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배근 대표이사·발행인

영암신문이 어느덧 창간 23주년을 맞았다. 2001년 7월 7일 ‘21세기 영암의 미래를 여는 신문’을 표방하고 나섰던 영암신문은 그동안 험난한 세파에도 꿋꿋하게 견뎌내며 어느덧 스물셋의 청년이 됐다. 그동안 경향 각지의 독자 여러분들께서 보내주신 한결같은 성원과 따뜻한 격려에 힘입은 바 크다. 이제는 우리 영암에선 없어서는 안 될 지역의 대표 언론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자부한다. 독자 제현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세계는 지금 ‘지구촌’이라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 대통령의 일정이나 시책발표도 중요하지만 중국 총리의 말 한마디나 미국 대통령, 또는 연방준비제도은행(FRB) 이사회 의장의 말 한마디가 더 중요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동네 할인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수박 한 통의 가격이나 배추 반포기, 계란 한 판의 가격도 중요하지만, 국제농산물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대두나 옥수수의 가격에 더 신경써야 할 때가 됐다. 비록 농촌에 살고 있지만, 이제는 시야를 넓혀야 할 때인 것이다. 그래야만 지금 내가 짓고 있는 농사가 가격 파동에 휩쓸리지 않고 제값을 받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대, 우리가 살고 있는 영암도 이젠 많은 변화와 혁신을 모색해야 한다. 물론 관선 시대를 거쳐 민선 8기를 지나온 동안 많은 변화와 발전을 가져왔다. 축산군으로 급부상하여 한우 1+ 등급 이상 출현율(77%) 전남 1위의 성과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새로 들어설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와 월출산국립공원 생태탐방원은 민·관의 유치활동이 시너지효과를 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높이 살만 하다. 나아가 천혜의 관광자원과 문화유산은 더욱 소중하게 가꾸어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도 아쉬운 건 글로벌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우리의 정신적 자세다. 자신만의 이익을 위한 꼼수를 버리고 전체 사회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찾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조그만 자신의 이익보다 사회구성원 전체가 공유하는 일에 관심을 가질 때에 사회적 행복지수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창간 정신을 다시 새기며

돌이켜 보면, 단숨에 줄달음쳐 온 지난 23년은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었다. 또한 순탄한 세월만은 아니었다. 더구나 갈수록 피폐해져 가는 지역경제의 척박한 토양에서 지역신문의 생존 여부는 가늠하기 힘들 정도였다. 언제 나타났다 언제 사라진지도 모르게 슬그머니 자취를 감춰버린 신문들이 그러한 사례다. 우리 영암에서도 이미 한두 차례 경험한 바다.
하지만, 지방자치 시대에 지역 언론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할 것이다. 지역살림을 꾸리는 주체와 객체 사이에 지역 언론의 역할은 소금과 빛으로 남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부단한 노력이 수반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영암신문이 한결같이 되새기고 있는 가치는 23년 전의 창간 정신이다. 주민의 권익증진에 앞장서고, 지역발전을 선도하며, 향토문화 창달에 기여하겠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영암신문은 지난 23년을 밑거름 삼아 주어진 소명과 존재 이유를 가슴 깊이 새기고 쉼 없이 성찰하며 수용자 맞춤형 콘텐츠 제공 서비스가 이뤄지도록 매진할 것을 다짐한다. 자만하지 않고 약자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지역발전을 선도해 나가겠다는 다짐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기고자 한다. 물론 오늘날 젊은이들은 인터넷과 SNS 등 정보통신 매체의 발달로 종이신문을 외면하고 농촌사회의 인구감소와 노령화의 심화 및 경제 사정의 어려움으로 지역신문의 경영여건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특히 최근의 경제사정은 IMF와 코로나19 사태 때보다 더 어려운 지경에 빠지면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하지만, 지방자치와 분권, 균형발전이 시대적 화두로 떠오른 지금 지역신문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지방자치의 궁극적 목적이 주민들의 편익 증진과 삶의 질 향상에 있다고 할 때 지역신문의 역할은 지역사회 내의 정보교류나 여론 수렴의 장으로서 뿐만 아니라 비평을 통해 지역사회의 중심을 이루고 건강한 공동체를 유지시켜 주는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여정이 아무리 험난할지라도 꿋꿋하게 뚜벅뚜벅 걸어가고자 한다.
영암신문을 아껴주시고 성원해 주시는 독자 여러분들의 변함없는 사랑과 관심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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