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반값 가족여행’을 통해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는 강진군이 최근 수년사이 ‘강진 월출산’을 언급하는 경우가 빈번해지면서 영암군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실제, 강진군은 ‘강진 월출산 소풍가는 날’ 행사를 올해 4회째 개최하려다 기상 관계로 취소했다. 또 ‘강진 월출산 다신제’가 올해 18회째 열린다고 한다. 월출산 강진권역에 대한 투자도 활발하다. 국비 200억 원 등 총사업비 250억 원을 투입해 국내 최고의 명품 야영장을 건립하는 월출산국립공원 탐방기반시설 조성사업이 올해부터 본격 추진된다. 2만5천 평 부지에 명품 야영장 100동, 명품 카라반 15동을 설치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다양한 경관을 보고 숲의 중·상층부 생태를 관찰할 수 있는 ‘하늘 전망대’와 저지대 숲체험 인프라 시설, 수려한 경관과 자연생태적 가치가 높은 옥판봉 탐방로가 개설된다. 광활하게 펼쳐진 멋진 다원과 경포대, 무위사 등 관광자원이 자리한 월출산 자락을 강진의 관광자원으로 적극 활용하려는 강진군의 의지가 반영되면서 ‘강진 월출산’의 표현이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리고 월출산권의 관광 활성화를 위해 생태 체험, 숙박시설 유치, 백운동 전시관 건립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투자 유치 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반해 영암군은 그동안 야심차게 추진했던 산수뮤지컬과 바둑테마파크 조성사업이 예산만 낭비한 채 무산되고 ‘월출산 스테이션-F 조성사업’도 올해로 4년째 전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군비 106억, 도비 84억 원 등 총 190억 원을 투입해 체험형 관광시설(스카이 글라이더, 알파인 코스터, 사계절 썰매장)이 들어서는 ‘월출산스테이션-F’ 조성사업을 통해 ‘영암관광 500만 명’ 시대를 연다는 구상이었지만 행정절차만 밟는데 4년을 넘기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는 어렵사리 국립공원공단 생태탐방원을 유치했지만 장소가 왕인박사유적지 인근에 들어설 예정이어서 기대치에 미칠지는 의문이다. 구정봉의 ‘큰바위얼굴’도 그동안 방치하다 지난해 9월에서야 월출산기찬랜드-대동제-용암사지에 이르는 5㎞ 구간을 ‘하늘아래 첫 부처길’이라는 이름으로 겨우 개통했으나 홍보 부족 탓인지 탐방객이 그리 많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역의 최고 자산인 월출산을 배경으로 하는 다양한 축제와 마케팅을 오히려 강진군에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그동안 관광사업을 선도하고 있는 강진군의 공격적인 ‘마케팅 행정’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물론 강진·해남·영암이 관광 활성화를 위해 ‘강해영 프로젝트’를 올해부터 추진하고 있어 소지역주의를 경계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관광산업에 취약한 영암군이 그나마 찾고 있는 탐방객마저 타 지역에 빼앗기지 않을까 우려되는 측면도 없지 않다는 점에서 ‘강진 월출산’은 못내 귀에 거슬린다. 월출산은 오랫동안 영암의 상징이자 군민들의 자존심이었던 탓에 더욱 그렇다. 머지않은 장래에 ‘기의 고장’ 브랜드도 강진군에 넘겨야 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