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암리 고 문건양 씨 아들...의향 맥 이어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최근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소설 ‘소년이 온다’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소설의 주인공 동호의 실제 인물인 영암의 아들, 고 문재학 군이 재조명되고 있다.
재학 군은 영암읍 장암리에 거주했던 문건양 씨(작고)의 아들로, 5·18 당시 최후 항쟁에서 희생된 고등학생 시민군이었다. 재학 군의 부친 문 씨는 장암마을에서 40대까지 농사를 짓고 살다 광주로 이사했다.
재학 군은 1980년 5·18 당시 고등학교 1학년생으로, 매일 도청에 나가 시민군 시신 수습 등을 도왔으며, 27일 새벽까지 전남도청을 지키다 계엄군의 총탄에 맞아 산화했다.
예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분연히 들고 일어섰던 고향 선조들의 의로운 정신이 당시 고등학생 재학 군에게도 면면히 이어져 고귀한 생을 마감했던 것.
<소년이 온다>는 실존 인물인 5.18 희생자 재학 군의 이야기에 약간의 상상을 가미한 소설이다. 열다섯 어린 소년이 겪은 비극적 사건과 다양한 감정들, 즉 죽음을 마주한 두려움, 홀로 살아남았다는 죄책감, 계엄군과 정부에 대한 분노 등이 문학 작품으로 승화돼 현재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 감동을 주고 있다.
재학 군의 어머니 김길자(84) 씨는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을 들은 뒤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 작가님 소설책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5·18민주화운동이) 알려져서 너무나 감사하제라. 엄마가 백 번 투쟁헌 것보다도 우리 작가님이 소설책을 써서 알린 게 훨씬 더...”라며 놀란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김씨는 이어 “우리 재학이의 죽음도 ‘헛된 죽음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믄 마음이 즐거웁지만, 보고 싶은 마음은 날마다 들어요”라며 “하루도 잊어븐 날이 없어요. ‘니가 고등학생 때 이렇게 세상을 버리고 갔는디 인자 키가 얼마나 컸냐. 나이는 몇 살 먹었냐’ 그런 생각을 하루도 안 쉬고 해요”라고 되뇌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