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종 화        학산면 은곡리 석포마을生​​​​​​ 전 1군단장(중장)​ ​​​​​​전 병무청장​ ​​경기도 안보자문위원
모 종 화        학산면 은곡리 석포마을生​​​​​​ 전 1군단장(중장)​ ​​​​​​전 병무청장​ ​​경기도 안보자문위원

국가이건 군대이건 조직이 있으면 반드시 리더는 존재한다. 망망 대양에서 폭풍우를 만나 배가 침몰 위기에 있을 때 배에 탄 선원들은 마지막으로 선장의 표정을 본다. 선장이 침착하게 행동하면 안심하고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하게 된다. 날아가는 기러기 무리들도 맨 선두에 선 기러기 두목이 이끄는 방향으로 뒤따라가야 바람의 저항을 적게 받고 쉽게 갈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시골의 멋진 음식점 물레방아도 흐르는 물이 없으면 물레방아는 스스로 돌지 못하고 제자리에 멈춰 서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민과 함께하는 리더가 없다. 매일 TV에 나오는 얼굴들도 어떻게 하면 나라보다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 살 것인가? 남을 밀어제치고 내가 먼저 권력의 꼭대기에 올라갈 것인가? 유리한 쪽으로 궁리하고 거짓말하고 이상한 유행어만 만들어낸다. 리더를 믿고 함께 물레방아를 돌리면서 낭만을 느낄 우리 젊은이들이 존경하는 국가의 리더를 찾기 힘들어 오히려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국가의 미래가 보이지 않고 멋있게 만들어가던 k-문화도, 동방의 등불이라고 칭송하던 한국은 미래마저도 가물가물하다. 국가의 리더들이 진흙탕 속에서 뒤섞이어 앞뒤가 없어졌고 이제 세계 속의 조롱거리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수많은 외침에도 불구하고 나라를 올바르게 이끌었던 리더들이 많이 계신다. 조선시대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끈 22대 정조대왕, 지금도 광화문 광장에 우뚝 선 이순신 장군은 ‘싸움이 급하니 내가 죽었다는 말을 하지 마라’고 노량해전에서 숨을 거두는 그 순간까지 나랏일을 걱정하고 미래를 준비했다. 그러나 작금의 리더들은 법을 우습게 여기고, 공정의 기회는 물론 우리 젊은이에게 희망마저 가두어버려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리더들이다.

어느 조직이든 리더는 몇 가지 조건과 양심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 조직과 국가를 이끌 수 있는 확고한 비전과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필자가 군에 있을 때 일이다. 어느 지휘관은 본인이 해야 할 말도 일일이 참모들이 적어 주어야 하고 주요 부문은 형광펜으로 밑줄까지 쳐주어야 겨우 발언한다. 자기의 혼과 비전이 없이 대독만 하는 리더이다. 국가를 경영하는 리더는 세계를 보는 안목과 해당 전문가들이 제안한 내용을 이해하고 자기화할 수 있는 최소한의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둘째 진정한 리더는 본인이 쥐고 있는 권력을 행사할 합리적인 수준을 알아야 한다. 권력은 고함, 회초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합법적인 기준과 카리스마적 행동, 고도의 도덕적인 존경심에서 나올 때 진정한 권력이 될 수 있다. 흔히들 리더는 ‘어항 속의 금붕어’라고 한다. 모든 사람이, 모든 만물이 리더의 행위에 관해서는 관심 있게 보고 기억하기 때문이다. 군에서는 소대장, 중대장까지는 손수 진정한 행동을 통하여 솔선수범을 보임으로써 리더로서 위치를 확보한다. 대대장, 연대장부터는 지혜와 통합, 소통을 통하여 조직 요소를 하나로 만들고 유사시 충성하도록 한다. 사단장, 군단장 때에는 전략적 식견과 자발적인 동기유발 행위를 만들어내고 다양한 생각과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균형감각을 지녀야 한다. 적들의 머릿속에도 들어가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스마트한 전략을 만들어내어 지침을 줄 수 있는 예견력을 갖추어야 큰 부대를 이끌 수 있는 멋진 리더가 된다. 

셋째 모든 제대에서 공통으로 적용될 리더의 조건은 ‘책임은 내가, 공은 부하에게 주어야 한다’는 신념이 있어야 진정한 리더라고 할 수 있다. 흔히들 리더로서 지녀야 할 최고의 덕목은 정직과 부하의 고귀한 생명 존중이라고 말한다. 한 번이라도 거짓말하는 리더의 말은 믿을 수 없어 와르르 순식간에 무너진다. 작금의 언론에 비친 우리의 리더(?)를 보면 밉고 분노가 치민다. 어떻게 지켜온 나라이었는가? 원-달러 가치가 세계에서 꼴찌에 가깝다고 한다. 트럼프 미대통령은 우리에게는 관세 부과,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한미연합 훈련의 조정 검토 등 우리를 패싱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세계가 이러함에도 우리의 리더들은 국민에게 희망보다는 갈등을, 삶의 지혜보다는 갈라치기를, 웃음보다는 색다른 스트레스만 골고루 안겨 준다. 

언제부턴가 국민이 나라를 이끌 지도자를 걱정하는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에게는 진정한 리더는 없는가? 국민에게 편안한 저녁상 자리를 마련해줄 국가의 지도자는 누구일까? 

을사년 새해가 밝은지 벌써 한 달이 지났지만, 우리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서로 엉키고 뒤범벅되어 뒷걸음치고 있지는 않는가? 설 명절도 지났으니 우리는 이제 미래를 야무지게 세울 진정한 리더, 거짓말하지 않는 정직한 리더, 경제·안보 식견을 갖춘 소통형 리더를 찾아 속히 서둘러야 한다. 그래도 묵묵히 북쪽만 바라보며 나라를 지키는 국군 야전 장병들이 있어서 천만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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