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지나가고 새봄이 오고 있다. 봄기운이 서서히 찾아올 때마다 필자는 늘 대학시절이 생각난다.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해야만 했다. 가난때문에 대학 진학은 먼 꿈처럼 느껴졌다.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야간대학에 입학하게 된 이유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대학 진학은 꿈에 불과했다. 그러나 필자는 분명한 목표를 갖고 있었다. 바로 행정고시에 합격하여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야심찬 꿈이 있었다.
대학 입학 직후 운이 좋게도 필자는 어려운 경쟁률을 뚫고 공무원시험에 합격해 국회사무처 의사국 의사과에 입사했다. 의사과는 국회의 최종 의사결정 단계인 본회의 업무를 담당하는 중요한 부서다. 필자는 입사 당시 벅찬 설렘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이제 막 직장생활을 시작한 사회초년생이 감당하기에 쉽지 않은 직책이었다. 그러나 필자는 꿈을 위해 기꺼이 감당하는 용기와 희망이 용솟음쳤다.
필자의 주경야독 생활은 누구보다 열정적이었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라 48시간이 필요한 생활을 했다. 새벽 4시에 기상해 운동을 했다. 낮에는 직장 업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저녁엔 대학 강의를 들었다. 그리고 강의가 끝나면 밤늦게 집에 돌아와 행정고시 공부를 했다. 그렇게 힘든 일정을 소화하려 했으나 건강이 뒷받침되지 않았다. 점점 체력과 정신력이 따라주지 않았다. 매일 자정을 넘기는 생활은 필자를 지치게 만들었다. 결국 현실과 타협해야만 했다。
필자는 결국 업무에 우선순위를 더 많이 두기로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직장생활이었다. 직장생활을 충실히 했다. 대학 공부는 졸업장을 목표로 하기로 했다. 그리고 고시공부는 잠시 미뤄 두었다. 이런 결정은 아쉬웠지만 현실적으로 필자에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일 수밖에 없었다.
대학 생활은 낭만과 추억의 시기로 여겨지지만, 필자는 그 여유를 누리지 못했다. 미팅은커녕 친구들과 잔디밭에 앉아 대화를 나눌 시간조차 없었다. 학업과 업무에 쫓기며 바쁘게 지냈다. 여유로운 캠퍼스의 낭만과 추억은 먼 이야기였다. 직장상사나 동료들의 눈치를 보느라 수업에 제대로 참석하지 못하는 일이 잦았다. 그런 날이면 늘 마음이 무거웠다. 일반대학생들의 생활이 한없이 부럽기만 했다.
그럼에도 필자는 대학 생활을 포기하지 않았다. MT나 과 행사만큼은 빠지지 않고 참석하려고 노력했다. 필자가 바쁜 생활 탓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동기들과 선후배들은 항상 따뜻하게 맞이해 주었다. 짧지만 소중했던 그 만남들은 힘들었던 대학 생활에서 새로운 용기와 힘을 실어주는 고마운 추억으로 큰 위로가 되었다.
돌아보면 필자의 대학 생활은 비록 어려웠지만, 결코 무의미하지 않았다. 현실의 무게에 눌려 낭만적인 추억은 부족했다. 필자는 그 대신 삶의 우선순위를 판단하는 법을 배웠다. 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현실에 맞추어 최선을 다하는 삶의 지혜를 터득하게 됐다. 그 시절 경험한 주경야독의 생활은 필자에게 귀중한 교훈을 남겼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꾸준히 걸어가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지금의 필자가 더 성숙하고 성실한 삶을 살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은 힘든 시절의 경험이 밑거름이 되었다.
추운 겨울은 결국 봄을 모시고 온다. 힘들고 어려운 시간들이 있었기에 더욱 밝고 따뜻한 봄이 있는지 모른다. 필자 역시 그렇게 어려운 시기를 잘 견뎌냈기 때문에 지금의 봄이 더욱 소중하고 감사하게 느껴진다.
인생은 항상 완벽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예상치 못한 어려운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따뜻한 봄이 오기 위해서는 반드시 매섭고 강한 추위를 동반한 겨울을 지나야 한다. 어려움을 극복할 때 비로소 우리는 한층 더 성장한다. 시련은 피할 수 없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더욱 단단해진다. 마치 추운 겨울을 지나야 따뜻한 봄이 오듯, 인생의 어려움 또한 성장을 위한 과정이다.
필자는 새봄을 맞이하여 그 시절 필자를 따뜻하게 품어주고 격려해 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인생의 어려움 속에서도 보람과 행복을 잊지 않고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을 소중히 여기며 실천했으면 한다. 그러면 반드시 긴 겨울의 추위가 지나고 따뜻한 새봄의 가치와 보람을 흐뭇하게 느낄 수 있다.
우리의 고향 영암에도 진달래와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날 것이다. 여러분의 마음에도 이 봄처럼 따뜻한 희망의 꽃이 피어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주경야독의 삶 속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웠던 필자의 지난 이야기가 독자 여러분께도 작은 희망과 위로가 되길 소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