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과 더불어 지방소멸은 이 시대의 중요한 화두이다. 저출산은 전국적인 문제이고 지방소멸은 비수도권에서 심각한 현상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2022년부터 10년간 매년 1조 원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투입, 지자체별로 인구소멸위기에 대응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지자체가 기금을 사용할 사업 계획서를 제출하면 행정안전부가 평가를 거쳐 배분액을 결정하고 있다.
영암군도 지난 3년간 192억 원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확보해 청년창업지원센터 건립 등 14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른 용역보고회가 최근 잇따라 열렸다. 용역보고회는 지방소멸대응기금 신규 투자계획과 추진상황을 공유하는 실무회의라는 점에서 관심을 갖게 한다. 용역 수행기관이 발표한 투자계획안은 영암군의 지역 특색을 반영한 세 가지 전략으로 △안정적 산업기반 조성 및 일자리 창출 △생활인구 증대 여건 개선 △수요 맞춤형 정주 요건 확충이 제시됐다. 영암군은 이를 바탕으로 체계적 투자계획서를 작성해 다음 지방소멸대응기금 확보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한다. 아울러 지난 3월부터 연구용역을 진행해 기존 사업과 상승효과를 낼 수 있는 신사업을 발굴 중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사업들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 심히 염려스럽다. 기금으로 실제 사업을 시행한 집행률은 절반 남짓으로 인구감소지역은 37.6%, 관심지역은 29.9%에 그치고 있다는 분석이고 보면,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이름값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앙에서 지방으로 돈은 분명하게 흘러갔는데 성과와는 연동되지 않는 예산과 정책의 괴리가 하루가 급한 지방소멸대응기금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장 시급한 것은 수도권과 지역 간 격차가 날로 심해지고 있는 현실을 혁파하지 않고서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아무리 쏟아부어도 백약이 무효일 것이라는 판단이다. 2019년 기준으로 수도권에 대기업 본사의 74%(1290개)가 집중돼 있다. 전체 국토의 11%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50% 이상, 경제력의 70%가 몰려 있는 것이다.
용역기관이 영암군에 첫 번째로 제시한 ‘안정적 산업기반 조성 및 일자리 창출’은 누구나 공감하지만 어느 세월에 이뤄질 것이며, 설령 계획이 실행됐더라도 지역은 젊은이들에게 수도권 진출을 위한 징검다리에 불과할 것이라는 우려가 앞선다. 수도권과 지역 간 격차 문제는 곧 불균형과 불평등의 문제고, 다양한 사회 갈등의 원인과 직결된다는 측면에서 수도권 집중 문제 해결이 병행되지 않고서는 지역 대부분이 소멸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