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고통 외면하고 자화자찬…현실 직시해야” 강하게 비판
민선 8기, 3주년 행사장 앞서 1인 시위
민선 8기 3주년을 맞아 영암군이 개최한 군수와의 토크콘서트 ‘우퀴즈 in 영암’ 행사장 앞에서 농민을 대표해 1인 시위에 나선 이가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11일 오전 행사장인 청소년수련관 앞에서 영암군쌀생산자협회 김봉식 회장이 피켓을 들고 조용한 항의에 나섰다. 김 회장은 “영암의 농민들과 가축, 작물은 모두 죽어가고 있는데 군은 자화자찬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행사 자체에 대한 깊은 회의감을 표했다.
그는 “행사에 참석하라는 군의 연락을 받고 고민했지만, 정작 하고 싶은 말을 들을 수 없을 것 같아 피켓을 들었다”며 “행사 한 시간 동안 생색내기에 불과한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폭염·가뭄·화재…“농민은 지금 생존과 싸움 중”
김 회장은 최근 영암에서 실제로 벌어진 농촌 현장의 심각성을 조목조목 언급했다. “그제는 같은 나이 친구가 낮에 일하다 ‘머리가 아프다’며 쉰 뒤 갑작스럽게 사망했고, 어제는 군서의 한 돈사에서 과열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 얼마 전에는 계사에서 차단기에 불이 나기도 했다”
또, 대봉감은 80%이상 낙과됐고, 콩 파종은 호우로 지연되다 간신히 마쳤으나 발아되지 않았으며, 양배추는 가격 폭락으로 갈아엎는 상황이라며 농업 전반이 위기라고 지적했다. 멜론은 수정이 되지 않아 무과 현상이 발생하고, 사료작물은 수확량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외국인 노동자들과 들에 나가야 하는 농민, 후라이팬 같은 철판 위에서 일하는 조선소 노동자들 모두 생존을 위한 전투를 치르고 있다”며 “이것이 바로 지금 영암의 현실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홍보 일색 군정, 예산 낭비…실상은 뒷전”
김 회장은 최근 군정의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민선 8기 3주년을 기념한 군정 홍보가 도를 넘었다는 것이다.
그는 영암군이 발행하는 계간지 ‘영암 이야기’를 예로 들며 “전체 지면의 3분의 1 이상이 공약이행 평가 등 군수 홍보로 채워져 있다. 도대체 이게 군민을 위한 행정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공무원들은 조직개편과 이벤트 행사준비로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고, 그 결과 영암군의 민원서비스 등급은 최하위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이어 “통합RPC 현대화사업은 군이 치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정작 농협과 농민들이 적자의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구조”라며 “마음이 무겁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특히 군이 자랑하고 있는 매니페스토 공약이행 평가에 대해서도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작년에 공약이행 평가단으로 참여해봤더니, 이미 변경된 공약 내용을 앞에 놓고 형식적인 심의만 하더군요. 그 평가 결과로 SA등급을 받았다는 것이 그렇게 자랑할 일인지 묻고 싶습니다.”
실제 발표 자료에 따르면 전국 226개 기초단체 중 60%가 상위 등급을 받은 상황에서, SA 등급 자체가 의미 있는 지표가 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성과 아닌 현실을 보라…꽃보다 빵이 필요한 시기”
김 회장은 마한역사공원, 문예회관, 국립공원 생태탐방원 등 군이 내세우는 각종 문화시설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문예회관, 트로트센터, 가야금센터… 정작 군민들의 삶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꽃이 아니라 지금은 빵이 필요한 시기다. 예산과 공무원의 역량은 생존과 직결된 곳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라도 자화자찬을 멈추고, 냉정하게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군정 운영의 근본적 전환을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