준 시루떡을 대신하는 정성의 상징이고 나이에 맞춰 케익 위에서 타는 촛불은 촛불이 스스로를 비추지 않고 몸을 태워 주위를 밝히는 것처럼 마음이 어두워 빛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일년동안 주위를 어둡게 했던 언어나 행동이 있었다면 이를 반성하고 다시 태어나라는 바램이다.
생일에 먹는 미역국은 출산중에 위기가 닥쳐 아이와 어머니 가운데 한 사람만 구제를 받게되는 경우라면 아이가 살아야 한다는 각오가 어머니에게는 되어있다. 이런 각오를 하고 죽음에 가까운 고통을 겪으며 나를 낳아준 어머니가 출산한 후 산후조리를 위해 먹었던 음식이다.
생일에 먹는 음식과 작은 의식(儀式)일지라도 그 모두는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소원과 삶이 담겨져 있다. 우리사회의 생활문화는 천래(天來)의 것이 아니다. 교류와 회전을 반복한 나머지 그 시대를 살아가는 구성원들의 사고(思考)와 생활속에서 발아(發芽)하고 성장하여 마침내 한 나라의 생활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잘못 진행되고 있는 생활문화를 방치하면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기초가 되며 이를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인 나머지 고치기 힘든 병리현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위험을 안고 있다.
어쩌면 지금이 그런 시점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 땅의 어른들이 생일이 갖는 의미를 후세들에게 바로 전한다는 차원에서 생일만큼은 어머니가 죽을 각오로 나를 낳아준 날이기에 어머니의 희생과 소원을 생각하는 날로 의식의 전환을 유도한다면 세월이 지난 후 지금과 같은 소비문화를 탈피하여 아름다운 생활문화로 정착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