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니 극장 가시게’ 어르신들 만족
영암군, 두 번째 ‘고향사랑기금’ 활용

“20대 때 ‘팔도사나이’를 본 뒤로 50년 만에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

서호면 엄길마을 전대홍(78) 어르신에게 19일은 남다른 하루였다. 오전 6시에 일어나 가볍게 운동한 다음, 아침을 먹은 것까지는 평소와 같았다. 9시부터의 일과는 사뭇 달랐다. 단정한 옷을 차려입은 전 어르신은 같은 마을주민 5명과 함께 마을 앞 큰 도로로 나가 전세버스에 올랐다. 출발한 버스는 30분가량 가까운 마을들을 돌며 사람들을 태웠고, 영암읍으로 향해 탑승객들을 기찬시네마에 내려줬다. 

이날 서호면에서 전세버스 2대로 영화관 기찬시네마에 도착한 어르신들은 총 56명. 이 어르신들은 영화관 1, 2관으로 나눠 들어가 10시부터 영화를 봤다. 1관 3열에 앉은 전 어르신은 “영암읍에 극장이 문을 열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처음으로 와본다. 바쁘게 사느라고 극장에는 못 가봤다. 고향사랑기금으로 영화를 보여준다고 들었다. 사람들이 전국에서 보내준 성금으로 영화를 보여줘서 고맙다”고 기뻐했다. ‘팔도사나이’가 1969년 개봉작인 것을 감안할 때, 전 어르신에게 극장 나들이는 반백 년을 훌쩍 넘긴 사건이었다. 2관에 자리를 잡은 송산마을 노정효(76) 어르신은 작년에도 광주와 목포 영화관을 찾았을 정도로 영화를 좋아한다. 이 어르신에게도 마을주민 8명과 함께 이날 영화를 보는 일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노 어르신은 “올해 처음으로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 내일 비가 온다고 해서 대비하느라 오늘 마을 사람들이 많이 오지는 못했다. 오랜만에 영화관에 오니 기분이 좋고, 마을 사람들하고 같이 와서 더 좋다. (영화 보여주는) 좋은 일 해준 분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영암군이 지난 18일 덕진면을 시작으로 두 번째 고향사랑기금사업으로 ‘엄니 극장 가시게’를 추진하고 있다. 농촌에서 살아 좀처럼 극장 영화를 보기 힘든 어르신들에게 영화관 나들이를 해주고, 영암군에서 하나뿐인 영화관 기찬시네마를 활성화한다는 취지다. 공휴일을 제외하고 5월 초까지 매주 수·목·금요일 오전 65세 이상 어르신 1만5천여 명을 읍·면 단위로 기찬시네마에 초청해 영화 관람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덕진면과 서호면에 이어 24일 금정면, 25일 신북면, 26일 시종면, 다음 달 1일 도포면, 2일 군서면, 3일 학산면, 8일 삼호읍, 9일 영암읍, 10일 미암면 어르신들이 차례로 영화를 관람하게 된다. 

영암군은 지난 2월 고향사랑기금 첫 사업으로 어르신들의 근육 손실 예방을 위한 맞춤형 운동교실 ‘엉덩이 기억상실증 회복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5월부터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초빙해 진료를 맡기는 ‘보건기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신설 운영’사업을 세 번째로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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