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가 농민들의 생명줄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 수년 사이 폭염과 가뭄, 폭우와 홍수, 한파와 폭설 등 극한의 기상 현상은 농작물의 생육 차질은 물론 농경지 유실과 토양침식 등 농업생산 기반을 흔들고 있다. 온도와 습도의 급격한 변화도 새로운 병해충을 초래하고 작물의 내병성을 약화시켜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올해도 봄철 이상기후로 영암지역 배 과수원 농가당 평균 20%대의 피해율을 보이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영암군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4월 2일까지 최저 영하 4℃까지 떨어진 이상 저온으로 배 재배지 일대에서는 암술머리와 배주가 검은색으로 변해 고사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저온 피해가 심한 일부 과수원은 전체의 70% 이상 피해를 입었고, 농가당 평균 20% 전후 피해율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대봉감 50% 이상이 ‘햇볕 데임’(일소) 피해를 입고, 2023년 봄 냉해와 잦은 비, 탄저병 등으로 수확량이 예년의 20% 수준에 머물렀던 전철을 또다시 밟고 있다.
충남 부여의 경우 겨울철인 지난해 2월 강수량이 평년보다 5배가량 증가하면서 일조시간이 79%나 감소해 방울토마토 생산량이 20% 이상 줄어드는 등 이상기후에 따른 농업재해는 여기저기서 현실화되고 있다. 이 같은 재해로 농작물 재해보험금과 농업재해복구비는 2011년 5천738억 원에서 2023년 1조5천147억 원으로 3배가량 급증했다. 그만큼 이상기후로 인한 우리 농업의 미래가 갈수록 어렵고 힘들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런데, 농작물 재해보험은 농가들에게 여전히 불리하게 설정돼 있다는 점에서 불만을 사고 있다. 냉해 피해를 입은 농작물은 품질 저하는 물론 수확량 감소로 이어져 농가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하고 있지만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기후위기 시대, 우리 농민들이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정부는 우리 농업의 미래를 위해 농업부문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늘려 기후변화에 적극 대처하고, 지자체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예방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