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순 희        덕진면 청림길​​​​​​ 시아문학회원
안 순 희        덕진면 청림길​​​​​​ 시아문학회원

국토를 지키는 일에 버금가는 식량주권을 지키는데 힘을 쏟겠습니다. 기후 변화가 불러올 필연으로 곡식의 생산량이 줄고 수출하는 나라가 곳간을 잠근다면, 훼손된 농지는 중단되었던 요소 공장처럼 금방 고쳐 쓸 수 없기에 더 이상 망가뜨리지 않고 보전하는 정책을 펴겠습니다. 국토를 지키는데 군인이 필수이듯 농토를 지키는 데도 농군이 필요합니다. 저 거대한 농업 선진국들과의 경쟁을 농민에게만 맡기지 않고 확실하게 뒷받침하겠습니다. 우리 세대와 달리 지금의 젊은이들은 똑똑합니다. 우리가 아무리 단체를 만들어 몸집을 불려도 외국의 농장주 한 사람과도 견줄 수가 없는데 몇몇의 법인이나 농업회사에만 몰아서 투자하는 데는 기대만큼 효과는 신통치 않고 농업에도 기득권층이 생길 수 있으니 대안도 찾아야 합니다.

농촌이 좋아서 전원생활을 꿈꾸는 젊은이에게 직업군인처럼 일정한 생활자금을 주어서 정착을 돕겠습니다. 각자 생활 터전을 예쁘게 가꾸어서 전 국토가 관광지가 되게 하겠습니다. 저마다의 능력을 쏟아 주변을 가꾸는 책임을 지워서 대한민국 방방곡곡이 찐 금수강산이 되게 하겠습니다. 묵혀있는 작은 텃밭에서 잡초 아닌 향그러운 채소가 자라고 풀이 무성한 언덕빼기도 살뜰히 개발해서 콩·팥·녹두 등 우리 땅에서 난 곡물로 각종 매장을 채우게 하겠습니다. 우리 땅 곳곳을 가꾸면 곡식의 자급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그것들이 자라면서 보이는 오색 연출이 그 자체로 관광 상품입니다. 식량 자급률이 30%에도 못 미치는 나라가 유일하게 남는 쌀의 생산을 줄이려고 여러 억제 정책을 쓰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여름이면 길에서 가까운, 잘 다듬어진 들이 온통 유채꽃이 일렁이고 메밀꽃이 만발하여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도 하는데 아름답다기보다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기름진 땅에 쌀농사를 지어 가난한 나라에 나누어 준다면 꽃을 보며 얻는 기쁨보다 훨씬 큰 기쁨을 얻을 수 있을 것을, 하는 아쉬움에 씁쓸한 감상에 젖는답니다. 우리도 어려울 때 무상 원조를 받았듯이 아직도 굶주리는 지구촌의 이웃에게 나누어 준다면 훗날 반드시 보람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비좁은 땅이라도 놀리지 않고 알뜰히 가꾼다면 식량 자급도 이룰 수 있고 이웃에 나눌 수도 있는데 당장 눈앞에 이익만 쫓는다면 수입품에 밀려 우리 땅은 대책없이 훼손되고 말 것입니다.

울타리 밖으로 뻗어나온 능소화를 아름답게 가꾸어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전 국토 관광지화사업을 벌이겠습니다. 대한민국은 어디를 가나 비단같이 고운 경치와 거울같이 맑은 물이 있어 가치를 알려 주기만 하면 모두가 환호할 것입니다. 내 유년의 추억 한 토막을 오늘로 불러와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관광상품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눈 속에서 꿈꾸던 산마을에 봄이 오면 창공에 드높이 종달새 뜨고 처마엔 제비 둥지가 새 공사를 합니다. 제비 새끼가 빨랫줄에 앉을 즈음에 황소가 무논을 갈고 보리밭의 초록이 금빛으로 물들어가면 마을 앞 무논에선 밤새워 맹꽁이가 울었습니다. 들은 거짓말처럼 초록으로 일렁이고 꼬부라진 다랭이 논두렁엔 아이들이 긴 강아지풀 줄기를 뽑아 들고 메뚜기랑 방아개비를 잡느라 뛰었습니다. 찬 바람이 불면 물도랑마다 수초에 쌓인 도랑 새우가 뜰채 가득 털렸고 물이 고인 논에는 붕어며 미꾸라지가 오글거렸습니다.

동화처럼 아름다운 시절이 과거가 아닌 현실로도 다시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을 어느 방송 예능 프로에서 보았습니다. 삼시 세끼나 산골 체험같이 놀이로 개발하면 그래서 일상이 놀이처럼 즐거울 수 있다면 전원생활을 꿈꾸는 젊은이에게 그 임무를 맡기면 뚝딱 우리 강산을 누구나 가보고 싶은 놀이터로 바꾸어 놓을 것입니다. 산간 어촌이 모두 깨어나서 젊은이가 모이면 아이도 늘어나서 곳곳마다 비어 있는 폐교에서도 노랫소리가 들리게 하겠습니다. 그러려면 책임만큼 보상도 주겠습니다. 이 나라를 골고루 잘 살게 하려면 합당한 책임은 나라가 지게 하겠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 금수강산은 지구촌의 놀이터가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