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농산물 판매에 앞장서야 할 농협 하나로마트가 본분을 망각하고, 바나나와 레몬 등 수입산 농산물 소비에 열을 올리고 있어 농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영암군농민회는 최근 기자회견을 갖고 농민들이 만든 협동조합인 농협에서 수입농산물을 판매하는 것은 조합원들의 등에 칼을 꽂는 행위로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영암군농민회 측은 그동안 관내 여러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각종 수입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는 것에 대해 여러 차례 항의해 왔지만, 항의를 받으면 살짝 치웠다가 또다시 수입농산물을 판매하는 농협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농협중앙회 영암군지부는 하나로마트에서 수입농산물이 판매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만일 판매가 된다면 즉시 중앙회에 보고하고 해당 농협에 모든 지원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농협 영암군지부는 관내 하나로마트 점장 회의를 긴급 소집해 중앙회 지침상 수입농산물 취급이 불가한 상황인 점을 알리고, 앞으로 수입농산물 취급을 더 이상 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하고 점장들도 이에 응했다고 한다.

사실, 하나로마트의 수입농산물 판매는 농협 스스로의 태생을 부정하고 농민조합원의 의사를 무시하는 농협의 심각한 병폐다. 농민들의 규탄과 국회 국정감사에서의 지적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지만, 이제는 그조차 무감각해진 듯 수입농산물 판매가 어느 때보다 활기를 띠고 있다.

농협이 수입농산물을 팔아선 안된다는 ‘법 조항’은 없지만, 농협중앙회의 ‘내부 지침’은 수입 신선농산물 일체를 비롯해 모든 수입원료 품목의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지역농협이 이를 단 1회라도 어길 경우 농협중앙회는 자금지원 및 신용점포 설치 제한, 각종 표창·예산보조 제한 등의 제재를 가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 지침은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2013년부터 매년 최소 2~3회씩 지역농협에 지침과 제재사항을 적시한 ‘수입농산물 취급금지’ 공문을 발송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적발돼 제재를 받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중앙회는 전국의 조합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일일이 나가 지도하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인데, 농협중앙회의 전국 지역본부 조직망을 감안하면 사실상 지역 조합장들의 눈치를 살펴 묵인하고 있다는 것이 보편적인 시각이다. 수입농산물 취급에 대해 지역 농협들은 ‘다문화가정 배려’라는 설명이지만 결국은 농협의 정체성과 조합원에 대한 신의를 포기한 채 수익을 좇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기후 위기로 인해 농산물가격이 조금이라도 오를 것 같으면 어김없이 수입농산물이 들어와 농산물가격을 곤두박질치게 만들고 있다는 농민들의 절규를 농협은 다시 한번 깊이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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