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약금 등 축제예산 절반 7억5천여만 원 날려
“농사철 강행하려다 혈세만 낭비한 꼴” 비판
영암군이 올해 왕인문화축제를 강행하려다 취소하면서 8억 원대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암군은 지난 11일 낭산실에서 향토축제추진위원 18명, 영암문화관광재단 및 관계 공무원, 등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왕인문화축제 개최 여부에 대해 긴급회의를 갖고 전격 취소키로 결정했다.
영암군은 최근 주춤했던 구제역이 무안 돼지농장에서 또다시 발생하는 등 계속 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행사 추진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행사를 불과 20여 일을 앞두고 지난 10일 향토축제추진위원회의를 갖고 잠정 취소 결정을 내린데 이어 이날 행사 취소를 최종 결정했다.
영암군은 이에 앞서 올해 왕인문화축제를 당초 3월 29일부터 4월 6일까지 9일간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3월 13일 첫 구제역 발생 이후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 조치로 5월 3일부터 6일까지 연기하여 4일간 축소 개최키로 조정했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행사 기간을 4일에서 5일간 늘려 9일 동안 개최키로 하고, 작년과 동일한 예산인 16억여 원을 편성했다.
그러나 구제역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기간을 축소해 열려던 축제마저 취소되는 바람에 당초 예산의 절반가량인 8억 원대의 예산이 소진돼 혈세 낭비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영암문화관광재단(대표 전고필) 측은 축제 대행사인 다온커뮤니케이션과 최근 긴급회의를 갖고 행사비 정산을 논의한 결과, 이미 집행된 예산 중 실제 이행된 항목에 한해 정산하고, 1차 연기 및 최종 취소로 인한 협력업체·예술단체의 피해는 일부 보전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총 15억5천900만의 축제예산 가운데 절반가량인 7억5천700만 원이 이미 지출됐거나 지출될 예정이며, 나머지 8억200만 원만 영암군에 반납될 예정이다. 최종 정산은 상반기 내 완료될 예정이며, 이후 예산 상세 내역 보고와 함께 사후 대책을 논의하는 회의도 열릴 전망이다.
영암군은 영암문화재단에 왕인문화축제 관련 예산 집행 정지 조치를 통보한 상태이며, 재단과 대행사 측에 재정 손실 최소화를 위한 공동 책임 분담과 협조를 요청해 놓고 있다.
군민(영암읍·67) A씨는 “지난 3월 13일 첫 구제역이 발생한 당시만 하더라도 2개월 가까운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좀 더 일찍 판단했더라면 상당한 비용손실을 줄일 수 있었지 않았겠느냐”면서 “벚꽃 개화 시기도 넘기고 바쁜 농사철에 축제를 강행하고자 했던 것이 결국 엄청난 혈세만 낭비한 꼴이 됐다”고 비판했다.
군 관계자는 “왕인문화축제는 문체부 지정 대표 문화관광축제로 신중한 판단이 필요했다”며 “군민들의 기대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해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