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면 쌍풍리
2018년 6월, 귀농의 꿈을 펼칠 첫 걸음을 떼었다.
어려운 가정환경에 다니던 대학을 포기하고 15년여의 직장생활을 하였습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생활환경은 막연한 농촌 생활을 동경하게 되었고, 안정적인 평생직장과 저녁이 있는 삶, 내 아이들이 건강히 밟고 맡을 수 있는 흙과 바람 등을 가진 이곳 영암에 전 직장 동료의 도움으로 대략 5년여의 준비 끝에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현재 영암군 서호면에서 한우를 사육하고 있는 귀농 6년 차 노진용 입니다. 첫 영암에 내려와서 인근 일괄사육 농장에서 3년 정도 일을 배웠으며, 2020년도 만 39세 자격으로 청년창업농에 선정이 되어 이 제도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고, 정책자금을 통해 현재 서호면에 자가소유의 축사를 운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당시 많은 2세대의 귀농 열풍과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한우산업은 역대 최대의 호황기를 누렸고, 집값, 땅값, 자재비 등을 포함한 모든 비용이 상승하면서 처음 계획했던 귀농생활이 어긋나기 시작했습니다. 부동산 임대업자인 집주인은 2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계약 불가 통보를 했고, 터무니없이 비싸진 집값 부담에 신북면으로 이주하면서 아내와 어린아이들은 통학 1시간이란 짐을 주게 되었습니다.
또한 우량 농지 확보와 민원 축소 개념의 축산법 관련 법안과 조례 개정 등으로 신규 허가가 전무하다시피 바뀐 정책에 기존 구 축사를 구입하면서 서호면 소재지까지 생활권이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현재 농장 사육 방식이 임신우를 입식하여 송아지를 생산하고 어미 소를 비육하여 단시간에 판매하는 단기 비육 형태로 난산율이 높아 농장 내 상시 관찰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데 서호에서 신북까지 왕복하는 시간적, 경제적 부담이 커 가정으로의 퇴근이 점점 줄어들어 주 1회 집으로 돌아가고, 주말에 아이들이 농장으로 들어오는 이산가족이 되었습니다. 5살, 8살 두 딸을 데리고 와 6년여 시간이 흘렀지만 제가 꿈꾸던 저녁이 있는 삶과는 동떨어진 생활을 하면서 곧 다가오는 정책자금의 원리금 상환 시기가 도래했을 때, 자녀의 교육비, 가정의 생활비 상승을 현재 운영상태의 재정이 뒷받침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 되는 시점입니다.
한정된 축사에서 발생되는 퇴비는 사육 두수에 비례해 상승하게 되는데 농사부지가 없어서 퇴비의 처리가 힘들고 잦은 교반을 통해 좋은 퇴비를 만드는 것도 공간이 협소해 어려운 실정이라 사육 두수를 적정 사육면적 대비 30~40% 선에서 유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축사면적 944㎡ 대비 사육가능 두수는 94두, 연간 상시 사육두수 40두) 또한 인근에 축사를 짓고 싶어도 추가로 신·증축이 불가한 상황이라 농장 운영이 극에 몰리고 있어 더 이상 아낀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청년창업농 사업은 지방 소멸위기에 처한 작금의 농촌에 신규로 인원을 유입시킬 수 있는 중대한 사업이지만 장점이 많은 만큼 부작용 또한 크다고 생각합니다. 생활비 부족으로 다른 일을 하고 싶어도 극히 제한적(농한기 한정 사전 군수의 허가를 득하고 2개월 이내 농외 근로 가능, 단기 아르바이트는 월 50시간 미만)으로 경제활동이 가능하고 의무 영농기간이 존재해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하지 못해 중도에 포기하고 도시로 돌아가는 청년들이 많은 현실입니다.
한 가장이 큰 꿈을 갖고 귀농에 도전했고 지속가능한 꿈으로 실현되길 바라지만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며 만류했던 6년 전이 자꾸만 후회로 기억되는 요즘입니다.
누군가가 물고기를 잡아 주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기를 바라는 게 아닌 제 스스로가 뛰어 놀 수 있는 낚시터가 필요합니다. 부디, 이곳 영암을 위해 꿈꾸어 왔던 작은 씨앗이 자리 잡고 뿌리내릴 수 있길 희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