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생종 벼 수확이 본격 시작됐다. 농촌 들녘은 어느덧 황금색으로 변해가면서 풍년 농사를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풍년의 기쁨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수확기를 맞고 있다. 피땀 흘리며 농사를 짓고도 정부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쌀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지난 8월 25일 기준, 산지 쌀값은 80kg 가마당 17만6천628원으로 18만 원대가 무너졌다. 지난해 10월 이후 계속 하락하고 있는 쌀값은 단경기에도 별 소용이 없다. 통상적인 쌀값 추이라면 수확기(10~12월) 이후 하락세를 보이다 5월부터 오름세로 돌아서는데 올해는 오히려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전국의 쌀 재고 물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만 톤 이상 많아 단경기의 효과가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쌀 산업 전체의 위기감이 크게 고조되면서 농업인단체들의 절규가 쉼 없이 농촌 들녘에 메아리치고 있다. 한농연 영암군연합회, 영암군 쌀생산자협회, 영암군농민회 등 농민단체는 지난 4일 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는 물론, 군과 군의회에 쌀값 폭락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어 지난 10일에는 군서면 서구림리 들녘에서 영암농민 총궐기대회를 갖고 쌀값 보장 농민생존권 사수를 외쳤다. 폭락하는 쌀값으로 사지로 내몰린 농민들이 생존 투쟁에 나선 것이다.
농민단체는 쌀값 안정을 위해서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공공비축량을 지금의 두 배 수준으로 늘리고 생산량 증가 시 의무시장 격리와 농민들의 소득 보장을 핵심으로 하는 방향으로 양곡관리법을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쌀값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인 쌀수입을 중단하거나 사료용으로 사용해 밥쌀용이나 가공용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근본적인 대책 없이는 떨어지는 쌀값을 잡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농업인들의 이 같은 해결책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농민단체는 결국 쌀값을 올리기 위해서는 윤석열 정부를 끌어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민단체는 지금 농민들은 벼랑 끝에 몰려 있다고 호소한다. 당장 농사에 필요한 생산비를 외상으로 사용하거나 대출을 받은 농민들은 돌아오는 상환 요구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농가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파산하는 농가들이 부지기수로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한다. 대부분 임차농인 젊은 청년 농업인들은 농촌을 등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도 한다. 우리 농업과 농촌은 파괴되고, 농민들은 사지로 몰리고 있지만 윤석열 정부는 지금 농업·농촌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이나 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불현듯 떠오른 ‘대파값 875원’을 생각하면 한숨만 절로 나올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