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종 화        학산면 은곡리 석포마을生​​​​​​ 전 1군단장(중장)​ ​​​​​​전 병무청장​ ​​경기도 안보자문위원
모 종 화        학산면 은곡리 석포마을生​​​​​​ 전 1군단장(중장)​ ​​​​​​전 병무청장​ ​​경기도 안보자문위원

올해는 6.25 전쟁 75주년이 되는 해이다. 7월은 안보 관련 행사가 전국적으로 자주 열린다. 필자는 유난히 제복과 관련이 많고 애착심이 깊다. 20살부터 입었던 군복을 59세까지 입었고 지금은 색 바랜 상태로 장롱에 걸려있다. 꿈을 키웠던 사관학교 시절 예복도 있고 별 세 개가 달린 멋진 군복도 보관 중이다. 매년 이때가 오면 내 인생의 방향을 바꾸어 푸른 제복을 평생 입게 해주신 고등학교 선생님이 생각난다.

필자에게는 내 평생 영향을 미친 존경하는 스승님이 계신다. 낭주중학교를 졸업하고 목포로 유학(?)을 떠났다. 한동안은 친지 집에서, 한동안은 자취방에서 힘든 학창 시절을 보내고 있을 시기였다. 모든 것이 힘들고 우울했던 1학년 말에 담임선생님이 나를 불렀다. 우리 담임선생님은 해병대 대위 출신으로 외모가 남자답고 카리스마가 흐르는 건장한 남자 선생님이었다. 물리 과목을 담당하셨는데 열성적이었고 입시 위주로 족집게 강의를 잘하시는 분이었다. 갑자기 어느 날 말씀하셨다. 같은 반 학생을 가르치면서 그 집에서 지내는 제안이 있는데 나의 뜻을 정할 틈도 없이 강하게 말씀하셨다. 그 이후 나는 2년 동안 유달산 기슭에 자리를 잡은 생전 처음 좋은 집에서 살면서 학교에 다닐 수 있었다. 편안하고 행복했지만 지금도 이따금 그곳에 가보면 감수성이 예민할 때 느꼈던 오만가지 생각이 되살아나 멀리 보이는 영산강만 바라볼 때가 있었다. 

고3이 되어 어느 대학을 갈지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일반대학은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특수대학인 해양대학·공과대학 등 기술과 연계된 학교, 졸업하면 돈을 바로 벌 수 있는 대학을 고르고 준비 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께서는 육군사관학교에 지원하라고 하셨다. 리더십이 강한 성격, 건강한 체력, 가정형편, 졸업 후 바로 가능한 직장생활 등을 고려하여 적극 추천해 주셨다. 내 인생의 방향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평소에 생각해 보지 못한 군인의 길을 걷는 계기가 되었다. 사관학교에 입학 후 무수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참고 견디어야 한다고 용기를 주시던 우리 선생님 덕분에 별 셋 3성 장군까지 되었다. 이처럼 스승님의 위력은 대단했다. 그때 스승님의 가르침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쯤 어떤 인생을 살아가고 있을까?

이렇게 스승님의 권유로 나라 지키는 군복을 입고 지낸 40년, 백발인 요즘에는 제복에 대한 그리움과 존경심에 새삼 가슴을 여민다. 사관학교에 입학했을 때는 생전 처음 신어 본 스케이트, 촌놈이 수송 헬기를 타고 낙하산에 의지한 채 공수 낙하했던 시절, 사관학교 제복을 입고 영암 낭주중학교에 가서 후배들에게 경험담을 얘기하던 그 시절도 있었다. 고향에서 사단장 시절에는 내가 태어난 고향 노인정에 기념 나무를 심고 어르신들에게 음식을 대접했던 시간도 평생 잊을 수 없다. 지금도 그 나무는 잘 자라고 있어 고향 갈 때마다 보곤 한다.

병무청장으로 재직 시는 국회에서 공정한 병역의무를 다하지 못한 연예인에게 혹독한 발언을 해서 ‘사이다’ 발언으로 지금까지 유튜브에 회자하고 있다. 지금은 내가 좋아했던 전투복 한 벌과 정복·예복 한 벌씩 고이 간직하고 있다. 국가에 대한 강한 책임감으로 그때 신었던 군화는 그대도 보관 중이다. 혹시 국가가 위태로울 때 다시 싸움터에 나갈지도 모르니 상시 전투준비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요즘 제복 입은 국가 영웅들의 반가운 소식에 마음이 놓인다. 험난한 세상에서 사회 안정을 지키는 경찰관, 숨 막히는 화염 속에서 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소방관, 코로나 등 전염병으로 온 국민이 힘들어할 때 출퇴근 생략하고 환자를 돌보던 의사, 간호사분들, 모두가 국가의 기본 기둥이자 버팀목이다. 존경스럽고 고마우신 분들이다.

우리 사회는 제복 입고 국가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이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물질적 보상도 중요하지만, 제복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떳떳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감대가 더욱 중요하다. 과거나 현재나 제복 입은 분들이 초심을 잊지 않는 마음과 자세가 지속되어야 한다. 영원한 영웅으로서 사회적 모범이 되어야 한다. 젊은이들에게 그들이 행한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는 향내가 나아한다. 제복 입었던 분들이 국민 앞에 떳떳하고 자신 있는 모습으로 임해야 한다. 강한 믿음과 실행으로 국민에게 어르신의 카리스마를 보여 주어야 한다. 근간의 불법 계엄에 참여한 일부 군인들이 수갑을 차고 군복을 입은 채 법정을 드나드는 모습에서 이제는 제복의 신성함을 다시 느끼게 해야 한다. 

필자는 군 생활 동안 제복은 항상 수의라고 생각하고 소중히 입었다. 이 군복을 입고 전쟁터에 나가면 국가를 위한 마지막 수의가 될 경우도 되기 때문이다. 화염 속에서 한 생명이라도 구하겠다는 소방관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제복의 숭고함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오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복을 입고 떳떳하게 거리에 나서는 사회적 분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필자에게 군복을 평생 입게 해주신 스승님, 다시 한번 고맙습니다. 소중히 잘 간직하겠습니다.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