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대 익명 어르신 1천만 원 기부 약속
우승희 군수 찾아 “아이 줄어 걱정”
지난 5일 덕진면에 사는 92세의 어르신이 군청을 방문, 우승희 군수를 찾았다. 덕진면의 한 사회단체장 소개로 군청을 찾은 어르신은 마라톤 선수처럼 마르고 왜소한 체격에 조그만 등산 가방을 멘 검소한 차림이었다.
군수를 만난 어르신은 “마음껏 써도 좋다. 단, 영암 출생아들을 위해서만 써달라”는 말과 함께 500만 원을 입금하겠다고 밝혔다. 공무원 퇴직을 앞둔 35년 전, 영암으로 이사 온 어르신은 아내와 함께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영암살이에 만족한다는 어르신은 걷기와 자전거로 이동하며 여전히 집안일을 도맡아 할 정도로 건강하고 정정한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어르신은 은퇴 후 30년 동안 자신과 아내를 따뜻하게 품어준 영암이 너무 고맙지만 딱 하나 불만이 있어서 찾아왔다고 털어놨다. “몇 년 동안 마을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나지 않는다. 나는 살 만큼 살았는데, 살기 좋은 영암에 아이들이 줄고 있어서 너무 안타깝고 걱정된다”고 말했다. 어르신의 이날 방문은 저출산 문제를 걱정하며 자신의 기부금이 저출산 극복에 쓰이기를 바라는 깊은 뜻에서였던 것.
우 군수는 “출생률을 걱정하는 분들이 많지만, 어르신처럼 직접 찾아오셔서 변화를 만들어보자고 하는 분은 드물다. 지역의 큰 어르신께서 오늘 커다란 울림을 전해 주셨다”고 반겼다. 우 군수는 1년에 180여 명이 태어나는 지역 출생률, ‘아이 키우기 좋은 영암’ 정책 등 영암군의 노력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우 군수의 말이 끝나자 어르신은 “한두 달 지나 500만 원 더 내놓을 테니, 그것까지 보태서 신생아들에게 전달해 주기 바란다. 대신 반드시 익명으로 해달라”고 당부했다.
영암군은 이름을 알리지 않는 조건으로 어르신의 뜻을 지역사회 전체에 알리기로 했다. 민선 8기 정책과는 별도로 기업 대표와 영업자, 농민 등 민간주도로 지역사회가 신생아 출산을 함께 축하하는 ‘영암 신생아 출산 축하금 모금(가칭)’ 등 사회운동 차원으로 어르신의 뜻을 확장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