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님 아버지가 어제저녁 심장병으로 돌아가셨다는 부고가 왔다. 당황하여 자세히 읽지 않고, 부고를 보내신 분이 돌아가셨다는 생각에 장례식장이 어디인지를 알아서 조문하러 가야 하므로 링크를 걸려고 했으나 열리지 않았다. 이리저리 알아보고 보낸 분에게 전화를 해보니 보이스피싱이라는 것이다. 그 형님이 살아 계심에 한숨을 쉬고 생각해 보니 내 전화기에도 해킹당했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어 전화기에 있는 지인들의 전화번호를 전부 차단했다.
어제 차단했던 것도 필요 없이, 그 이튿날 집안 어른께서 “자네 아버지는 한국전쟁 당시 돌아가셨는데 어제저녁에 심장병으로 사망하셨다는 문자가 떠서 연락해 보네.”“자네가 죽었다고 자네 아들이 부고를 냈는데 사실인가?” 몇 분에게 기가 막히는 전화를 받고 정신이 아찔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즉시, 경찰서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하고, 경찰서를 방문했다. “통장에서 현금이 인출되었는지 확인해 보고, 지급정지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휴대전화 가게에 가서 부고 문자차단 프로그램 앱을 까시는 것이 안전할 것입니다.” 화가 나고 기분이 언짢았지만, 급히 은행에 들러서 내 통장 계좌에서 돈이 인출되었는지 확인해 보니 이상은 없었다. 당분간 지급정지를 해 놓고, 휴대전화 가게에 들러 새 휴대전화를 사, 부고 보이스피싱 차단 앱을 깔고 필요 없는 파일은 지우고 정리했다.
휴대전화에 들어 있는 전화번호들을 전부 정리했다. 혹시 또 다른 피해를 볼까 걱정이 되어서였다. 그리고 내 핸드폰에 번호가 입력되어 있는 분들에게 부고 문자를 열어 보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문서를 작성해 일일이 보내다 보니 이틀이나 걸렸다.
문명의 이기(利器)가 우리의 삶에 크나큰 혜택을 주지만 인간에게 주는 피해 또한 심각하다고 본다. 인간이 만든 기계에 인간이 피해를 보고 있다. 물론 기계가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악용하는 인간들이 문제가 아닌가. 아무리 그러더라도 무차별적으로 부모의 죽음을 이용하여 사기 칠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도무지 이해되지 않고 인간이기를 거부한 사람들이 아닌가? 혐오감이 생겼다. 이제 전화벨만 울려도 두려움이 앞선다. 지인에게 아무리 좋은 카톡 정보가 날아들어도 반갑지 않다. 그 후로 인사만 한 번 나눈 분에게서 부고가 왔다. 이것이 사실인가? 보이스피싱인가? 이 불신의 벽이 언제 상처 없이 허물어질까?
몇 년 전, 수원 검찰청에서 수사 검사로 속이면서 경찰청 전화번호까지 연결해 전화를 해보니 검찰청이라는 것이었다. 필자의 이름과 생년월일 지인의 이름을 대면서 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몇천만 원을 대출받아 국고가 유출하게 생겼으니 막아야 한다며 우선 계좌번호를 알려 달라기에 눈치를 채고 응대하지 않고 해프닝으로 끝냈다. 내 통장에서 9천만 원을 대출해 갔다니 얼마나 놀랐겠는가? 통화하는 동안 가슴이 두근거리고 심히 놀랜 일이 있었다. 그 후로는 절대로 속지 않아야 한다고 다짐했는데 또 속아서 휴대전화 내용을 열려고 시도했던 어리석음이 문제이었다. 지인의 아버지가 운명하셨다니 궁금해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산 사람의 코를 베어 간다더니…
휴대전화기 가게에 들르니 어떤 노인은 나와 같은 터무니 없는 거짓 문자를 받고 놀라 그만 계좌번호를 알려주고, 비밀번호까지 도용당해 300만 원씩 세 차례에 걸쳐 900만 원을 사기당한 안타까운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필자가 현직에 있을 때, 내 방 전화가 울려 받아보니 다짜고짜, “선생님 몇 달 전에 모텔에 가신 일 있으시죠?”“그게 무슨 말입니까?”“안 가셨으면 됐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니 기분이 매우 언짢았다. 며칠 후 동료들 모임에 갔더니 자기들도 그런 전화를 받았다는 것이었다. 그런 일이 있고 난 뒤, 경찰들이 범인을 추적하여 잡고 보니 차 트렁크에서 수십 개의 전화번호부가 나왔다는 것이다. 관청·장에게 전화하여 속으면 돈을 챙기겠다는 심산이었나.
이런 문자를 받고 나이 드신 노인들이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피해를 볼까 걱정이다. 경찰서 사이버 수사단에서 이런 행위를 하는 사람을 찾아 엄하게 벌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나 통장 계좌에서 돈이 인출되지 않으면 수사를 할 수 없다니 어쩔 수 없다. 필자도 파일을 열려고 신경 쓸 일이 아니고 그분에게 전화를 먼저 해보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차분히 대처하지 못한 것이 후회됐다. 한 번의 잘못으로 마음고생과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피해를 입혔다. 다시 이런 잘못을 범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또 다른 기가 막히는 보이스피싱 방법을 연구하리라고 생각한다. 조심하는 수밖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