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도비 지원 없는 첫 행사 ‘속빈 강정’…지속해야 하나?
예산 낭비인가 VS 관광산업 도약인가…군민여론 거쳐야
첫날 개막행사부터 비와 강풍으로 주무대 종합운동장 ‘썰렁’
사흘간 행사에 군비만 8억 원 쏟아…방문객 3만여 명 그쳐

썰렁한 박람회장 - 지난 11월 1일부터 3일까지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국립공원월출산 박람회장의 썰렁한 모습.
썰렁한 박람회장 - 지난 11월 1일부터 3일까지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국립공원월출산 박람회장의 썰렁한 모습.

가을을 수놓는 빨간 단풍과 함께 올해 곳곳에서 다양한 축제가 열리고 있다. 10월 말부터 11월까지 캠핑박람회, 군민의 날 및 읍·면민의 날, 국화축제, 월출산국립공원 박람회, 한옥비엔날레 등 다양한 행사가 이어지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영암군의 시도가 한창이다. 이번 가을 축제에는 읍·면민의 날 행사를 제외한 5종에 24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성과를 두고 군민들은 아쉬움과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올해 처음 개최된 월출산국립공원 박람회는 사흘간의 행사에 순수 군비만 무려 8억 원대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속빈 강정’이라는 비판과 함께 행사를 계속 추진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과제를 남겼다. 

막대한 예산, 저조한 성과
영암군은 가을 축제들을 통해 골목상권에 활기찬 분위기와 함께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를 가졌다. 하지만, 지역 소상공인들은 기대와 달리 일상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인근 강진의 갈대축제가 약 15만 명, 해남의 미남축제가 약 24만 명의 방문객을 유치한 것에 비해 영암의 캠핑박람회와 월출산국립공원 박람회는 각각 1만5천여 명과 3만여 명에 그쳤다. <주최 측 집계> 각각 4억여 원과 8억여 원의 예산이 투입된 행사로는 지극히 아쉬운 성적이다.

당초 이번 박람회는 국·도비 지원도 없는 전액 군비로 치러져 가뜩이나 어려운 재정 형편에 박람회 성격상 부수효과가 의문시됐던 우려가 현실화 된 셈이다.

강풍과 비, 썰렁한 개막 공연
월출산국립공원 박람회 개막식 날인 1일 오후에는 강풍과 비로 인해 종합운동장에서 인근 국민체육센터로 장소를 긴급 변경하는 일이 발생했다. 공무원들의 신속한 조치로 행사에는 큰 차질 없이 진행되었으나 종합운동장에는 강풍으로 각종 현수막이 떨어지고 물웅덩이가 생기는 등 주 무대가 아수라장이 됐다. 이로 인해 유명가수 초청 공연에서도 관람석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채 공연이 진행돼 현장은 썰렁한 모습을 연출했다.

영암군은 서울 용산과 홍대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홍보를 펼쳤지만, 접근성 문제로 기대에 못 미쳤다는 지적이다. 홍보 대행사 한 관계자는 “대중교통 접근성이 부족한 영암이 수도권 홍보에 집중한 점이 아쉽다”며 “오히려 광주·전남 인접 시군과 자가용으로 2~3시간 내에 접근할 수 있는 도시들에 더 홍보에 집중했어야 했다”고 분석했다.

숙박시설 부족, 지역상권 활성화의 한계
영암군의 숙박 인프라 부족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축제기간 전국에서 모여든 국립공원 행사관계자들로 인해 영암읍 내 몇개 안되는 숙박시설이 만실이 되면서 때마침 고향은 찾은 출향인마저 나주 혁신도시와 목포 등지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했다. 이번 행사로 일부 음식점의 매출은 평소보다 다소 늘었으나 대다수의 음식점은 매출 증가 효과를 체감하지 못했다. 관광객 유치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가 목적인 박람회의 한계성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이번 박람회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은 온라인에서도 다수 확인됐다. 목포의 한 커뮤니티에는 “행사장이 조기 종료된 부스가 많고 기대 이하였다”며 “방문을 추천하지 않는다”는 글이 올라왔다. 일부 군민은 “몇몇 사람만 배 불리는 행사보다는 군민의 삶의 질 향상에 예산을 써야 한다”며 실망감을 표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차원의 박람회 행사...군민여론 거쳐 지속여부 결정해야  
이번 월출산국립공원 박람회는 전국 23개 국립공원이 모두 참여한 가운데 대한민국에서는 처음 열렸다. 그러나 재정 형편이 열악한 지자체 차원의 행사가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월출산국립공원 박람회는 민선 8기 우승희 군수의 공약사업으로 영암을 국립공원 중심의 관광지로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로 첫 행사를 치렀지만 막대한 예산에도 불구하고 군민들의 여론수렴 절차는 없었다.

그러나 국·도비 지원도 없이 영암군 독자적으로 추진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과 함께 과연 혈세를 쏟아부은 만큼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대다수 군민들은 회의적인 반응과 함께 군민들의 공감대 형성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행사 내용도 △국립공원 전시관 △23개 국립공원 홍보·체험부스 △명품마을 특산품 판매 △국립공원 안전교실 △이동식 탐방안내소 △국립공원 굿즈 판매 등 전시·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차원의 행사라면 몰라도 영암군의 홍보와는 상당히 동떨어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산악지대인 월출산의 경우 널리 홍보가 되더라도 일반인들은 쉽사리 등산할 수 없는 형편이라서 방문객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사실이다. 실제, 이번 박람회에서도 등반대회에 참가한 방문객이 상당수를 차지한 것을 감안하면 쓰레기만 남겼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또 학술 세미나와 환경 보존토크 콘서트가 마련됐으나 지역 주민들과는 다소 동떨어진 주제의 행사여서 행사 관계자 외에는 참여율이 매우 낮았다.

일부 군민들은 “영암만의 콘텐츠를 발굴하고 지속적인 도전을 이어가야 한다”고 긍정적인 의견도 내놨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일회성 행사에 예산을 낭비하지 말고 모든 군민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지속가능한 시책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민선 8기 공약사업으로 전국에서는 처음 추진된 월출산국립공원 박람회가 내년에도 계속 이어갈 것인지에 대한 군민들의 여론수렴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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