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 벚꽃 백 리 길[158]
■ 구림마을(67)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죽림정
구림마을 죽림정에는 옛 선인들의 시문뿐만 아니라 현대의 시인 묵객들의 시문도 함께 걸려있다. 후손 현의송, 동천 김철호, 취석 전석홍 등의 시문이 정자 북벽에 걸려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노천 김신겸의 작시 편액
노천 김신겸(金信謙, 1693~1738)의 본관은 안동, 자는 존보(尊甫), 호는 증소(橧巢), 시호는 문경(文敬)이다. 부친은 진사 김창업(金昌業)이며, 모친은 전주 이씨(全州李氏)로 익풍군(益蘴君) 이속(李涑)의 딸이다. 숙부인 김창흡(金昌翕)을 사사하였다. 1721년(경종1) 진사시에 장원으로 급제했으나, 큰아버지인 영의정 몽와 김창집(金昌集)이 신임사화로 거제도로 유배될 때 연루되어 함께 유배되었다. 1725년(영조1)에 풀려나 내시교관(內侍敎官)에 임명되었으나, 취임하지 않고 강원도 영월의 산중에 들어가 산수를 즐기면서 후진 교육에 힘썼다. 이조판서 겸 제주(祭酒)에 추증되었다. 좨주란 성균관 정 3품 벼슬로 유생들의 유학 교육을 담당하는 관직이다. 학행과 덕망이 높은 선비를 선발하여 임금이 직접 제수하였다. 저서에 ‘증소집’(橧巢集) 등이 있다.
삼연 숙부의 죽림정 연작시에 차운하다
월출산 수색이 늦도록 어둡고 어둡네
삼대째 기이한 인연, 이 정자에 다시 이어지니
백발이 세상 곁에 외로워 매화꽃같이 희고
괴로움은 편장 같으나 일만 대는 푸르르네
선대 서찰 자세히 보니 촛불이 다 되고자 하고
옛 슬픔 거듭 말하니 술이 맑게 깨네
그대를 쫓아 크게 짓고 서호에 숨으려고 하여
옛 마을이 변하고 변하여 이미 두 번이나 지나갔네
「敬次三淵叔父韻連留竹林亭
三世奇緣復此亭
月山愁色萬冥冥
霜毛世傍孤梅白
病始偏將萬竹靑
先札細看燈欲盡
舊悲重說酒淑醒
從君碩作西湖隱
故里滄桑已再經」
竹林亭次韻(죽림정차운)
동천(東泉) 김철호(金澈鎬) 작시 편액
동천(1940~2007)김철호는 학산면 화소 출신으로 민선 2~3기 영암군수를 역임했다.
대숲 깊은 곳에 작은 정자 지어놓고
세상 풍진 물들지 않고 뜻은 태평하네
소쇄한 맑은 바람 집에 임하니 상쾌하고
영롱한 밝은 달은 창을 밝게 비치누나
책상 앞에서 성대하게 복희황제 말을 하고
석상에서는 오직 태고의 소리 듣고 들었네
칠현을 벗하고자 어느 곳으로 향해갈 고
명산이 높이 서 있으니 영암을 사랑하네
갑신(2004년) 중추절에 영암군수 동천 김철호 근고
「竹林深處小亭成
不染塵間意泰平
瀟灑淸風臨戶爽
玲瓏皓月照窓明
案前盛說羲皇事
席上惟聞太古聲
欲伴七賢何所向
名山屹立愛靈城」
취석(翠石) 전석홍(全錫洪) 작시 편액
취석(1934 ~ )은 서호면 장천리 출신 시인으로 전남도지사, 보훈처장관 등을 역임하고 정계에서 은퇴한 뒤 문단에 등단하였다. 현재까지 담쟁이 넝쿨의 노래, 자운영 논둑길을 걸으며, 내 이름과 수작을 걸다, 시간 고속열차를 타고, 괜찮다 괜찮아, 원점에 서서 등 여러 권의 시집을 발간하며 활발한 시작 활동을 하고 있다.
죽림정 차운(竹林亭 次云)
대나무 숲 그윽한 곳에 세워진 죽림정
죽림칠현 같은 분들이 모여들어 학문을 가르치니
대대로 문장가를 배출한 현씨 문중
낭주고을에 도학을 길이 전하였네
하늘을 떠받친 월출산은 창문이 되었고
섬돌로 단장된 구림천은 맑게 회사정을 휘감아 도네
늘그막에 찾아와서인지 감개도 무량하니
내방객을 환영하듯 비바람도 멎는구나
갑오(2014)년 늦봄 자락에서
竹林深處此亭成
咸集七賢弦誦聲
繼出文章玄氏宅
遺傳道學朗州城
撑天月岳當窓爀
繞砌鳩川抱棟淸
晩境登臨多感慨
雨風不動訪來迎
甲午年晩春小節
<계속> 글/사진 김창오 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