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마한 유적인 시종 내동리 쌍무덤과 옥야리 장동 방대형 고분이 지난 7일 ‘시종 고분군’의 이름으로 국가유산청의 국가지정유산 사적으로 공식 지정됐다. ‘시종 고분군’이 국가지정유산 사적으로 지정된 것은 매우 중요한 문화적 성과이며, 이를 계기로 지역 관광을 활성화할 수 있는 새로운 전환점이 돼야 한다. 특히, 경주 대릉원처럼 역사와 스토리텔링을 접목한 관광 자원화 전략은 영암에도 매우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9년 처음 발굴 조사된 시종 내동리 쌍무덤은 그동안 베일에 쌓인 마한역사문화권의 실체를 밝히고 이곳이 고대 마한의 역사적 현장이자 심장부였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당시 발굴된 매장시설은 석실 1기, 석곽 3기, 옹관 2기 등 모두 6기가 겹쳐 확인됐다. 대도(大刀)를 비롯해 자라병, 유공광구소호, 단경호, 동물형상의 토기 등 다양한 토기와 곡옥(굽은 옥), 대롱옥 등 수 백점의 유리구슬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나주 신촌리 9호분에서 출토된 금동관(국보 제295호) 장식과 비슷한 유리구슬과 영락(瓔珞, 얇은 금속판 장식) 금동관 편 발굴은 무덤의 주인공이 최고 수장층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6세기 전후 이곳에 대규모 정치세력 집단이 존재했음을 증명하는 것이어서 역사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옥야리 고분 또한 영산강 유역 무덤 중에서는 큰 편에 속하며 방형, 네모 형태가 특징이다. 발굴 조사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토기와 유리구슬 등이 출토됐다. 이들 고분은 영산강유역 마한 사회의 사회·문화적 변화를 고분의 축조기술 등을 통해 잘 보여주는 유적이다.
시종면 일대는 서해와 내륙의 길목에 해당하는 요충지로, 바다를 통해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고 이를 확산하는 해양 교통로의 거점 역할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영암에는 고대 고분 유적 49곳이 남아 있으며, 이 중 시종면에 28곳이 있다.
흔히들 역사는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서술될 때 비로소 생명력이 있다고 한다. ‘삼국지위지동이전’을 보면 “마한에서 변한·진한이 나오고, 백제가 나왔다”라고 기록돼 있다. 즉 마한이 ‘한국 고대사의 원형’임을 말해준다. 경주 ‘대릉원’을 훨씬 능가하는 규모와 숫자를 자랑하는 시종 대형고분군은 이곳이 마한의 중심지임을 웅변한다고 역사학자들은 말한다.
경주는 신라의 왕릉과 역사콘텐츠를 활용하여 관광객을 연 1천만 명 이상 유치하고 있다. 이는 문화재 보호와 동시에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룬 대표 사례다. 시종 고분군 역시 ‘마한의 왕릉’이라는 이미지로 브랜딩할 수 있고, 지역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핵심관광 자원이다. 이번 ‘시종 고분군’의 국가지정유산 사적을 계기로 영암의 ‘경주 대릉원’으로 만들자는 영암신문의 제안에 깊이 공감하며, 영암 관광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