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 쓰는 영산강 유역 고대사
[277] 마한 유산의 세계유산 등재 준비(하)

지난 호에 유산의 비교연구를 통해 유산 가치의 보편성과 독창성을 알 수 있다ㅍ고 언급했다. 유산의 보편성과 독창성도 더불어 완전성 요건도 충족되어야 한다. 완전성은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요소가 포함되었는지, 유산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특징과 과정이 완벽하게 구현될 만큼 충분한 규모인지, 마지막으로 개발 및 방치로 인해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 것인지를 살피는 것을 말한다. 임경희 연구관의 설명을 계속 들어보기로 한다.

최근의 세계유산 등재 추세   

문화유산은 그 유산의 물리적 구조 및 중요한 특징이 양호한 상태로 보존돼 있어야 하며, 퇴락되는 과정은 제어돼야만 한다. 유산의 보존관리와 직결되는 문제이다. 비교적 원형 상태로 남아 있는 영암의 마한 유산은 이러한 점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문화유산의 진정성을 살피는 또 다른 기준은 본래부터 지니고 있던 문화유산의 특성은 물론, 이후 과정에서 생성된 특성까지 살펴야 함을 말한다.

한편 세계유산 등재 신청서를 직접적으로 보게 되면 등재 신청 기준만큼이나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보존관리계획이다. 세계유산은 인류가 “보호해야 할 유산”이라는 점이 중요한 명제이다. OUV를 인정받기 위해서 각 나라가 혼신을 기울여 유산을 체계적으로 보호하고 있음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세계유산 목록을 작성할 때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목록”도 함께 작성하는데, 등재 단계에서 OUV는 충분하나 위험에 처해 있다거나, 등재 이후 무분별한 개발이나 전쟁으로 완전성과 보존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유산을 말한다. 세계유산 등재 신청서에서는 반드시 해당 유산의 효과적 보호를 위한 지리적 경계도 표시하게 되어 있다. 보호구역은 유산구역(Property Area)과 완충구역(Buffer Zone)으로 구분된다. 구역 설정은 당해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와 완전성 및 진정성을 표현할 수 있도록 모두 설정되어야 한다. 

앞서 신희권 교수의 발표에도 나왔지만, 최근 세계유산 등재 추세는 단독유산보다 연속유산 성격을 지닌 유산이다. 연속유산은 하나의 유산(한국의 서원)으로 등재되었지만, 개별 요소(소수, 옥산, 병산, 도산, 도동, 남계, 무성, 필암, 돈암서원)가 서로 지역도 다르며 9개의 유산구역으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를 말한다. 백제역사 유적지구, 한국의 서원, 가야 고분군이 연속유산에 속한다. 마한 유산도 연속유산의 성격이다. 등재된 연속유산은 반드시 통합된 관리를 요구한다. 세계유산 제도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많은 변화를 겪는데, 최근 연속유산은 등재 이후 관리가 통합적으로 이루어지고 이를 수행하는 기관을 필수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며, 등재신청서에도 이를 명시해야 한다.  

여러 유산의 등재 경험을 가진 임경희 연구관은 마한 유산의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하여 다음의 몇 가지를 당부하였다. 연속유산으로의 등재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개별 유산 모두가 탁월한 보편적 가치의 세 가지 면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어야만 한다고 하였다. 어떠한 등재 기준을 상정한다고 하더라도, 대상이 되는 유적은 그 기준에 꼭 들어맞아야 한다. 

임경희 연구관은 마한 관련 유적을 연속유산으로 구성하여 세계유산에 등재될 때까지 개별 요소는 끊임없이 변동한다는 사실을 모든 관계자(기관)가 충분히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개별요소에 포함되었다 하더라도 바로 제외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증명해 나가는 과정에서 도저히 어렵다는 판단이 든다면 빠질 수도 있다. 개별요소 선정은 중요하고 이를 위해 등재 추진 전 과정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유산 선정을 위해 모든 참여주체가 끊임없이 그리고 반복해서 되물어야 함을 말한다. 설익은 개별요소 선정으로 지자체에는 막대한 물적 피해를 끼치고, 전체 유산 등재의 걸림돌이 된다는 점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전담인력 확보가 우선돼야 

다음으로 연속유산의 개별요소 선정에는 전문가 집단과 해당 관리주체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우리나라의 유산 관리는 문화재청과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때문에 유산의 완전성과 적절한 보존관리체계는 관리주체인 해당 지자체의 고유 영역에 가깝다. 그런데 이제까지의 세계유산 등재 준비는 대개 전문가로 이뤄진 등재추진단(추진단, 센터, 위원회 등 명칭은 다양하다)이 주 역할을 하고, 지자체는 예산 등 물적 지원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연속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의 두 기둥과 등재신청서 4장~7장은 직접 관리주체가 아니면 정확하게 알기 어려운 부분이다. 때문에 처음 개별요소 선정단계부터 지자체 관리 인력이 반드시 참여해야만 한다. 연속유산으로 세계유산에 등재되고 나면 통합관리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때 등재 추진과정에서의 여러 가지 약속이나 내용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면 관리에까지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리고 마한 유산이 세계유산에 등재될 때까지 그리고 등재 이후까지 간단없이 긴 시간 참여가 가능한 전담 인력풀을 확보해야 한다. 세계유산 등재까지는 최소 5~10년의 기간과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다. 거쳐야 하는 국내 과정도 많고, 국외심사도 역시 여러 가지를 거친다. 그 가운데 제출해야 하는 신청서 작성도 매우 어렵다. ‘세계유산’이다 보니 모든 공식 자료는 영어와 불어이다. 우리나라 등재유산마다 전담인력과 관련되어 겪은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적어도 마한유적 세계유산 등재를 준비하고 있는 해당 지자체는 추진단에게 반드시 ‘인적자원 확보’를 위한 예산을 최우선으로 지원해야 한다. 인력 지원이면 더 좋다. 적어도 유산가치에 대한 설명이 가능한 인력과 관리체계를 이끌어갈 인력, 국외교류가 가능한 인력 등 3~4명은 안정적으로 전념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 지자체 인력은 계속된 자리 변동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여러 지자체에 걸쳐 있는 연속유산의 세계유산 등재추진을 위해서는 전담인력 체제 구축이 절대적임을 강조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연속유산을 ‘제도적’으로 통합관리하는 기구를 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등재 준비과정에서 연속유산 선정과 이후 등재신청서 작성, 등재과정에서의 심사대응이 통합적으로 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연속유산의 필수요건으로 ‘통합관리기구’가 요구된다.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다.

김영록 지사는 마한 유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고 있다. 최근 필자는 지난 포럼에 참여한 민태혜 박사와 구체적인 방법론을 논의하였다. 연속유산에 해당하는 마한 유산은 영암·나주 등 여러 지자체가 관련되어 있다. 공동의 추진단 구성이 중요함을 말한다. 추진단은 구성하되 실무적으로 우선 잠정목록 작성을 위한 구체적인 준비는 빠를수록 좋다. 그 작업은 팀장을 포함하여 3~4명이면 된다. 

이번 세미나는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자리였고, 우리에게 올바른 방향성과 확신을 심어주었다. 그런데도 머뭇거리다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천추의 한(恨)으로 남을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지난 7월 7일 영암군의 지원으로 ‘검정교과서의 마한사 서술 관련 포럼’을 열었다. 교과서 집필자들이 다수 참여하였다. 이번 교과서 집필에 의미 있는 변화가 보이고 있다. 작은 지자체가 지원한 세미나의 위력을 잘 보여주고 있다.<계속>
글=박해현(초당대 교수·마한역사문화연구회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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