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경 이장단장, 4년째 이웃과 나눔
서호면 엄길마을에서 농사를 짓는 전태영 씨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 19일 낮 커다란 물통이 실린 1톤 트럭을 몰고 집을 나섰다. 인근 효성마을의 관정에서 한 번에 20분 정도 물을 받아 콩·옥수수밭에 서너 차례 뿌렸다. 시들하던 작물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탱탱하게 살아났다.
4년 전부터 이곳의 물을 이용하는 전 씨는 “주로 7~9월에 많이 이용한다. 요즘은 하루에 4~8톤을 길어가는데, 이 우물이 생긴 뒤로는 폭염에도 물 걱정 없이 농사짓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정은 유태경 서호면 이장단장의 소유지만, 전 씨의 경우처럼 가까운 7개 마을주민이 함께 쓰고 있다. 유 단장은 가뭄이 심했던 2020년 전라남도와 영암군의 지원을 받아 자신이 살고 있는 효성마을에 3마력 짜리 지하수 관정을 개발했다. 그는 “과거 다른 곳의 관정을 이용할 때 눈치를 보고, 허락을 받아야 했다. 이런 불편 없이 누구나 쓸 수 있도록 관정을 계획할 당시부터 개방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농번기에는 농업용수로, 봄과 가을에는 가로수·화단 정비와 산불 진화용 소화수로 여러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유 단장은 “많은 사람들이 불편 없이 농업용수로 이용하니 기쁘고 보람도 된다.”고 말했다. 영암군은 유 단장의 물 나눔을 돕기 위해 관정 주위에 무더위쉼터를 설치해줬다.
전준 시민기자=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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