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번 간호학과 새내기가 되었다. 목포과학대학교에서 오리엔테이션, 입학식, 엠티, 중간시험, BTS(학습공동체), 체육대회를 함께 했다. 그리고 또 강의실로, 청춘의 일상을 더하고 있다. ‘왜, 뜬금없이, 쉽지 않을 텐데?’ 소리를 들었지만, 스스로 이루어가는 목표가 생겨서 좋다.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다. 그런데 기회가 왔다. 저출산이 낳은 학생 수 감소로, 대학마다 입학정원이 안 찬 것이다. 바로 신청했다. 평소 얘기하던 ‘대학은 지역의 경쟁력이다, 퇴직하면 다 같이 다녀서라도 살려야 한다’를 실천한 셈이다. 예전처럼 3년인 줄 알고, 4년제로 바뀐 줄도 몰랐다. 그래도 괜찮다. 차라리 의대와 같이 6년이면 더 좋겠다. 어쨌든 다 마쳐야 하고 그렇게 할 생각이다.
주어진 과정을 완료하고 자격을 취득하면 해야 할 일이 많다. 먼저 나를 지키며, 가족과 지인의 건강관리에 도움이 되고 싶다. 이미 65세 이상 노인이 20%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평균 수명도 많이 늘었다. 한 세대마다 10년쯤이니, 나 때는 90을 넘어 창세기(6:3) 120년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년 100만 출생 70대와 60대의 10년, 20년 후는 어떻게 될까?
지속적인 돌봄과 의료보험 치료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현실은 어린이가 총인구의 10%에 불과하고 합계출산율 또한 0.75명뿐이라는 거다. 인적자원 부족이 예견된다. ‘나이 먹을수록 병원과 가까이해야 해, 약을 잘 챙겨 먹어야 해’ 말씀도 많지만, 과잉 처방과 오남용은 오히려 독이 된다는 것이다. 의료 공부가 필요해진 이유다. 옛 선비 유의(儒醫)처럼, 내 몸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아야 한다.
의료 칸막이 또한 걷어내야 한다. 늘어나는 노인들의 병원 왕래와 치료를 의사들만 감당키는 어렵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데이터 활용 등 미래 융복합 사회에도 대비하는 일이다. 섬 의료선 같이 방문과 화상 진료가 이루어질 텐데, 그 관리와 처치는 정규 의료교육을 받은 누구나 가능하게 해야 한다. 앞으로 확대될 간호사의 역할이다.
이런 길을 열어갈 ‘다시 학생으로’ 일상이 계속되고 있다.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강의실 안팎이 제법 떠들썩해졌다. 자기소개 시간을 가지면서 서로를 알았다는 소리다. 학기 초반 어색함은 잠시, 오갈 때마다 인사를 나누고 라면 점심을 함께하며, 친구가 되고 있다. 수업 출석, 분임 참여와 질문 등 학업 열기 또한 대단하다.
1학기 중간평가는 재미있었다. 시험은 늘 스트레스지만, 그래도 잘했다. 그렇지만 이해, 저장 후 재생에는 실패했다. 그러다 보니 많이도 틀렸다. 감각기억과 단기기억은 잘 작동하는데도, 장기기억 유지가 문제였다. 눈 1초, 귀 5초, 저장 30초를 못 넘기며 검색이 안 된 것이다. 예전과 같은 줄 알았던 왜곡이다. 백번은 더 봐야 할 것 같다. 이 계절은 가더라도, 내 기억은 못 가게 하리라.
‘남자들은 왜 운동을 좋아할까?’ 체육대회 날, 응원 나온 여학생의 말이다. ‘수업은 안 들어오더니, 축구는 하고 있네’ 소리도 들린다. 정말 그럴 때다. 거친 숨이 더 좋은 패기와 열정의 시기다. 머리 공부는 좀 늦어도 좋다고 한다. ‘그래, 지금까지도 안 했는데, 더 늦으면 어때, 언젠가는 할 텐데, 건강이 먼저’라는 함성도 들린다. 그 믿음과 체력이면 무언들 못하랴.
양을산 자락 스탠드 응원 속에, 간호학과 대 물리치료학과 결승전은 3:4로 끝났다. ‘저쪽은 선출이 많데요’ 뭐? ‘선수 출신이요’ 프리킥 첫 골로 출발했지만, 볼을 굴리는 차이가 났던 결과다. 그래도 잘했다. ‘네팔유학생팀’과의 준결승전도 대단했다. ‘네팔, 코리아’가 뒤섞이며 ‘내 팔은 괜찮아’ 웃음까지 낳았다. 그 열기를 함께 했으니, 나 또한 젊음이었으리라.
점심시간을 활용한 BTS 활동도 이어졌다. 교수님과 학생이 러닝너스(Learning Nurse) 원팀이 되어 4년 과정 마무리, 국가 자격 취득, 장래 진로 대비 그리고 선배님의 경험을 듣고 질문하는 만남의 자리다. 취업과 창업 고민, 실패와 좌절에도 용기를 잃지 말고 과정이 좀 힘들더라도 깡 있게 버티면서 깨지진 않게 하자는 것이리라.
5월에 들며 긴 휴일을 보냈다. 하릴없이 잠들지 못한 잠을 즐기며 흘러간 영화를 함께하고, 비바람과 햇살을 머금은 신록을 만끽했다. 이팝나무를 오른 흰쌀밥, 마삭줄 위의 하얀 바람개비, 붉게 피어난 장미꽃 또한 제 계절을 즐기며 튼실해져 가고 있다. 인간이 만든 자연의 문제, 인간이 만든 인간의 문제를 넘는 만상의 아름다움이다.
수업에 못 들어갈 때도 있다. 특히 요가와 라인댄스는 매주 기다려지는 시간인데도, 먹고 사는 일이 안타깝게 한다. 그래도 ‘학사 일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인간 심리 이해와 문제 해결, 해부생리학, 토익, 레크리에이션, 아침을 잘 챙겨 먹어야 뇌에 영양소가 공급되어 졸음이 오지 않는다는 배움과 새벽을 깨우는 일등봉의 기운까지 더하고 있다.
내가 하는 평생 공부다. 헛된 망상과 아플 시간조차 없게 한다. 누구든, 중년의 욕구 해소와 행복한 노년을 위해 한 번쯤 시도해 볼만하다. 복지 차원으로, 전문가 그룹의 역지사지 시각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이제껏 지자체에서 해오던 문해학교, 노인대학, 한옥학교와 강의 아카데미 등이 그런 일환이었다. 그런데도 매번 반짝, 단체장이 바뀌면 중단하기까지 한다.
이래서는 안 된다. 국민이 편하고, 도민의 꿈과 고충이 해결되게 하려면, 꾸준해야 한다. 교육은 우리를 새롭게, 세상을 변하게 하는 힘이요, 더 나은 내일을 열어갈 기반이 된다. 또한 우리가 선택한 지도자가 잊지 않고 시행해야 할 과제다. 혹여 조금은 부족하고 늦더라도, 그 진실을 믿고 따를 수 있게끔, 늘 바르고 옳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