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승 권        영암읍 장암리生​​​​​​ 다산경영정보연구원장(경영학박사)
문 승 권        영암읍 장암리生​​​​​​ 다산경영정보연구원장(경영학박사)

3월 초 연휴에 95세의 어머님을 모시고 동생과 함께 10여 년 만에 영암읍 장암마을, 장흥, 강진, 광주를 다녀 왔다. 가족 간 오랜만의 동행으로 스토리를 영암신문에 기고를 하려 했는데, 낭주골 오피니언 란에 윤재홍 교수님의 ‘소년이 온다’의 글이 올라와 묘한 인연인 듯 스쳐 지나간다.

고향 산천을 오랜만에 접하게 되니 직선형 도로망, 대부분이 기와집으로 개조해 초가집은 사라지고 전통미는 잘 보이지 않는다. 우뚝 선 월출산이 정면에, 옆에는 활성산, 안산으로 둘러 쌓여 대나무 숲 사이로 냇가는 흐르고, 자연경관을 쳐다보며 초등학교 시절을 회상하고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 없고’의 시 구절이 생각났다.

먼저, 장흥군 정남진에 거주하는 어머님의 친척이자 죽마고우 어르신 댁에 40여 년 만에 들렀다. 지팡이에 의지하는 백발의 어르신은 쉴새 없이 과거로 돌아가 어머님과 말동무가 되고, 필자와 어르신 아들을 나란히 보듬고 찍은 흑백 사진을 보존하여 보여준다. 문간방 밑에 둔 회색의 선인장 화분을 꺼내 선물로 베풀며 인정이 넘쳐 가져가라 하신다. 기약 없이 집 문을 나서니 불편한 몸을 이끌고 약간 빗속에 계속 마중을 나오려 하면서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다음 코스로 강진읍에 마치 교육계 리더로 영전한 외조카의 초대로 해태식당에서 30여 년 만에 80대의 외척 어르신을 포함하여 함께 해후를 하여 이산가족 만남과 같이 역시 쉴새 없이 인척의 안부도 묻고 대화를 과거의 시계로 되새김질 한다. 

인접한 영암으로 이동했다. 버스 타려 정류장에서 대기하는 시대는 그 옛날이 되고, 농협에 근무했던 아버님의 흔적이 깃든 개신리 저수지 옆 도로를 지나며 농촌의 물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었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향 어르신들이 대부분 별세로 하룻밤 거처가 마땅치 않아 장암마을에서 무용가이자 이장으로 활동하는 문치빈 무용단장의 배려로 마을회관에서 숙박하기로 하고, 저녁에 30여 동네 분들이 모여 환영 만찬을 과분하게 베풀어 주었다. 식사 후 마을회관이 단장이 잘 되어 있고 노래방 시설도 있어, 마침 어머님이 최고령 트로트 가수로 활동하여 초등학교 시절 콩쿨대회의 추억을 되살리듯 노래잔치도 하였다. 오영순 마을 회장님의 분위기 조성과 사회 솜씨가 인상적이었다. 널널하고 따뜻한 온돌방에서 숙면이 드니 자연 공기에 머리가 맑아지고 농촌 힐링이 되기에 충분했다.

이튿날, 금정면 선산을 찾아가려 했는데 신도로가 생겨 찾는 데 어려움도 있었다. 이어 종갓집, 장암정, 구암사, 생가와 담벼락, 인척집, 냇가, 대나무 숲, 마당바위가 있는 뒷집을 들러 연신 셔터를 눌렀다. 초등학교 교정은 파크골프장으로 바뀌어 즐기는 모습이 보인다.

초등학교 시절 월출산 자락의 천황사로 농로를 따라 소풍을 가다 반찬이 흘러내리고, 저수지 아래 제각으로 갔을 때는 비가 와서 선생님이 ‘개소풍’이라 했던 기억도 난다. 

사실은 노벨 문학상 작가인 한강의 ‘소년이 온다’ 주인공이 필자의 옆집에서 거주했는데, 어머님이 재학의 어렸을 때 얼굴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묘한 것은 재학의 아버님은 장흥에서 이주하였고, 재학의 어머님이 생가로 다시 귀촌하여 거주하고 있다 한다. 민주화 운동 당시에는 강원도 인제에서 군 생활 중이었고,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우리 모두의 인척, 이웃들이 피해를 보았다는 사실이다. 당시 외척 일가분이 경찰서장, 목사로서 시민 편에서 보호했다고 들었다. ‘광주’하면, 연상되는 자기 방어가 아닌 폭력이라는 왜곡된 이미지가 일부에게 각인되지 않았나 생각도 하게 된다. 마지막 코스로 교편생활을 하신 찬집 형님의 8순 모임이 광주에서 열려, 축하 노래 한마당도 펼쳐졌다. 오랜만이라 처음 본 인척들이 많아 낯설어 보이기도 했다. 핵가족화 시대로 이웃사촌이 더 가깝다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 

모처럼 고향을 둘러보며 인척들을 마주하니 전통문화가 없어지고, 그리운 옛 동산과 초등학교 교정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장암, 구림, 영보 등 유서 깊은 마을의 문화적 가치를 보존하여 콘텐츠로 개발하고 체험공간으로 조성하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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