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 벚꽃 백 리 길[163]
■ 구림마을(72)

간죽정 기둥의 주련 – 나름 명성을 지닌 유서 깊은 정자나 고택에는 거의 예외 없이 주련이 걸려 있다. 대부분의 주련은 한문으로 되어 있으며 서체도 예서, 해서, 행서 등 다양하여 한학자가 아니고서는 해석이 어렵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간죽정과 죽정서원 주련은 일반인들도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도록 각각의 주련마다 한글 해석을 해놓았다. 간죽정과 죽정서원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함양 박씨 문중의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다. 특이하게도 간죽정의 주련은 외부가 아닌 내부를 향하여 걸려 있으며, 정자 내부 서쪽에서 일시에 바라볼 수 있도록 비치되어 있다.
간죽정 기둥의 주련 – 나름 명성을 지닌 유서 깊은 정자나 고택에는 거의 예외 없이 주련이 걸려 있다. 대부분의 주련은 한문으로 되어 있으며 서체도 예서, 해서, 행서 등 다양하여 한학자가 아니고서는 해석이 어렵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간죽정과 죽정서원 주련은 일반인들도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도록 각각의 주련마다 한글 해석을 해놓았다. 간죽정과 죽정서원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함양 박씨 문중의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다. 특이하게도 간죽정의 주련은 외부가 아닌 내부를 향하여 걸려 있으며, 정자 내부 서쪽에서 일시에 바라볼 수 있도록 비치되어 있다.

간죽정 주련
이 지역에 어진 이가 살아 이름도 높아져서
마을의 미풍양속에 봉황도 천길 높이 날으네
기암 깊은 골에서 학 울음소리 들려오고
남쪽 영지 빼어나니 구름이 오래도록 머무네
동쪽이 아름답게 덮였으니 
달이 떠서 오래도록 비치네
매화 향기 고산에 깊숙이 은은하게 퍼져가니
죽정원의 운시는 고을과 같이 백세토록 맑으리
거울 같은 호수의 물이 불어나 속된 마음이 맑아진다
금성관의 풍도가 높은 것은 스승의 도가 밝기 때문이요
문중은 선대의 덕을 쌓은 공으로 인하여 남은 복은 더 하리라

함양 박씨 문중 종회소인 영유재의 주련 – 바깥 기둥 5개와 고주 5개에 주련이 걸려 있다. 10개의 주련 모두 밖에서 볼 수 있도록 외부를 향하고 있다.
함양 박씨 문중 종회소인 영유재의 주련 – 바깥 기둥 5개와 고주 5개에 주련이 걸려 있다. 10개의 주련 모두 밖에서 볼 수 있도록 외부를 향하고 있다.

주련(柱聯)이란?
기둥이나 벽 등에 시구를 연하여 걸었다는 뜻에서 주련이라 하는데 영련(楹聯)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주련의 문구는 그 건물의 용도에 따라 달라지며 내용도 다양하다. 판자에 문구를 붓으로 써서 걸기도 하지만, 글씨의 윤곽만 새기는 기법을 쓰는 것이 보편적인 방식이다. 이때 새김질한 글씨에 색을 넣어 장식하는데 보통 바탕은 검은색, 글씨는 흰색으로 칠한다.
민가의 살림집 안채에서는 안마당을 향한 기둥에 주련을 거는데, 자녀들의 인격 수양에 도움이 되는 좌우명이나 좋은 시를 문구로 선택한다. 생기복덕(生氣福德)을 소원하는 내용이나 덕담(德談)을 품은 글귀를 서예가에게 부탁하여 받아 건다. 
사랑채의 기둥에는 오언이나 칠언의 유명한 시나 자작한 작품을 써서 건다. 한 구절씩을 적어 각각의 기둥에 걸면 시 한 수가 된다. 주련에 걸린 문구를 보면 그 건물을 지은 내력과 목적을 알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주인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주련은 경치 좋은 곳에 세운 누정, 문중의 종회소, 서원이나 향교, 사찰의 일주문과 법당, 효자문이나 열녀문 등 격식을 갖춘 한옥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주련은 일종의 장식물 역할도 하지만 그 건물의 품격이나 권위를 나타내기도 한다. 

영유재 기둥에 걸린 주련과 한글 해석판 – 각각의 주련에 한글로 해석한 내용을 붙여 놓았다. 우리 영암의 모든 정자와 고택에도 이러한 배려가 있으면 좋겠다.
영유재 기둥에 걸린 주련과 한글 해석판 – 각각의 주련에 한글로 해석한 내용을 붙여 놓았다. 우리 영암의 모든 정자와 고택에도 이러한 배려가 있으면 좋겠다.

영유재 주련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고 잠을 늦게 자는 
부끄럼 없는 삶을 살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스스로 힘쓰며 
쉬지 않고 지내네
마음을 깨끗이 가지고 욕심을 적게 함으로 
살아나갈 방도를 삼으며
화사한 행위를 버리고 진실만을 취함은 
호신의 부절로 삼네
밝은 달과 맑은 바람이 
자연히 밝고 맑게 비치고 불어오네
자기를 알아주는 친구를 서로 만나서 
높은 산을 우러르듯 
썩지 않고 흐르는 물과 같이 대하네
난정에 서로 모여 시 짓고 술잔을 드는데 
젊은이 늙은이 다 모였네
도연명과 같이 거문고와 책을 읽으며 
친척과 서로 즐거워하네
존중할 문각에 갖추고 있는 문물 규범을 
어찌 대광주리에 가득 찬 금덩이와 바꾸리오
둘레에 전원을 지고 있으니 
곡식을 저장함이 끊임이 없네

요즘은 주련을 한글로 쓰기도 한다. 남원 실상사 천왕문 기둥에는 ‘가득함도 빛나고, 비움도 빛나라’ 한글 주련이 걸려 있다. 아무리 좋은 의미를 담고 있는 주련이라고 해도 방문객들에게 그 뜻이 전달되지 않는다면 그저 하나의 장식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한문 주련은 디지털 한글 시대에 걸맞게 이해하기 쉬운 한글로 해석하여 제공되어야 한다.<계속>  
 글/사진 김창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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