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 벚꽃 백 리 길[148]
■ 구림마을(57)

죽림정 가는 길 - 정자 이름에 걸맞게 초입에 길가 양쪽으로 대나무가 무성하다. 옛날에는 주변 전체가 모두 대나무숲이었는데 지금은 입구에만 가로수처럼 남아 있다. 규모는 작지만 어떤 유명 정자 못지않게 많은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구림마을을 제대로 알고자 한다면 반드시 죽림정의 고색창연한 마루에 앉아 한나절을 보내볼 것을 권하고 싶다. 정자 내부 상단에 걸린 수많은 편액과 글씨들을 차례로 감상하다 보면 옛 선인들의 풍류와 인품이 눈앞에 선하게 다가온다.
죽림정 가는 길 - 정자 이름에 걸맞게 초입에 길가 양쪽으로 대나무가 무성하다. 옛날에는 주변 전체가 모두 대나무숲이었는데 지금은 입구에만 가로수처럼 남아 있다. 규모는 작지만 어떤 유명 정자 못지않게 많은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구림마을을 제대로 알고자 한다면 반드시 죽림정의 고색창연한 마루에 앉아 한나절을 보내볼 것을 권하고 싶다. 정자 내부 상단에 걸린 수많은 편액과 글씨들을 차례로 감상하다 보면 옛 선인들의 풍류와 인품이 눈앞에 선하게 다가온다.

비운의 문장가, 삼연 김창흡

문곡의 셋째 아들 삼연 김창흡(三淵 金昌翕, 1653년 ~ 1722년)은 이이(李珥)·송시열(宋時烈)의 학맥을 계승하였으며, 형 김창협과 함께 성리학과 문장으로 널리 이름을 떨쳤다. 과거에는 관심이 없었으나 부모의 명으로 응시하여 1673년(현종 14) 진사시에 합격하였다. 그러나 그 뒤로는 과거를 보지 않았다. 1689년 기사환국 때 아버지 김수항이 유배지 진도에서 사사(賜死)되자 경기 포천에 은거했다.       기사사화(己巳士禍)는 1689년(숙종 15)에 서인과 남인의 정치적 야욕으로 인하여 야기된 사건을 말한다. 당시 서인의 영수였던 우암 송시열은 장희빈의 아들을 원자로 책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반대하다 축출당하여 제주도로 유배되었다가 정읍에서 사약을 받고 죽었다. 송시열과 정치적 행보를 같이했던 김수항도 이때 진도로 유배되어 사약을 받았다. 

한편 신임사화(1721~1722)로 맏형 김창집이 역도로 몰려 거제도에 위리안치되었다가 성주 요도에서 사약을 받고 죽자, 그도 지병이 악화되어 죽었다. 삼연은 생전에 아버지와 형이 사약을 받고 죽는 것을 봐야 했던 비극의 주인공이다.

문곡과 우암의 슬픈 이야기는 다음 호로 미루기로 한다. 앞에서 문곡 김수항,  몽와 김창집, 농암 김창협 세 부자(父子)와 강진 선비 오산 이식이 지은  죽림정십영 연작시를 감상했다. 이제 대한민국 그 어떤 정자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네 부자의 연작시 중 네 번째 시를 감상해보도록 하자.
 
삼연 김창흡의 죽림정십영(1684년)
 
1. 東嶺霽月 (동령제월)
정자를 지어 동헌을 열고
동쪽 봉우리 달을 불러 취하고 싶네
생각컨데 마땅히 비 갠 뒤의 저녁이라  
촛불 끄고 앉으니 아득하기만 하여라

 2. 北亭長松 (북정장송)
가시가 송긋송긋 소나무의 열매
누가 줄지어 심었는지 알 수가 없구나
사계절 청음을 간직하고 있다가
회오리바람 불어와도 쉬지를 않네

 3. 南畒農謳 (남묘농구)
누런 매화 비 비로소 그치니
댕댕이 덩굴 집집마다 피네
농가의 노래 천백 가지이나
산유화 노랫소리 듣는 것 좋아하네

 4. 西湖漁歌 (서호어가)            
푸른 물결에 노 두드리는 가락
봄에 뜨는 즐거움 어떠한가
푸른 순채는 십 리 포구에 깔려있고
누런 눈은 천 석이나 되는 고기 덮었네

 5. 後園賞春 (후원상춘) 
원림에 좋은 풀 가득하니
봄이 이름에 자연히 향기롭네
애오라지 두건을 쓰고 가서
나비와 흥겹게 함께 노니네

  6. 前川觀漲 (전천관창)
하얀 물이 평원에서 나옴으로
창을 여니 두 물가 아득 하구나 
대섬은 가라앉아 보이지 않는데
회사정은 마치 동요하는 듯하네

  7. 九井霜楓 (구정상풍)
구정봉의 높고 험한 바위
층층이 난 붉은 나무 주밀하네
깨끗한 서리 깊고 옅게 내려
산의 높고 낮음으로 가을을 자세히 알겠네

  8. 孤山雪梅 (고산설매)
고산은 스스로 매화 숲 이루어
멀리 꽃 핀 것이 눈과도 같네
바람에 날린 향기 사람을 쉬이 끌게 하지만
잠간이라도 사람 보내어 꺽지를 말게

  9. 聖洞朝烟 (성동조연)         
불사른 연기 가늘게 피어오르니
동쪽 숲에서 나는가 눈여겨보네
바로 향기로운 밥 익은 줄 알면
목어 두드리는 소리 들리는 듯하구나

  10. 鳷峯夕照 (지봉석조)
주지봉은 어찌 그리 우뚝 솟아
그림자를 다시 사토(瀉土)로 보내누나
날이 기움에 비취빛 거꾸러지니
산 중턱의 붉은 것 삼키고 뱉네       <계속> 
글/사진 김창오 편집위원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