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하락이 심상치 않다. 최근 80㎏들이 한 가마 가격이 14개월 만에 17만 원대로 하락한 이후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지난 달 25일 기준 17만6천628원으로, 10일 전 가격(17만7천440원)보다 1천112원(0.6%) 떨어졌다. 지난 2022년 9월 25일(15만5천16원)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을 기록했다.
통상적인 쌀값 추이라면 수확기(10~12월) 이후 하락세를 보이다 5월부터 오름세로 돌아서는데 올해는 오히려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전국의 쌀 재고 물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만톤 이상 많아 쌀 산업 전체의 위기감이 크게 고조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영암군의회가 최근 임시회에서 ‘산지 쌀값 안정화 대책 마련 촉구 건의문’을 채택했다. 군의회는 ▲수확기 쌀값 20만 원 수준 유지 약속 이행 ▲쌀 가격 추가 하락과 올해 수매 대란을 막기 위해 전국의 과다한 재고량 15만톤 이상 추가 시장격리 ▲쌀 가격 하락과 생산과잉 시 시장격리 조치 법적 의무화가 담긴 양곡관리법 개정 ▲쌀 가격폭락과 생산원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을 위해 농산물 소득안정 정책 법제화 등을 요구했다. 군의회는 이날 채택한 건의문을 정부와 국회,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 기관에 전달하고 관련 정책이 실제로 입법화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나갈 계획임을 밝혔다.
쌀값 하락의 원인은 소비량 감소 탓이 가장 크다. 통계청의 ‘2023년 양곡 소비량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4㎏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1인당 돼지·소·닭고기 등 3대 육류 소비량(60.6㎏)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한국인의 주식이 쌀이라는 것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쌀 소비 급감으로 농도인 전남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쌀 소비 감소에 대비해 재배면적을 꾸준히 줄였지만 전남은 아직도 14만9천878㏊에서 연간 74만톤을 생산해 재배면적과 생산량 모두 전국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끝없이 추락하는 쌀값 문제를 정부가 위기감을 갖고 대처하고 있는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 비축미가 시장에서 제대로 격리되지 않는다면 쌀값 폭락을 막을 수 없다. 그래서 농민들은 대규모 쌀 시장격리를 촉구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겨우 5만 톤 시장격리 계획을 발표하고 있을 뿐이다.
쌀값 하락은 단순히 경제 문제가 아닌 농민의 인간다운 삶과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쌀값 하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함에도 정부와 여당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기에 급급해 보인다. 생산비와 물가는 날로 상승하는데 쌀값만 역행하고 있다.
기후위기 속에 농가의 경영 안전망을 갖추지 못한다면 한국의 농업과 농촌의 지속가능성은 보장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정부의 조속하고도 실질적인 대책을 거듭 촉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