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 보훈의 달, 고층아파트에 유일하게 조기 태극기를 내걸고 한가하게 한강 변으로 산책하러 나갔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어수선하고 시끄럽고 뭔가 불안했던 거리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젊은 연인들, 가족과 함께 온 어린애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고 마음껏 즐기는 한강 변의 풍경이 평온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외국 여행할 때 유럽에서 느꼈던 그런 모습 같기도 하다. 거리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이곳저곳 붙었던 선거 벽보, 현수막도 이제는 ‘당선 감사’ 현수막만 깨끗하게 달려있다. 기분까지 홀가분한 느낌이다. 이쪽저쪽으로 나뉘어 시끄럽게 거리 방송하던 차량도, 인파도 사라지고 과일 파는 주민, 붕어빵 굽는 할머니의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왔다. 아하! 이런 모습으로 바뀐 날이 얼마나 지났는가 계산해 보니 먼 시간이 아닌 6월 3일 이후 일주일 정도밖에 흐르지 않았구나. 무엇이, 어떤 요소가 이렇게 정리된 나라로 바꾸어 놓았는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 힘은 바로 우리 국민의 위대한 선택이었구나. 한표 한표 정성껏 행사한 국민의 결과가 일주일 만에 나라를 안정되게 만들 수 있는 초석을 가꾸었다니 위대한 우리 민족이다. 수많은 외침 속에서도 살아남은 우리만의 저력이었구나 하는 자부심이 솟아오른다.
6개월 전, 12월 3일이 새삼 떠오른다. 푸른 군복을 입은 후배 군인들이 누구의 지시를 받고 국회로, 선관위로 달려갔을까? 나라를 지키며 유난히 강한 우리 군인들이 국민을 향해 못된 행동의 명령을 내린 자는 과연 무슨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비화폰으로 지시했을까? 세상이 바뀐 이 순간에 크게 잘못된 명령을 내린 일부 장군들은 무슨 생각에 잠겨있을까? 애타며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을 부하들에게 한마디 사과라도 했으면 이토록 부끄럽지는 않았을 텐데…
또한 많은 아쉬움이 몰려온다. 국민의 피땀 어린 세금을 이렇게 많이 투자해 선거비용에 이용하지는 않았을 텐데, 외국으로부터 아직도 쿠데타를 일으킨 나라라고 비아냥 받지는 않았을 텐데, 경제가 거의 제자리 성장하게끔 하지는 않았을 텐데, 국토방위에 전념하는 우리 장병들에게 싸늘한 눈초리는 보내지 않았을 텐데…
이제 기대해 본다. 너무나 조용하고 깨끗하게 치러진 선거의 혁명처럼 우리 국민은 위대하다. 어느 여인은 군인의 총 머리를 맨손으로 막아내고 여의도의 촛불은 쓰러져 가는 우리나라를 겨우 되살려 났다. 이제 우리는 갈라서지 말자. 하나가 되어 세계로 눈을 돌려 그동안 잃어버린 국격을 다시 찾아오자.
세계의 분쟁은 우리는 봐주지도 않고 기다려 주지도 않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국가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협상, 방위비 재협상, 주한미군 이전 검토 등 삼중으로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흩어진 힘을 모아 이것을 막아내야 한다. 오늘처럼 평온한 우리나라에 만일에 전쟁이 난다면 우리가 힘들게 쌓아온 세계 강국의 체면은 순식간에 사라질 것이다.
필자는 군에 오래 있었기에 ‘분열’이 얼마나 무섭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국가안보에 빈틈이 없어야만 경제도, 민생도 안전하다는 것을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
우리 고향에 소식도 들었다. 뿌듯했다. 존경스러웠다. 투표율도 매우 높고, 온 군민의 마음도 하나로 나타내었다고 한다. 그 마음이 승화되어 우리 고향에 젊은이들도 다시 모여들고 어르신들의 주름살도 펴지는 정책들이 실천되길 기대해 본다.
우리 고향 어르신들께서 바램은 단 한 가지였을 것이다. 호화스럽고 고급스러운 삶보다 고향에서 작고 소소한 행복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순박한 바램이었을 것이다. 우리 자손들이 영암의 좋은 이미지를 이어가며 영암의 출신임을 스스로 자부심을 품는 바람으로 “진짜의 나라”에 기대할 것이다.
진정한 진짜는 처음과 끝이 변하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빛이 날 때 순수한 진짜라고 평가받는다. 국가의 안정과 민생의 변화를 바라는 6월 3일의 순수한 우리 영암의 소중한 한표 한표의 기대가 진짜로 실행되길 필자는 간곡히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