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경찰서 이전작업이 본격화되면서 이전부지 활용에 대한 첫 토론회가 지난 24일 있었다. 전문가 6명과 지역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다양한 의견에 제시됐다. 

주지하다시피, 지금의 경찰서 자리는 조선시대 영암읍성이 있었던 자리다. 영암읍성은 조선시대 읍성 중에서도 보존 가치가 큰 유산이다. 경찰서 이전부지가 과거에 중요한 공공기능을 했던 장소라면, 그 장소를 복원함으로써 지역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되살리는 것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따라서 읍성 복원을 통한 지역 정체성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문헌·지도·고고학적 자료를 통해 원형에 대한 철저한 고증이 필요하다. 성곽의 규모, 위치, 건축재료, 방어시설 등을 최대한 정확히 파악하여 역사성을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복원해야 한다. 과거 읍성은 단지 성벽만 있는 공간이 아니라 행정, 군사, 상업, 생활 기능이 복합된 지역 중심지였다는 점에서 단순히 ‘성곽 복원’을 넘어선 공간 구성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관아, 객사, 시장터, 우물터, 성문광장 등을 함께 복원하거나 현대적 해석을 더한 체험형 전시관, 역사교육관, 공공광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주민의 동의와 참여 없는 복원은 생명력 없는 ‘형식적 유산’이 되기 쉽다. 복원 과정에 지역 학자, 주민, 문화예술인, 청년단체 등이 직접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복원 후에는 주민 주도의 마을 해설사 운영, 지역축제 연계, 소상공인 공간 마련 등으로 관광 자원화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역사교육, 생태 보존, 전통문화 체험 등과 연계한 지속가능한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야간 조명과 문화공연, 학교와 연계한 답사 프로그램, 디지털 AR 체험 등 현대적 요소를 결합하면 젊은 세대의 관심도 끌 수 있다.

또 한편으론 지역 주민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공간(문화센터, 청소년 공간, 복지시설, 소규모 창업지원 공간 등)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설득력이 있다. 특히 인구 고령화나 청년 유출 등의 문제가 있는 농어촌 지역에서는 실질적인 커뮤니티 공간이 절실하다. 복원과 활용은 반드시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다. 역사적 의미를 살리되, 현대적 기능을 부여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개발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영암읍성 복원은 단순한 과거 재현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이다. 정밀한 고증, 복합 공간화, 주민 참여, 지속가능한 운영이라는 4대 원칙을 갖고 추진된다면, 영암의 역사성과 주민들의 삶이 함께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재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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