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의 시대, 에너지로 다시 그리는 마을(1)
기후위기 시대, 에너지 전환의 해답은 ‘지역과의 공존

신재생에너지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그러나 기술과 자본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전환을 이룰 수 없다. 지역과의 신뢰, 소통, 공정한 분배의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사진은 금정면 활성산에 들어선 영암풍력발전소와 삼호 태양광발전소 전경.
신재생에너지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그러나 기술과 자본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전환을 이룰 수 없다. 지역과의 신뢰, 소통, 공정한 분배의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사진은 금정면 활성산에 들어선 영암풍력발전소와 삼호 태양광발전소 전경.

■ 연재를 시작하며

기후변화가 일상이 된 시대, 에너지 전환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탄소중립을 향한 국가적 목표가 설정되고 있는 가운데, 기존의 화석연료 중심 체계에서 벗어나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역 갈등과 환경 문제를 극복하는 ‘공존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지역과 공생하는 신재생에너지, 성공사례
전국 각지에서는 에너지 자립과 주민 참여를 중심으로 한 우수사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전북 부안의 ‘하서 에너지 자립마을’은 마을 전체가 태양광 발전으로 필요한 전력을 대부분 충당하고, 잉여 전력은 판매해 마을 수익으로 환원하고 있다. 주민들이 직접 발전협동조합을 구성하고, 사업 초기부터 계획·운영에 참여하면서 신뢰 기반의 에너지 자립 모델을 구현했다.
제주도 한경면의 ‘탐라 해상풍력단지’는 지역주민과의 상생 방안을 사전에 설계해 갈등을 최소화한 모범적 사례다. 발전 수익 일부를 지역발전기금으로 조성하고, 주민들이 에너지 교육과 모니터링 과정에 참여하면서 수용성을 확보했다. 현재는 해상풍력 확산의 표준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또 제주 해상풍력은 단순한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력생산을 넘어 생산되는 전력을 활용한 야간경관 조명을 활용한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에서도 눈에 띄는 사례가 있다. 덴마크의 삼소섬(Samsø Island)은 100% 재생에너지로 전력과 난방을 공급하며, 지역주민이 풍력터빈의 80%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지역경제의 순환구조를 만들어내며 ‘에너지 자립의 섬’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공존을 위한 조건, 소통과 분배의 원칙
이러한 성공사례들은 공통적으로 ‘지역과의 공존’을 핵심 가치로 삼는다. 기술과 자본 중심의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개발이 아닌, 주민 참여와 수익 공유, 투명한 정보 공개가 갈등을 줄이고 신뢰를 쌓는 열쇠가 되었다.
반면, 일부 지역에서는 소외된 주민과 일방적 추진으로 인해 거센 반발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전남 지역에서도 태양광 또는 풍력 시설의 난개발로 주민 반대가 거세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는 신재생에너지 자체에 대한 거부라기보다, 절차적 정당성과 지역 존중의 결여에 대한 문제 제기다.

에너지 정의와 지방 분권형 전환 정책 필요
신재생에너지의 확대는 결국 ‘에너지 정의’와 맞닿아 있다. 단순한 친환경 에너지 공급이 아니라, 누가 에너지를 만들고, 누가 이익을 누릴 것인가에 대한 해답이 필요하다.
정부는 최근 지역주민 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에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규제 미비, 정보 비대칭, 주민 갈등 등이 과제로 남아 있다.

전환의 열쇠는 ‘공존’, 그리고 지역의 준비
신재생에너지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그러나 기술과 자본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전환을 이룰 수 없다. 지역과의 신뢰, 소통, 공정한 분배의 구조가 마련되어야 하며, 에너지 전환의 길 위에서 ‘공존’은 단순한 구호가 아닌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여는 실천적 해답이 되고 있다.
그러나 풀어야 할 과제도 여전히 산적해 있다. 현재 영암군은 도로로부터 500m 이내 태양광 설치가 제한되어 있어 입지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농업 비중이 높은 지역 특성상 농지 훼손에 대한 농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농경지 축소는 단순한 개발 반대가 아니라 생계와 직결된 문제이기에 더욱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하지만 세계는 이미 탄소중립으로 향하는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기업들은 RE100 이행을 위해 소비 전력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해야 하고, 전력 사용량이 많은 데이터센터는 신재생에너지 인프라가 집약된 지역에 입지를 정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솔라시도 데이터센터 부지는 모두 해남군에 위치해 있으며, 해남군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보급 융복합지원사업 공모 선정, 국·도비 확보 등 다각도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금 영암군도 다시 한번 지역의 방향성과 미래 전략을 점검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단순히 ‘설치’ 여부를 넘어, 지역경제, 농업, 일자리, 환경, 에너지 자립이 어떻게 균형 있게 공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략적 고민과 지역 맞춤형 모델이 필요하다. 신재생에너지는 시대의 흐름이고, 선택이 아니라 대응이다. 그 전환의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지역과 함께 가는 공존의 에너지 정책이 더욱 절실하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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