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이 지난 11월 3일 일본에서 열리는 ‘왕인 묘전제’ 행사를 예정대로 강행, 지역민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사절단은 올해도 공무원 14명을 포함, 30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원이 3박 4일 일정으로 수십 년간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 1일 출국했다. ‘외유성 참배’라는 군민들의 따가운 비판에도 귀를 닫고 대규모 사절단을 파견한 영암군의 ‘배짱 행정’은 과연 어디서 나오는 걸까. 일각에선 군수가 군민들을 철저히 무시한 행태라는 지적이다. 물론 오래전부터 행사를 준비해온 터라 갑작스런 행사축소는 어려움이 뒤따를 수도 있겠다고 짐작은 간다. 또 여행경비 4천800만 원의 예산이 그리 많은 것은 아니라고 항변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해온 관행이었다는 핑계를 댈지도 모르겠다. 일정 중에 업무협약과 테마견학도 나름 해명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군민들은 올해 사상 유례없는 이상기후와 쌀값·소값 폭락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쌀 생산비는 매년 상승한 반면 폭염과 가뭄·태풍 등 잇단 기상이변으로 인한 생산 여건은 해마다 악화되면서 전남쌀 산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더구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부의 교부금 축소 명분으로 농업보조금이 대폭 축소돼 이중삼중의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이처럼 가뜩이나 어려운 판에 올해 들어 부쩍 늘어난 갖가지 축제는 지역 주민과 농민단체들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일년 중 가장 바쁜 농번기에 정신없이 여기저기서 열리는 각종 축제행사는 ‘누굴 위한 행사인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농민들은 허리가 휘는데 각종 축제예산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각종 지원은 줄이고 있는데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영암군이 유일하게 전남지역 지자체 중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설치하지 않아 올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은 것도 결국 어려운 재정 형편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 기금은 지방세나 지방교부세 같은 세입이 감소하거나 대규모 재난‧재해가 발생하는 등 재정 상황이 어려울 때 쓰는 ‘비상금’ 성격이라는 점에서 영암군의 ‘배짱 행정’ ‘무사안일 행정’이 도마에 올랐다.

결국, 2시간짜리 묘전제 행사에 30명이 넘는 대규모 사절단을 그것도 수십 년간 전례를 답습하는 행위는 혁신을 주창하며, 민간보조금 축소 등 농민들에게 허리띠를 졸라매 줄 것을 요청하는 우승희 군수의 입장에서도 설득력이 없다 할 것이다. 더구나 선거를 도왔던 군수 측근들이 다수 포함됐던 전례를 상기하면 군민들의 반감은 더할 수밖에 없다. 다만, 오랜 교류 행사인 점을 감안, 일본처럼 서너 명 정도의 참배단을 파견하고, 일각에서 지적했듯이 공무원들은 ‘고향사랑기부금제’의 원조인 일본지역 사례를 배우도록 하여 지방소멸위기에 대응하는 자세를 보였다면 군민들의 반감은 덜 수 있었을 것이다. 영암군은 올해 정부의 ‘지방소멸대응기금’ 평가에서 전남의 인구감소지역 16개 군 가운데 최하위 등급을 받아 다른 지역보다 최고 56억 원이 펑크 난 책임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에서 드리는 고언(苦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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